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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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크고 시간은 없고 ‘숨가쁜 신당’

원내 제1당 향해 총력전…물갈이-차세대주자 활용 표밭갈이

  • 입력2006-06-09 1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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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은 크고 시간은 없고 ‘숨가쁜 신당’
    ‘2000년 1월20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아침해가 제법 높이 걸리자 1만2000명의 새천년민주신당 대의원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풍물패의 길놀이와 초대형 사이버 트리 만들기, 레이저쇼 등 다채로운 오전과 한낮의 식전행사에 이어 오후 2시 창당대회 개회가 선언된다.무대는 21세기를 상징하려는 듯 디지털 이미지의 은빛 장막과 21개의 트러스(truss)로 장식돼 있다. 대회장 곳곳엔 ‘새 천년의 비상(飛上)‘ ‘개혁과 안정-민주신당의 새 천년 약속‘등의 현수막 물결.

    이어 민주신당 당가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21명의 기수단이 인도하는 당기가 타임머신을 통해 부상하고 사회자는 21세기 정책비전 발표와 창당선언문 낭독 등의 식순을 진행한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당지도부 선출. 대의원들은 열렬한 환호 속에 만장일치로 김대중대통령(DJ)을 총재로 선출한데 이어 나머지 당지도부 구성을 마무리한다. 곧이어 16대 총선 선거대책위원회를 발족시키고 한 목소리로 총선 출정을 선언한다.‘ 미리 가본 새천년민주신당의 창당대회 모습이다.

    민주신당은 화려한 출범과 약진을 꿈꾸고 있다. 국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전국정당으로 탄생. 총선 승리를 통해 DJ의 집권 후반기 통치 기반과 여권의 재집권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것. 하지만 민주신당의 앞날은 그리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야당도 아닌 집권여당이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총재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멀쩡한 정당을 ‘해체‘할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부터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더욱이 지금까지 여론의 이렇다할 주목을 받아보지 못한 점도 민주신당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새 천년의 문을 연 1월1일 5,6개 일간신문에 실린 총선 관련 여론조사 결과들은 민주신당이 유권자들로부터 그리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저런 사정 탓인지 서울 여의도 장은빌딩 4,5층에 자리잡은 민주신당창당준비위 사무실은 연말 연초에도 다소 썰렁한 분위기였다. 과거 여당 당사에 가면 누구나 느낄 수 있었던 ‘힘과 활기‘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는게 출입기자들의 얘기다.

    민주신당창준위 김영환홍보위부위원장은 ”민주신당이 국민적 관심사가 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나 앞으론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여권은 ‘신당 띄우기‘에 총력전을 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민주신당의 주도권을 부각시키기 위해 여권의 모든 당부를 민주신당 위주로 집행하고 있다. 1월1일 여의도공원 ‘화합의 광장‘에서 민주신당 주도로 민주신당-국민회의 합동단배식을 연 것도 그 일환이었다.



    여권 인사들은 한결같이 ”민주신당의 지상과제는 무엇보다 16대 총선에서 안정의석을 확보하는 것” 이라고 입을 모은다. 민주신당창준위 김중권부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대통령 임기가 3년이나 남아있다. 3년 동안 통치권의 누수 없이 과감한 개혁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국회 내에서 안정의석 확보가 절체절명의 과제다.”

    민주신당의 희망은 민주신당만으로 원내 과반수를 얻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2여1야‘의 구도에서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도 이를 인정하는 듯하다. 대신 민주신당과 자민련을 합쳐 과반수를 넘기는 것은 놓칠 수 없는 최소한의 목표다. 그래야만 공동정부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원내 과반수 의석을 차지, 여소야대 국면이 다시 올 경우 DJ는 본격적인 ‘레임 덕‘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권은 양당 합동의 과반수만큼은 낙관하는 것 같다. 여권내에서 이런 얘기도 들려온다. ‘얼마 전 여론조사 결과 국민회의(민주신당) 102석, 자민련 20석, 한나라당 115∼120석이 나왔다. 여기에다 여당프리미엄을 잘 활용하고 친여 무소속후보를 영입하면 안정의석은 충분히 확보 가능할 것이다.‘ DJ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민주신당이 한나라당을 제치고 원내 제1당이 될 수 있는지다. 실제로 DJ는 민주신당 지도부에 이렇게 주문했다고 전해진다. ”여권이 총선에서 안정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개혁은 물거품이 된다. 민주신당은 국민에게 안정을 호소해야 하며 최소한 제1당이라도 만들어달라고 호소해야 한다.”

    ◆ 지도체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주신당 내에서는 ‘지도체제 경선론‘이 꽤 세를 얻고 있었다. 민주정당을 지향하는 신당의 취지에 부합하는데다 신당의 붐 조성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에서였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해 12월24일 DJ가 예정에도 없이 민주신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호출한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DJ는 이날 민주신당의 지도체제에서부터 창당방식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일방적 지침‘을 내렸다. 골자는 △1월 창당대회 때는 경선 없이 총선용 임시지도부를 구성하고 △9월에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 정식지도부를 구성하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에 대한 비판론도 없지 않았다. 재야입당파를 중심으로 ”대통령제하에서 대통령이 집권여당의 총재를 맡는 것은 순리이나 나머지 당지도부조차 임명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재야입당파인 이창복고문은 위원, 영남 김중권부위원장 또는 노무현부총재, 호남은 김원기고문 또는 김봉호국회부의장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민주신당에 참여한 영입인사는 지금까지 85명에 이른다. 발기인 모임에 19명이 참여했고 이후 세 차례의 영입작업을 통해 66명이 합류했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조차 현재까지의 영입작업을 높이 평가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참신하고 굵직한 인사들이 눈에 확 띄지 않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총선 패배 가능성이 큼에도 DJ는 여입 문제로 유력인사를 접촉한 일이 없다. 96년 총선 때 YS는 얼마나 백방으로 뛰었는가. 쓸 만한 인물들을 줄줄이 청와대로 불러 설득하지 않았느냐.” 이 인사의 말처럼 현재까지 DJ가 외부인사 여입작업에 직접 나섰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DJ가 총선 채비에 적극적인 것은 분명하다.

    DJ는 이미 지난해 말 민주신당 지도부에 ‘1월20일 창당 전까지 내린 바 있으며 요즘도 가속페달을 밟을 것을 거듭 주문하고 있다. 민주신당은 지난해 12우러20일 정균환조직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9명의 조직책선정위를 띄었다. 하지만 작업은 그리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첫 작품인 1차 조직책공모와 선정이 그랬다.

    지난해 말 1차로 64개 지구당의 조직책 신청을 받은 결과 283명이 신청했다. 평균 44대 1의 경쟁률. 당초 예상경쟁률은 10대 1 정도였다. 더욱이 부산 대구 등 영남지역 38개 지구당은 99명만 신청서를 내 경쟁률은 2.6대 1에 불과했다.

    이에 자극받은 민주신당은 신년 벽두부터 2차 조직책 공모와 선정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직책선정위원장을 겸하는 정균환조직 위원장은 ”전문성과 참신성, 당선가능성을 기준으로 최선을 다해 엄정한 심사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창당 일정을 고려해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 공천 물갈이

    이만섭공동위원장은 12월29일 민주신당의 공천 과정에서 큰 폭의 물갈이를 추진할 뜻을 밝혔다. 그는 ” 미리 물갈이 폭을 정할 수는 없지만 당선가능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 후보자를 정할 것”이라면서 ”과거 총선에서도 대체로 30% 정도 바뀌었는데 상식적으로 최소한 그정도는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는 DJ의 뜻을 헤아린 발언으로 보인다. 지난해 여름부터 이른바 ‘젊은피 수혈론‘과 공천 물갈이론을 꺼냈던 DJ는 최근에도 같은 맥락의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민주신당 지도부에 ”무엇보다 당선될 사람들이 될 수 있도록하는게 중요하다. 나는 공천에서 누구를 밀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주변에서는 서울 등 수도권과 호남 공천에서 물갈이로 인한 커다란 파란이 일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상징성‘이 큰 호남의 경우 물갈이의 전범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 40∼50% 정도의 교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얼마 전 여론조사에서 당선안정권에 들어있는 현역의원이 47개 지역 중 10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서울의 현역의원들도 안심하기 힘들다는 관측도 많다. 현재까지 민주신당의 호남과 수도권 조직 선정이 지지부진한 것도 물갈이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뒤로 미루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민주신당내 차세대 주자들은 올 한해 자신을 부각시키기 위해 ‘두 단계 전략‘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DJ가 내놓은 ‘단계별 가이드라인‘ 때문이다. DJ는 우선 모든 차세대 주자들에게 ‘총선 복무‘를 요구하고 있다. ”총선 승리가 중요한 만큼 최대한 설득력 있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선거대채기구 등 임시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는게 DJ의 첫번째 지침이다.

    차세대 주자들은 1월 창당대회에서 지도부 경선으로 다투려 하지 말고 4월 총선에서의 득표력 제고로 선의의 경쟁을 하라는 것이다. 이는 지도부 구성을 둘러싼 과열을 막으면서 이인제당무위원, 김근태 노무현부총재 등 젊은 후보군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노련한 계산법‘에서 나온것으로 볼 수 있다. 대신 DJ는 9월 임시전당대회에서는 경쟁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주신당 지도부는 DJ가 총선을 치른 뒤 9월에 경선을 해보는게 좋으며 차기 대권주자들도 그때 뛸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한다.

    이에 따라 차세대 주자들은 일단 총선 공간에서의 기반 확대를 치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필연적으로 합쳐져야 한다”고 양당 합당론을 펴온 국민회의 이인제당무위원은 합당 무산 이후 활로를 찾기 위해 암중모색하고 있다. 그는 당초 양당이 합당하면 충청권에 출마, DJP연대와 충청권을 기반으로 대망론을 편다는 복안이었으나 현재는 한풀 꺾인 상태. 그의 한 측근은 ”이위원이 현재의 상황을 매우 중대하고 심각하게 보는것 같다”고 말했다. 이위원측은 내심 선거판을 누빌 수 있도록 DJ가 이위원에게 선대위원장 자리를 맡겨줬으면 하는 상태.

    이위원과 함께 ‘50대 트로이카‘로 불리는 김근태 노무현부총재는 차기를 위해 선수 하나를 더 쌓는 게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노부총재는 부산선거에서의 승리 여부가 정치적 명운을 좌우할 전망이다. 현역의 원이 아닌 이종찬부총재(서울 종로)와 정대철부총재(서울 중), 김중권부위원장 역시 새해 첫날부터 지역구 활동을 하며 총선 승리를 통한 재기와 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원로격인 조세형 김영배전총재권한대행과 김상현 김원기고문, 안동선지도위의장 등은 이미 민주신당 고문단에 안착, 새판짜기에서도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특히 한보사건 무죄판결을 받은 김상현고문은 총선 후 민주신당지도부 경선론에 다시 불을 지핀다는 계획이다.

    민주신당은 동교동신당?

    조직위 기획단 총무위 등 요직 장악


    ‘동교동계의 파워는 민주신당에서도 여전할까.’ 지난해 8월30일 김대중대통령이 국민회의 당중앙위에서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한 후 두 세달 동안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아니오’인 듯했다.

    당시 DJ와 여권이 가장 두려워한 것이 ‘신당이나 국민회의나 그게 그거 아니냐’는 소리였고 그래서 신당창당발기인 모임이나 신당창당추진위 발족 때 동교동계를 앞에 내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신당 내부의 추진력이 약해 창당작업이 가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특히 99년 11월 신당창당준비위 출범 전후로 동교동계 인사들은 하나 둘씩 전면에 서기 시작했다.

    상징적인 사건이 권노갑전의원의 민주신당창준위 고문 임명건. 당초 민주신당측 인선안에는 권전의원이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안은 국민회의측 4명과 영입파 4명으로 구성하되 국민회의측 4명은 조세형 김영배 전 총재권한대행, 김원기고문, 안동선지도위의장이었다는 것.

    그러나 이를 알게 된 국민회의쪽, 특히 동교동계가 막판에 권전의원과 김상현고문을 함께 넣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는 얘기다. 이에 이만섭공동위원장은 난색을 표명하기도 했지만 DJ의 의중이 포함 쪽이라고 판단, 인선안에 넣었다는 후문이다.

    동교동계의 득세는 분과위원장 임명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조직책 선정을 맡는 조직위와 창당까지의 온갖 이벤트를 총괄하는 기획단을 동교동계가 완전 장악한 것. 조직위원장과 부위원장은 정균환 윤철상의원이, 기획단장과 부단장은 최재승의원과 신계륜전의원이 맡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다른 분과위원장 자리는 영입파 등에 내줬지만 주요 분과의 부위원장 자리는 동교동사람들로 채워졌다. 예컨대 조직위, 기획단과 더불어 ‘3대 요직’으로 불리는 총무위의 경우 위원장 자리는 이재정 성공회대총장에게 돌아갔지만 부위원장은 정동채의원이 맡는 식이다.

    동교동계가 주류를 형성하면서 하나 둘씩 잡음도 생겨났다. 정균환조직위원장의 경우 위원장 초기에 “영입 채널을 독점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민주신당의 총장자리를 노리고 “오버액션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최의원도 다른 지도부와 마찰을 빚었다. 그는 기획단장 명의로 분과위원장들에게 업무추진 현황에 대한 보고서 제출을 요구, 반발을 샀다. 타 분과위원장들이 나서 “기획단장이 어떻게 분과위에 보고를 요구할 수 있느냐”고 항의했던 것.

    민주신당 내에서는 이런 상황에 대해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한쪽에서는 “민주신당이 지나치게 국민회의, 특히 동교동계 위주로 굴러가 개혁성과 민주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끊이질 않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시간도 없는데, 책임지고 일을 추진하려면 경험과 힘이 있는 동교동계가 나설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반론도 나오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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