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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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韓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금통위 내부 인하 가능성 대두… 고금리 길어지면 소비 및 건설투자 위축 우려

  • 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입력2024-03-0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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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월 22일 기준금리를 3.50%에서 동결했다.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25bp(1bp=0.01%p) 인상한 이후 동결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2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기에 시장은 금리 조정 여부보다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과 금통위원들의 입장에 좀 더 주목했다. 금통위원들은 이번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3.50% 동결을 결정했다. 소비자물가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물가 목표 수준인 2%를 상회하고 둔화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해 동결 대응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물가 목표 수준 상회하는 한국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2월 22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2월 22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행은 이번 회의에서 수정 경제전망도 함께 발표했다. 한국은행은 1년에 4번 경제전망과 수정본을 공개한다. 이번에 발표된 전망치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전망을 일부 수정한 내용으로 큰 변화는 없었다(그래프1 참조). 올해 경제성장률은 연간 2.1%로 종전 전망치를 유지했으며, 소비자물가상승률도 연간 2.6% 전망 수준에서 변하지 않았다. 다만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2.2%로 종전보다 0.1%p 하향 조정해 예상보다 둔화폭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근원 소비자물가 수정은 내수 소비가 생각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점에 기인한다. 수출은 예상보다 양호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유지하지만, 내수 부진으로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리라 전망한 것이다.

    통화정책 회의의 매파적 색채는 이전보다 옅어진 모습이다. 1월 성명문에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나간다”는 문구를 삭제했고, 이번 회의에서는 “물가 수준이 여전히 높다”는 문구를 삭제한 대신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물가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둔화 흐름은 유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성장 불확실성도 성명서에서 일부 언급되고 있다. 향후 경기 전망에서 정보기술(IT) 수출은 상방 요인이겠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가 여전함을 지적하며 내수와 금융 불안 등에 따른 성장 하방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성장 및 물가 관련 입장과 더불어 금통위원들의 시각도 일부에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지난 회의에서는 참석자 전원이 “향후 4개월 내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한 반면, 이번에는 금통위원 1명이 “향후 인하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조기 금리인하는 회의적이지만 연내 금리인하 필요 시각은 조금씩 형성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올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을까. 과거 한국은행은 대체로 물가가 안정적인 상황에서 수출이 부진할 때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최근 한국 경제는 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는 부진하지만 수출 증가율은 플러스로 전환하며 양호하다. 또한 소비자물가상승률도 여전히 2% 후반에 머물러 있어 당분간 기준금리 인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하반기 중에는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은행 전망대로 물가상승률 둔화세가 지속된다면 한국 수출이 양호하더라도 내수 부양 차원에서 금리인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금리가 장기화할 경우 소비나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민간 수요 위축이 심화될 수 있으며,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투자 및 고용 계획 역시 보수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가계 소비 여력이 더욱 취약해질 수 있는 만큼 소비 부진에 의한 물가 둔화 및 경기 관련 우려는 더욱 커질 수 있다.

    금리인하 시작은 미 연준이 선행해야

    다만 한국은행의 금리인하가 가능하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통화정책이 우선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조정 과정에서 내외 금리 차에 따른 자금 유출 우려도 금융 안정 측면에서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그래프2 참조). 연초 금융시장에서 높아졌던 연준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는 최근 미국 물가 및 고용보고서 발표 이후 약화되고 있다. 예상보다 물가 둔화 속도가 느리고, 비농가 신규 고용의 양호한 흐름과 낮은 실업률 또한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서다.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살펴보더라도 연준 위원들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면서 조기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를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연준 내부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효하고, 제약적인 통화 긴축에 따른 경기 하방 리스크 우려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연준이 물가 안정에 무게를 뒀다면 올해는 물가와 성장 안정에 균형을 맞추는 모습이다. 물가 둔화세가 좀 더 가시화되고 노동시장 내 둔화 흐름이 나타날 경우 보험 차원에서 연준이 금리인하를 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미국 기업이익의 둔화와 타이트한 레버리지 여건, 기업들의 보수적인 고용 계획 등을 고려할 때 올해 2분기 중 미국 노동시장 둔화는 좀 더 가시화될 전망이며, 이를 통해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서 3월 금리인하 기대는 약화됐지만 6월 인하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시장 예상대로 2분기 중 미국 금리인하가 가시화된다면 한국은행의 통화 이완 가능성도 함께 커질 것으로 보이며, 3분기 중 한국도 금리인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한국과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성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3월 예정된 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바라보는 경제 및 물가 전망 변화와 연준 위원들의 금리인하 전망이 담긴 점도표가 어떻게 변화될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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