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63

2020.11.06

“바이든 당선 땐 대외정책 급변, 쿼드도 TPP처럼 사라질 판”

  •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입력2020-10-31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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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동아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동아db]

    미국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주요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후보가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선거를 결정짓는 핵심 지역에서는 그 차가 크지 않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말과 행동으로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정작 투표장에서는 트럼프에게 표를 던지는 ‘샤이(shy) 트럼프’의 존재 가능성을 고려할 때 현재 미국 대선은 박빙으로 봐야 할 것이다.

    스윙스테이트의 표심

    대통령선거 투표인단이라는 간접선거제를 택하고 있는 미국 대선의 특성상 인구가 많은 뉴욕주나 캘리포니아주에서 아무리 표 차가 크게 나온다 해도 그 주에서 얻는 투표인단 투표수는 고정돼 있다. 오히려 인구가 적어 투표인단 수는 적어도 선거 당일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스윙스테이트’의 표심이 중요하다. 200여 년 전 미국이 연방국가로 탄생하는 과정에서 인구수가 적은 주를 배려하려고 만든 대통령선거 제도의 결과다. 

    2016년 공화당 트럼프 대선후보는 스윙스테이트에서 예상을 뒤엎고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대선후보를 근소한 차로 이김으로써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당시 클린턴 후보는 전국적 투표에서는 300만 표 가까이 승리했지만 당선에 필요한 투표인단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하는 공식 역시 마찬가지다. 전국적인 투표율에서는 패하더라도 기존 공화당 강세지역을 지키고, 스윙스테이트에서 이기면 된다. 

    문제는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공식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현재 스윙스테이트로 구분할 수 있는 지역은 미시간, 위스콘신,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애리조나, 네바다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지키면 안정적으로 재선에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애리조나, 네바다, 미네소타에서 바이든 후보가 우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투표인단이 많은 플로리다(29명)와 오하이오(18명)에서는 반드시 승리해야 하나, 여전히 근소하게 뒤지고 있다.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은 견고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지지층 내에서는 지지율이 80% 이하로 떨어져본 적이 없다. 유튜브 검색률이나 빅데이터 검색률에서도 바이든 후보보다 우위에 있다. 비호감도는 높을지언정 개인적인 인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반기에 비해 상승 중인 미국 경제상황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긍정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현재 미국 대선은 박빙으로 봐야 한다. 바이든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도 적잖다. 선거 당일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바이든 후보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이는 우편투표에 대해 트럼프 후보가 무효를 선언하고 법정으로 문제를 가져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야말로 안갯속 대선 국면이다.

    전례 없는 대외정책의 차이점

    과거 미국 대선에서 대외정책 분야는 국익을 우선시하는 ‘양당적 접근(bipartisan approach)’으로 인해 다소 차이가 있긴 해도 큰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바이든 후보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동맹을 중요시해온 공화당의 입장에서 벗어나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신고립주의적 성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바이든 후보는 동맹 복원에 중점을 두며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리더 역할을 회복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양 후보는 기후변화나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 정책에서부터 대(對)중국 정책과 한반도 문제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외교 영역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근본적으로 ‘미국이 다시 세계 리더로서 역할을 강화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시각차가 존재하기 때문인데, 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되는가에 따라 세계질서가 다시 한 번 요동칠 전망이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미·중 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반중노선을 선거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할 경우 중국을 더욱 거세게 압박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이후 중국 당국과 관영매체 등이 보인 냉소적 태도는 그의 대중국 강경노선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반면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선출될 경우 미·중 경쟁은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바이든 후보 역시 중국의 잘못된 무역관행을 비판하며 미국에 대한 도전을 물리쳐야 한다는 위기의식은 갖고 있지만, 그 대응 수단으로 기존 국제규범과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기후변화나 WTO 등 국제기구와 관련해서도 양 후보는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구온난화 자체를 불신하며 석유, 석탄 등 전통적 에너지원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반대로 바이든 후보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복귀하겠다는 입장이다. WTO와 관련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기구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상소기구 위원 선임을 반대하고 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WTO의 국제규범 기여를 평가하면서 국제기구 개혁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전혀 다른 한반도 문제 접근법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오른쪽)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0월 6일 일본 도쿄에서 만나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오른쪽)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0월 6일 일본 도쿄에서 만나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는 한반도 정책에서도 입장 차를 드러내고 있다. 먼저 북핵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며 정상 간 유대를 통해 문제를 풀어간다는 톱다운(top-down) 방식을 이어가려는 모습이다. 자신이 아니었다면 이미 한반도에서 전쟁이 났을 것이라고 과장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대화를 통해 북한 비핵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식 접근이 북한 비핵화를 이뤄내지도 못하면서 북한의 외교적 고립만 탈피하게 해줬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 실무진 간 협의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보여야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는 보텀업(bottom-up) 방식을 언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정반대 접근법을 제시한 것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에 양보하겠다는 의미가 아니고, 바이든 후보도 북한과 대화를 중단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양측 모두 북한 비핵화를 추구하고 있다. 동시에 북한 비핵화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단계적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점도 유사하다. 하지만 대북 협상 방식의 차이로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미·북 대화는 상당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선호하는 톱다운 방식을 언급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모습이다. 7월 10일 김여정 제1부부장의 대미담화 내용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과의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희망한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시작될 경우 조기에 미·북 대화를 재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북한이 핵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에 구체적 성과로 이어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테지만, 대화 재개는 북한의 전략도발 예방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고 그만큼 한반도에서 새로운 긴장이 조성될 가능성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바이든 후보가 당선할 경우 북한은 그들의 가치를 높여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을 발사하며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하려 들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고 협상에 임한다 해도 실무회담에서부터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한미관계에서도 양 후보는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한미동맹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이 미군 주둔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재선에 성공한다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에서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해올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정책인 쿼드(Quad) 참여나 글로벌 공급 네트워크에서 중국 기업을 배제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도 상당한 압력이 가해질 것이다.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문제도 다시금 제기될 전망이다. 바이든 후보 역시 미국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과 적잖은 갈등을 감수하겠지만, 압박 강도는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동맹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압박을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현명한 외교 행보 필요

    한미관계를 강화하고 좀 더 지속가능한 동맹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가올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현명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래야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하고 국익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가올 미국 대선은 향후 4년의 한미관계뿐 아니라, 남북관계, 한중관계, 한일관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중대한 문제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행보를 보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좀 더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현재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한국의 쿼드 참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재선에 성공했는데도 한국이 쿼드 참여를 반대한다면 한국은 미국의 2류 동맹으로 전락할 것이다. 반대로 바이든 행정부가 탄생할 경우 쿼드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같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고려한 외교적 행보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외교적으로는 쿼드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실제 가입과 활동은 미국 대선 이후 수위를 조절하면서 추진하면 된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탄생하게 되면 자연스러운 가입으로 이어질 테고, 바이든 행정부가 탄생한다면 쿼드 추진은 중단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자연스럽게 한국의 부담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동맹국인 미국의 지역전략에 대해 너무도 쉽게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중국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겠으나, 중국의 지역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실크로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수차례나 표명하면서도 동맹국인 미국의 지역전략은 너무도 쉽게 부정했다.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모든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는 현명한 행보가 필요하다. 공화당과 민주당 양측 모두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전달하면서 지속가능한 협력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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