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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처리 1위 우체국택배, “그나마 좋은 직장”으로 꼽히는 이유

산재 처리 많은 것은 보험 가입 때문, “근무환경도 민간기업보다 낫다”

  •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산재 처리 1위 우체국택배, “그나마 좋은 직장”으로 꼽히는 이유

배송지에 따라 분류 작업이 이뤄지는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 [동아DB]

배송지에 따라 분류 작업이 이뤄지는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 [동아DB]

‘산업재해(산재) 처리가 많은 회사가 좋은 회사다.’ 

역설적으로 들리는 이 말이 택배업계에는 통한다. 올해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배송 물량이 증가하면서 택배기사들이 잇달아 목숨을 잃고 있다. 현재까지 발생한 사망자는 14명으로 CJ대한통운 6명, 쿠팡 4명, 우체국택배, 한진택배, 로젠택배, 건영택배가 각 1명이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에 따르면 이들 중 대다수가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로 추정된다. 택배기사는 배달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음에도 새벽부터 나와 분류 작업을 하고 한밤중까지 물건을 배달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한다. 

10월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 8월까지 택배기사 14명이 산재로 사망하였고, 업무상 사고 또는 질병으로 산재 승인을 받은 경우도 400여 건에 이른다. 같은 기간 산재로 인한 사망은 CJ대한통운이 3명으로 가장 많았고, 우체국택배와 한진택배가 각각 2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산재로 승인 건수에서는 우체국택배가 68건으로 가장 많고, CJ대한통운(40건), 로젠택배(9건), 한진택배(7건) 순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소속 공공기관인 우체국물류지원단에서 운영하는 우체국택배가 산재 승인이 가장 많다는 점은 의외로 보일 수 있다. 특히 2018년 5건이던 산재 승인이 2019년 29건, 2020년 8월 기준 28건으로 눈에 띄게 늘어난 점도 운영상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기타에는 쿠팡을 비롯, 기업 간 소화물 이동을 주로 하는 기업택배사들이 포함돼 있음

※기타에는 쿠팡을 비롯, 기업 간 소화물 이동을 주로 하는 기업택배사들이 포함돼 있음

우체국택배 산재보험 가입 1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을 이해할 수 있다. 2018년에서 2019년 사이 산재 신청 및 승인 건수가 늘어난 것은 우체국물류지원단에서 직접 관리하는 택배기사의 수가 약 7~8배 급증한 데서 기인한다. 기존에는 직접 고용한 300~400명만 직접 관리하고 나머지는 위탁 형태로 운영했는데 2018년 7월 1일부터 택배기사의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기존의 위탁 형태를 특수고용직(근로계약이 아닌 위임계약이나 도급계약으로 생활하는 개인사업자형태의 근로) 계약 형태로 바꾸며 직접 관리를 하는 한편 인원도 추가로 새로 뽑아 근로자 규모를 2800여 명까지 늘렸다. 그리고 이듬해 다시 증원해 현재의 3800여 명으로 확충했다. 

우체국택배는 종사자 기준으로 업계 3위다.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을 기준으로 등록된 택배노동자는 총 2만4845명이다. CJ대한통운(5139명)이 가장 많고 로젠(4482명), 우체국물류지원단(3746명), 한진(252명), 일양로지스(182명), 롯데(132명), KGB(101명) 등이다. 

하지만 산재보험 가입자를 기준으로 하면 우체국택배(2601명)가 1위를 차지하고 CJ대한통운(1834명), 로젠(1278명), 일양로지스(156명), 한진(52명)이 그 뒤를 잇는다. 산재보험은 근로자의 작업 혹은 업무와 관련되어 발생한 질병, 부상, 사망 따위의 재해를 보상하기 위한 제도다.

※기타에는 기업 간 소화물 이동을 주로 하는 기업택배사들이 포함돼 있음

※기타에는 기업 간 소화물 이동을 주로 하는 기업택배사들이 포함돼 있음

택배기사를 비롯한 특수고용직 종사자 14개 업종은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지만 본인이 신청하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문제는 보험료 부담을 꺼리는 사업주가 보험 제외 신청을 강요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우체국택배에 비해 민간기업의 적용 신청자 수가 적은 이유도 보험료 절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건당 수수료 1.5~2배, 하루 배달 물량도 제한

10월 23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원들이 과로사 주장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동아DB]

10월 23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원들이 과로사 주장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동아DB]

우체국택배는 근무 환경도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른 민간기업과 달리 자동화시스템을 기반으로 분류작업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고 택배기사에게 지급하는 건당 수수료도 평균 1175원으로, 다른 민간 기업 600~800원의 1.5~2배 수준이다. 우체국택배의 경우 1인당 배달 물량을 하루 190개로 제한한다. 택배연대노조에 따르면 10월 8일 민간기업에서 일하다가 사망한 택배기사의 경우에는 하루 평균 400여개의 물량을 배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우체국물류지원단 택배운영팀 관계자는 “위탁의 경우 2년마다 재계약을 하는데 민간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인력들도 많이 지원한다”면서 “다른 민간 기업의 경우 택배기사가 몸이 아파 하루 쉬면 업체가 손해 보는 금액을 기사가 물어내야 하는데, 우체국택배의 경우에는 다른 사람으로 대체 가능하고 옆 사람들이 물량을 나눠 소화해주는 등 최대한 융통성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무환경이 좋아도 택배 업무 특성상 교통사고 및 근골격계 부상 및 사고 우려가 높다. 전국우정노동조합 김찬기 산업안전국장은 “우체국택배는 공무원으로 신분이 보장되는 직접 고용 인원뿐 아니라 특수고용직 계약 인원에 대해서도 계약 시 산재보험 가입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CJ대한통운 박근희 대표는 10월 22일 대국민 사과를 하며 현재 1000여 명인 분류 인력을 4000명까지 늘려 택배기사들이 배송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전문기관에 의뢰해 한 명의 택배기사가 하루 배송할 수 있는 적정량을 산출, 택배기사들이 적정 배송 물량을 초과해 일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또한 내년 상반기 안에 모든 택배기사가 산재보험에 가입하도록 대리점에 권고하고 소형상품 전용 분류장비를 도입해 작업 강도도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쿠팡은 정확한 택배 종사자 규모와 고용형태에 대한 자료를 내지 않고 있다. 쿠팡과 계약한 특수고용직의 산재가입 규모도 알려지지 않았다. 10월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 엄성환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전무가 증인으로 참석해 “쿠팡은 모든 직원을 직고용 형태로 고용하고 있고 산재보험에도 가입시키고 있다”고 발언했다. 또 “10월 12일 사망한 물류센터 근무 직원은 택배 분류와 무관한 포장 지원 업무를 담당했다”고 밝히며 살인적인 근무에 시달렸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1262호 (p44~46)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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