주간동아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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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중계방송

  • 입력2006-06-12 10: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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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삐 풀린’ 중계방송
    99년 가을 ‘중고 축구연맹전’에서 어느 고교감독이 심판을 폭행해 영구제명의 중징계를 받은 일이 있다. 선수들에게 페어플레이를 강조해 온 프로축구 전남 현대의 이회택, 수원 삼성의 김호 감독도 경기 중 자주 쫓겨나곤 했다.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으로 자제력을 잃어 빚어진 일이었다.

    팀 관계자들이 경기장에서 더 흥분하는 경우도 있다. 축구 초창기에도 그랬다. 1930년 우루과이에서 열린 제1회 월드컵축구대회 준결승전에서 미국은 아르헨티나에 1대 6으로 대패했다. 이때 다혈질인 미국의 트레이너가 벌인 해프닝은 아직도 미국에서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다.

    미국은 이미 5골이나 잃어 대세는 결정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는데도 이 트레이너는 계속 경기장을 향해 소리치고 나무라고 삿대질을 해댔다. 누가 코치고 감독인지 구분이 안갔다.

    그러던 중 주심이 미국 문전에서 아르헨티나팀에 프리킥을 줬다. 때마침 미국선수팀 한 명이 쓰러졌다. 기다렸다는 듯 이 트레이너는 의료가방을 들고 경기장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러나 넘어져 있는 선수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심판에게 달려가 항의부터 해대는 것이었다. 심판이 대꾸조차 하지 않자 화가 치민 트레이너는 의료가방을 내동댕이쳤다.

    그 충격에 가방이 열리면서 의료기구며 약병들이 쏟아졌다. 마취제의 일종인 클로로포름병이 바로 트레이너의 발 앞에서 깨졌다. 지독한 약기운이 트레이너를 덮쳤다. 길길이 날뛰던 트레이너는 정신을 잃고 주저앉아 깨어날 줄 몰랐다고 한다.



    경기장에서 자제력을 잃기는 아나운서도 예외는 아니다. 아나운서의 말 한마디는 흥분한 관중, 시청자, 선수들에게 기름을 붓는 격이어서 가끔 매우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1970년대 고려대-연세대전이 장안을 들썩이게 하던 시절, 모방송국이 농구경기를 TV로 중계했다. 공교롭게 이날 아나운서나 해설자 모두 고려대 출신이었다. 엎치락뒤치락하며 경기는 한창 열기를 뿜고 있었다. 이들은 이날 아슬아슬하게 중계를 이어갔다. 그러다가 마침내 아나운서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자제력을 잃고 흥분한 끝에 이 아나운서는 ‘우리 고려대’ ‘우리 고려대’라고 목청을 높인 것이다.

    중계방송이 좀 이상하다고 느끼던 시청자들, 특히 연세대 팬들은 이 말을 듣고 마침내 폭발했다. 방송국 전화통에 불이 났다. 성난 시청자들의 협박성 전화였다. 잠시 후 장충체육관의 연세대응원단에도 이 소식이 전해졌다. 병, 깡통, 쓰레기들이 중계석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화난 연세대 학생-동문들이 떼를 지어 방송국으로 몰려오고 있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방속국으로선 이날 큰 곤욕을 치른 것이다.

    스포츠는 감정적이다. 빅게임일수록 일거수일투족에 사람들의 온 신경이 집중된다. 선수를 포함한 스포츠 관계자들은 스스로 흥분하지 않도록, 그리고 남을 자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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