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3

2021.08.20

100조 시장 잡아라! 네이버 vs 카카오 ‘웹툰 전쟁’

美 만화 앱 1위 ‘라인웹툰’, 日 온라인 만화 1위 ‘픽코마’ 순항 중

  • 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1-08-20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네이버웹툰(왼쪽)과 카카오웹툰 로고. [사진 제공 · 네이버웹툰, 카카오웹툰]

    네이버웹툰(왼쪽)과 카카오웹툰 로고. [사진 제공 · 네이버웹툰, 카카오웹툰]

    웹 공간이 태동할 무렵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는 콘텐츠는 뉴스와 카페 글 정도였다. 2000년대 초반 커뮤니티와 개인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무료 만화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웹툰 시대가 열렸다. 웹툰은 인터넷 콘텐츠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다. 음악, 뉴스, 영화 같은 콘텐츠에 인터넷 시대 이전에도 존재했다. 과거 워크맨과 신문지, 비디오 대여점에서 MP3 플레이어, 포털사이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전달 방식만 바뀌었을 뿐이다.

    웹툰은 기존 만화라는 매체와 결을 달리 한다. 만화방이나 서점에서 보던 만화책 형태와 달리 이미지를 세로로 길게 배치한다. 권 단위인 만화 제책·대여요금 부과 체계는 웹툰 공간에선 회 단위 무료 공개 방식으로 바뀌었다. 웹툰 내용 또한 인터넷 유통을 전제로 빠른 호흡이 기본이다.

    웹툰 작가 등용문 ‘도전 만화’

    한국 웹 공간에 등장한 지 20년 만에 웹툰은 케이팝(K-pop)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 장르로서 일본과 동남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 시장으로도 세를 넓히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웹툰 시장 규모는 1조 원을 넘어섰다. 2013년 1500억 원에서 6년 만에 7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웹툰 시장은 매년 평균 20% 이상 성장해 디지털 콘텐츠 분야 중에서도 두드러진다. 웹툰 성장에는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두 IT(정보기술) 공룡 기업의 치열한 경쟁이 한몫했다. 다음(현 카카오)은 2002년 온라인 만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웹툰이라는 이름으로 2005년 만화 서비스를 출범한 네이버보다 앞선다.

    온라인 만화 서비스의 후발주자인 네이버는 웹툰이라는 브랜드를 적극 육성해 이 시장의 1인자가 됐다. 2006년 신인 웹툰 작가 발굴 이벤트인 ‘도전 만화’를 개최한 것이 주효했다. 이후 네이버웹툰은 신진 작가 등용문이 됐는데, 아티스트와 네이버 모두의 ‘윈윈(win-win)’으로 이어졌다. 네이버는 ‘도전 만화’ 코너를 ‘Canvas’라는 별도 플랫폼으로 개편해 론칭하기도 했다.

    풍부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네이버는 웹툰 사업을 계속 확장했다. 2014년 ‘라인웹툰’이라는 이름으로 미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라인웹툰은 올해 상반기 미국 구글플레이 만화 애플리케이션(앱) 중 수익 1위를 기록하는 등 북미시장에 안착했다. 올해 들어선 미국 웹 콘텐츠 시장에 더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나섰다. 1월 네이버는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인 미국 왓패드를 9억 달러(약 1조313억 원)에 인수했다. 왓패드는 회원 9000만 명을 보유한 콘텐츠 기업으로 웹툰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3월에는 한국 웹툰을 번역해 190개국에 서비스하는 ‘태피툰’ 운영사 콘텐츠퍼스트 지분 25%를 인수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2013년 웹툰 서비스 ‘라인망가’로 만화 왕국 일본에도 도전장을 냈다. 일본 내 1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인 자사의 라인 브랜드를 앞세운 것이다. 2017년 웹툰 부문을 네이버웹툰주식회사로 분사한 데 이어 지난해 5월 네이버웹툰(한국), 웹툰엔터테인먼트(미국), 라인디지털프론티어(일본) 등으로 나뉘어 있던 웹툰 관련 자회사를 미국 웹툰엔터테인먼트로 통합했다.

    카카오는 다음 시절이던 2000~2010년 한국 웹툰의 선두 주자로 자리를 지켰지만 그 후 네이버의 물량 공세에 압도당했다. 2014년 카카오 합병을 계기로 다시 웹툰 시장에서 대대적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2016년 카카오는 일본에서 온라인 만화 서비스 ‘픽코마’를 출시해 네이버의 라인망가 추격에 나섰다. 일본 만화 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지만 어디까지나 만화책 중심이다. 픽코마는 일본 독자들에게 모바일 인터페이스에 최적화된 새로운 포맷의 만화를 선보였다. 독자 편의성에 주력한 덕에 픽코마는 지난해 일본 온라인 만화 시장에서 라인망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올해 2분기에는 전 세계 모바일 앱 가운데 매출 기준 7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카카오웹툰으로 새 단장

    카카오웹툰이 원작인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사진 제공 · 카카오웹툰, JTBC]

    카카오웹툰이 원작인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사진 제공 · 카카오웹툰, JTBC]

    카카오는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전반을 재정비하고 있다. 3월 카카오페이지의 웹소설과 음악 콘텐츠 ‘멜론’을 모두 통합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자사 지식재산권(IP)을 통합 관리하기 시작했다. 네이버가 콘텐츠업체를 대거 인수하자 카카오도 웹소설 플랫폼 ‘레디시’, 웹툰 플랫폼 ‘타파스미디어’ 인수로 대응한 모양새다. 카카오가 기존 다음웹툰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8월 1일 정식 출범한 카카오웹툰이 온라인 만화 시장에 어떤 돌풍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웹툰 시장에서 격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세계 웹툰 시장 규모는 7조 원가량이다. 웹툰 IP를 활용한 영화, 드라마 시장까지 감안하면 시장 규모는 최대 100조 원에 달할 정도로 커진다. 넷플릭스 ‘스위트홈’이나 tvN ‘미생’, JTBC ‘이태원 클라쓰’, OCN ‘경이로운 소문’ 등 웹툰 원작의 드라마가 더는 낯설지 않다. 2013년 개봉한 ‘은밀하게 위대하게’, 2015년 ‘내부자들’, 2017년 ‘신과 함께’ 등 영화는 물론, 연극 ‘한 번 더 해요’, 뮤지컬 ‘원모어(One More)’까지 웹툰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창작물이 사랑받고 있다.

    1990년대 후반 한국은 빠른 속도로 초고속 인터넷망과 개인용 컴퓨터(PC)를 보급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0년대 초반 한국 웹 서비스는 세계 각국이 참고하는 롤 모델이었다. 다음 카페, 네이버 지식인, 싸이월드 같은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가 등장했다. 다만 한국 웹 플랫폼은 이후 글로벌 수준의 서비스로 자리 잡지 못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 선보인 웹툰은 어떤가. 당초 ‘만화는 아이나 보는 것’이라는 고정관념 속에서 문화 콘텐츠나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지 못했다. 작가들의 창작 노력과 네이버, 카카오라는 양대 IT 기업의 경쟁을 통해 한국 웹툰은 세계시장에서 더 큰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콘텐츠업체 인수, 플랫폼 통합 경쟁을 벌이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라이벌전에 귀추가 주목된다.

    네이버웹툰이 원작인 넷플릭스 웹드라마 ‘스위트홈’. [사진 제공 · 네이버웹툰, 넷플릭스]

    네이버웹툰이 원작인 넷플릭스 웹드라마 ‘스위트홈’. [사진 제공 · 네이버웹툰, 넷플릭스]

    *포털에서 ‘투벤저스’를 검색해 포스트를 팔로잉하시면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