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깊이를 만드는 것은 긴 신뢰의 역사일 것이다. 스포츠카 제조사에 기대하는 믿음은 고속 주행 안정성으로, 이는 스포츠카 기술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공기 저항을 낮추는 디자인, 회전 구간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기술, 빠른 가속력을 발휘하는 파워트레인, 운전자가 주행에 집중할 수 있는 편안한 실내 구조 등 차량을 구성하는 대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스포츠카 브랜드는 오랜 시간 강력한 고속 주행 성능과 이를 뒷받침하는 안정성을 갖추며 신뢰를 쌓아왔다. 또 이러한 브랜드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는 무언가다. 그것을 스포츠카의 낭만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최근 페라리는 이탈리아 모데나에 위치한 엔초 페라리 박물관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맞춤 주문 제작 서비스인 ‘퍼스널라이제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만든 차량들을 공개한 것인데, 전시된 차량에는 오너의 개성과 취향, 욕구가 녹아들어 있다. 달리 말하면 페라리가 오너의 낭만을 실현해주고 있는 것이다. 플라비오 만조니 페라리 최고 디자인 책임자는 새로운 시도인 페라리 812 컴페티치오네 테일러 메이드, 이탈리아 왕실 가문의 상징을 담아 1948년 제작한 페라리 166 MM 등을 전시하고, 관람객들에게 “우리는 꿈을 현실로 만든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값비싼 차량을 구입하는 건 어렵지만 페라리 팬에게는 희귀한 모델을 마주하고, 브랜드의 활동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 될 테다. 그래도 부족하다면 디지털 기술에 기대어 볼 수 있겠다. 관람객은 페라리 스타일링 센터가 제공하는 소재, 직물, 색상 및 다양한 옵션을 직접 체험해보고 자신이 꿈꾸는 페라리를 디자인하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얼마 전 국내에선 미국 머슬카를 상징하는 7세대 ‘올-뉴 포드 머스탱’이 공식 출시됐다. 머스탱은 1964년 1세대가 출시된 이후 한 번도 생산 중단 없이 판매돼온 인기 모델이다. 머슬카의 아이콘답게 영화나 미디어에 자주 등장했다. 머스탱을 운전하는 영화 캐릭터는 셀 수 없이 많고, 캐릭터가 지닌 서사는 자연스럽게 머스탱에 녹아들었다. 머스탱을 보고 어떤 영화 속 인물을 떠올리느냐에 따라 머스탱에 대한 감성이 달라진다. 필자의 경우 영화 ‘존 윅’이 떠올랐다. 4편에 달하는 긴 서사는 존 윅이 1969 머스탱 마하 1를 탈취당하면서 시작되기에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머스탱은 60년간 전통을 유지하며 변화해왔는데, 7세대에서도 그 유산을 찾아볼 수 있다. 외형 디자인은 머스탱의 형태를 계승했다. 상부 그릴 디자인과 시그니처 3분할 LED(발광다이오드) 램프는 오리지널 머스탱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날렵한 루프 라인과 짧은 리어 오버행은 1세대 머스탱 디자인 비율을 재연한 것이다. 가장 머스탱다운 점은 머슬카의 투박하고 거친 느낌이 녹아 있다는 것이다. 얇은 선과 미니멀한 형태, 미래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요즘 차량과는 다른 선상에 있다. 인테리어에서도 이러한 감각은 계속된다. 손에 만져지는 것들은 볼드하고, 디지털화가 이뤄진 화면은 크고 시원하다. 또 전투기에서 영감을 받아 디스플레이를 운전자 쪽으로 향하게 만들어 직관성도 높였다. 7세대 머스탱 공개 행사에는 1세대 머스탱 차량이 전시돼 1세대와 7세대의 차이를 직접 비교할 수 있었다. 기능과 형상에서 60년 세월이 느껴졌지만, 머슬카가 가진 볼드한 느낌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 사람은 스포츠카의 낭만을 잘 이해한다. 이탈리아 스포츠카 브랜드들은 빠르고 강력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운전하면서 바람을 느끼고 세워진 차를 보면서 시각적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차들을 만들어왔다. 마세라티 모델들이 그렇다. 긴 보닛에서 시작되는 유려한 곡선미는 눈을 호강하게 하고, 우렁찬 엔진음은 귀를 짜릿하게 만든다. 부드러운 가죽으로 마감한 실내는 촉감을 자극하며, 민첩한 주행 성능은 온 몸을 기분 좋게 한다.
1963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이고 이듬해 출시된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가 출시 60주년을 맞았다. 콰트로포르테는 럭셔리 스포츠 세단이다. 1세대는 경주용 차량에서 파생된 8기통 엔진을 바탕으로 우아한 실루엣의 디자인, 세련된 인테리어를 갖춰 선구적인 자동차로 평가받았다. 레이싱 감성을 지닌 이 럭셔리 세단은 초기 모델의 경우 최고속도가 230㎞/h에 달해 스포츠카 못지않았다. 콰트로포르테는 6세대에 이르기까지 기술적 변화를 수용해왔는데, 그럼에도 스포츠 럭셔리 세단이라는 정체성은 잃지 않았다. 이 매력적인 콘셉트에 자동차 역사의 거장들이 동참했다. 프루아의 디자인 이후 베르토네, 주지아로, 간디니, 피닌파리나가 이어받아 디자인을 발전시켰다. 시대에 맞춰 세련됨을 유지하면서 그 본질은 놓치지 않았다. 그 점이 오랫동안 팬들의 신뢰를 얻어온 비결일 것이다.
꿈을 현실로 만드는 페라리
이탈리아 모데나에 위치한 엔초 페라리 박물관에서 전시회를 개최한 페라리. [페라리 제공]
얼마 전 국내에선 미국 머슬카를 상징하는 7세대 ‘올-뉴 포드 머스탱’이 공식 출시됐다. 머스탱은 1964년 1세대가 출시된 이후 한 번도 생산 중단 없이 판매돼온 인기 모델이다. 머슬카의 아이콘답게 영화나 미디어에 자주 등장했다. 머스탱을 운전하는 영화 캐릭터는 셀 수 없이 많고, 캐릭터가 지닌 서사는 자연스럽게 머스탱에 녹아들었다. 머스탱을 보고 어떤 영화 속 인물을 떠올리느냐에 따라 머스탱에 대한 감성이 달라진다. 필자의 경우 영화 ‘존 윅’이 떠올랐다. 4편에 달하는 긴 서사는 존 윅이 1969 머스탱 마하 1를 탈취당하면서 시작되기에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머스탱은 60년간 전통을 유지하며 변화해왔는데, 7세대에서도 그 유산을 찾아볼 수 있다. 외형 디자인은 머스탱의 형태를 계승했다. 상부 그릴 디자인과 시그니처 3분할 LED(발광다이오드) 램프는 오리지널 머스탱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날렵한 루프 라인과 짧은 리어 오버행은 1세대 머스탱 디자인 비율을 재연한 것이다. 가장 머스탱다운 점은 머슬카의 투박하고 거친 느낌이 녹아 있다는 것이다. 얇은 선과 미니멀한 형태, 미래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요즘 차량과는 다른 선상에 있다. 인테리어에서도 이러한 감각은 계속된다. 손에 만져지는 것들은 볼드하고, 디지털화가 이뤄진 화면은 크고 시원하다. 또 전투기에서 영감을 받아 디스플레이를 운전자 쪽으로 향하게 만들어 직관성도 높였다. 7세대 머스탱 공개 행사에는 1세대 머스탱 차량이 전시돼 1세대와 7세대의 차이를 직접 비교할 수 있었다. 기능과 형상에서 60년 세월이 느껴졌지만, 머슬카가 가진 볼드한 느낌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포츠 럭셔리 세단 정체성 이어온 마세라티
1963년 첫선을 보인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1세대. [마세라티 제공]
1963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이고 이듬해 출시된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가 출시 60주년을 맞았다. 콰트로포르테는 럭셔리 스포츠 세단이다. 1세대는 경주용 차량에서 파생된 8기통 엔진을 바탕으로 우아한 실루엣의 디자인, 세련된 인테리어를 갖춰 선구적인 자동차로 평가받았다. 레이싱 감성을 지닌 이 럭셔리 세단은 초기 모델의 경우 최고속도가 230㎞/h에 달해 스포츠카 못지않았다. 콰트로포르테는 6세대에 이르기까지 기술적 변화를 수용해왔는데, 그럼에도 스포츠 럭셔리 세단이라는 정체성은 잃지 않았다. 이 매력적인 콘셉트에 자동차 역사의 거장들이 동참했다. 프루아의 디자인 이후 베르토네, 주지아로, 간디니, 피닌파리나가 이어받아 디자인을 발전시켰다. 시대에 맞춰 세련됨을 유지하면서 그 본질은 놓치지 않았다. 그 점이 오랫동안 팬들의 신뢰를 얻어온 비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