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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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는 ‘패자의 게임’, 실수 줄여야 승자 된다

[김성일의 롤링머니]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의 금메달을 지켜보며… 수비적 투자 방식이 장기적 승리에 도움

  • 김성일 ‘마법의 연금 굴리기’ 작가

    입력2023-10-18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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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9회 항저우아시안게임이 10월 8일 폐막했다. 이번 아시안게임도 많은 이에게 여러 볼거리와 함께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나는 특히 ‘배드민턴 여왕’ 안세영(21·삼성생명)의 경기를 인상 깊게 봤다.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때 1회전에서 탈락한 그는 당시 세계 랭킹 1위로 자신에게 패배의 쓴맛을 안긴 중국 천위페이와 결승에서 다시 만나 오른쪽 무릎 부상을 이겨내고 승리했다.

    현 세계 랭킹 1위인 안세영의 강점은 완벽에 가까운 수비 능력이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단련한 강한 체력과 끈끈한 수비력으로 화려한 공격 없이도 세계 랭킹 1위가 됐다. 이번 결승에서도 천위페이의 강한 공격을 끊임없이 막아내며 상대의 체력을 고갈시켰다. 천위페이는 3세트에서 걸음을 내딛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무릎 부상을 이겨낸 안세영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완벽에 가까운 수비 능력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거머쥔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 [뉴스1]

    완벽에 가까운 수비 능력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거머쥔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 [뉴스1]

    ‘머니게임’도 승자 아닌 패자의 게임

    안세영의 경기를 보자 주식투자자 사이에서 매우 유명한 ‘패자의 게임’이 떠올랐다. 패자의 게임이란 찰스 엘리스가 쓴 투자 명저 ‘패자의 게임에서 승자가 되는 법’에 소개돼 유명해진 개념이다. 승자의 게임에서는 플레이어의 올바른 행동이 승부를 결정하지만, 패자의 게임에서는 플레이어의 실수가 승패를 가른다.

    엘리스는 사이먼 라모 박사가 테니스 경기를 분석해 승자의 게임과 패자의 게임 간 차이를 발표한 데서 영감을 얻었다. 라모 박사에 따르면 테니스 경기는 크게 프로가 뛰는 경기와 아마추어가 뛰는 경기로 나뉜다. 두 경기는 규칙, 장비, 복장은 동일하지만 경기 양상은 아주 다르다. 라모 박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프로 테니스의 경우 점수의 약 80%가 승점이지만 아마추어 테니스에서는 실수에 의한 점수가 80%였다.

    저명한 군 역사학자 새뮤얼 엘리엇 모리슨 제독은 “전쟁에서도 실수는 피할 수 없으며 전략적 실수를 덜 하는 쪽이 전쟁에서 승리한다”고 분석했다. 전쟁 역시 패자의 게임이라는 것이다. 아마추어 골프도 마찬가지다. 토미 아머는 저서 ‘How to Play Your Best Golf All the Time’에서 “승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쁜 샷을 덜 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스는 “투자 운용으로 불리는 ‘머니게임’이 과거에는 ‘승자의 게임’이었으나 지금은 ‘패자의 게임’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이는 수십 년 전에는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먼저 알아내는 것이 투자 의사결정에 핵심 요소였지만, 현재는 모두 좋은 정보를 알고 있으며 엄청난 컴퓨터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액티브펀드 매니저는 다른 수많은 펀드 매니저, 기관, 전문 투자자와 경쟁한다. 그들 모두는 무척 뛰어나 누구 하나 특출나기 어렵다. 그들의 투자 성과 결과가 시장이고 시장 수익률을 뛰어넘기 힘들다. 특히 운용비용과 수수료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시장 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에 투자해 시장에서 얻어맞지 않아야 한다. 인덱스 투자는 재미있거나 흥미롭지 않아도 성과가 확실히 나온다. 엘리스는 투자란 비용과 수수료를 줄이고 잘못된 종목이나 애매한 펀드를 고르는 실수를 줄여야 하는 패자의 게임이라고 말한다. 실수가 잦으면 최종 경기에서 지게 된다는 얘기다.

    그의 말에 100% 공감한다. 특히 개인투자자는 더더욱 그렇다. 자신은 좋은 종목을 찾을 수 있고, 제대로 된 시점에 매매해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투자에 나서는 이가 많다. 승자의 게임을 하고 있다고 착각해 승점을 올릴 방법만 찾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가격이 상승하는 종목을 찾아낼지, 어느 시점이 최적의 매수/매도 타이밍인지가 관심사다. 이 두 가지를 잘 알면 공격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고, 이게 반복되면 최종 승리자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의 생각과 달리 투자가 패자의 게임이라는 사실이다. 종목 찾기와 매매 타이밍 선택은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이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한두 번은 맞출 수 있지만 반복적이고 지속적이기는 불가능하다.

    실수 횟수가 승패 가르는 아마추어 경기

    패자의 게임에서 최종 승자가 되는 방법은 화끈하고 매력적인 스매싱 공격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 대신 실수를 줄여 실점하지 않음으로써 포인트를 쌓아가면 된다. 개인투자자가 투자라는 게임에서 꾸준히 승리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투자가 패자의 게임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승자의 게임을 하고 싶은 본능은 이해하지만, 어서 빨리 깨우치지 않으면 계좌에 상처만 깊어질 뿐이다. 두 번째로 종목 선정, 펀드 선정 실수를 줄이기 위해 지수에 투자하는 것이다. 지수형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면 비용과 수수료라는 실패(손해) 포인트 역시 10분의 1 이상 줄어든다. 세 번째는 매매 타이밍을 맞추려다 실패하지 말고 자산배분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시장 지수에 투자하더라도 너무 비싼 시점에 들어가면 투자 실패가 예정될 수밖에 없다. 어느 시점이 비싸고 싼지를 알 수 없으니, 주식 하락과 변동을 방어해줄 자산에 나눠 투자하는 것이다. 채권과 해외자산, 금, 달러 같은 대체투자 자산에 분산하는 것이 방법이다. 이를 통해 매매 타이밍이라는 고민을 덜 수 있다.

    투자에서 공격적인 플레이는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GETTYIMAGES]

    투자에서 공격적인 플레이는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GETTYIMAGES]

    요약해보자. 스포츠 경기, 특히 아마추어 경기에서는 뛰어난 공격력보다 실수를 줄이는 능력이 중요하다.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 같은 스포츠에서는 실수 횟수가 승패를 가른다. 실제로 이런 경기를 해본 사람은 최선을 다해 실수를 줄이려 한다. 이런 스포츠 경기의 특성은 투자와도 매우 비슷하다. 예측과 전망을 기반으로 좋은 종목을 고르고 최적의 매매 타이밍을 찾는 일은 스매싱과 드라이브 공격으로 1점을 얻으려는 것과 같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적인 플레이는 높은 리스크를 동반하며, 실제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패자의 게임에선 수비적인 투자 방식이 안정성을 추구하고 장기적인 승리를 위해 꼭 필요한 전략이다. 물론 재미없다고 여겨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당신이 ‘어렵게 모은 큰돈’이 걸린 일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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