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57

2020.09.18

지난해 수능 만점자 송영준 씨가 들려주는 불안 관리법 [인터뷰]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20-09-13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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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20학번 송영준 씨. [김도균 기자]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20학번 송영준 씨. [김도균 기자]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만점자들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2020학년도 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송영준 씨도 그 화제의 인물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그가 유달리 기억에 남았던 건 여느 수능 만점자들과는 달리 출발선이 한참 뒤에 있었기 때문이다. 김해외고 입학 후 첫 시험에서 전교생 127명 중 126등이라는 ‘꼴찌’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그가 3년 뒤 수능 만점을 받고 서울대 수시전형(수시)에 합격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그의 이야기는 코로나19 사태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수험생활을 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20학번 신입생인 그는 최근 책 ‘공부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메이븐)를 펴냈다. ‘나는 바보였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뜬구름 잡는 여느 공부법 책과 달리 진솔하고 현실적이다. 학창 시절 수차례 철렁했을 가슴을 쓸어내리며 ‘멘털을 단단히 부여잡은 방법’이 궁금했다. 송씨를 9월 9일 오후 서울대 중앙도서관 앞에서 만났다. 

    -요즘 대학 생활은 어떤가요. 

    “아무래도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사이버 강의가 대부분이라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달라요. 지금은 주말에 과외로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어 동아리나 학회 활동은 못 하고 있어요. 공부에 좀 더 집중하자고 마음먹고 21학점을 꽉꽉 채워 공부하고 있어요.” 

    -언론에서 한창 화제가 됐을 때 알아보는 사람도 많았을 것 같아요. 

    “제가 이렇게 유명해질지 몰랐고, 제 이야기가 그렇게 특별하다고도 생각지 못했거든요. 한 번은 ‘이런 데서도 나를 알아봐’ 싶었던 게 지난 연말 고교 친구들과 졸업여행을 갔는데, 경남 통영에서도 저를 알아보는 분이 있어 신기하다고 생각했어요.” 

    -대학 생활은 고등학생 때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이제 대학 생활을 시작한 지 6개월 됐는데, 수험생 때는 오로지 수능과 학교 공부만 열심히 했거든요. 대학생이 되니 성인으로서 한 달 생활비를 어떻게 벌고 쓸지 고민하게 되고, 공부 외적으로도 성장이 필요한 부분이 많더라고요. 대학생은 학교에 다니지만 학교 외적으로도 성장해가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좌우명이 ‘No pain, No gain’이라고 들었어요. 수험 생활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누구인가요. 

    “고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이요. 처음 배치고사에서 뒤에서 2등을 했을 때 별 가망도 없어 보이는 공부를 포기하고 공고로 전학 가 빨리 취업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때 선생님이 저를 붙잡아주면서 한 번 더 해보자 하고 장학금도 알아봐주는 등 신경을 많이 써주셨어요. 선생님에게 보답하고 싶어 미친 듯이 공부에 매진했죠.” 

    -고등학생 때 하루에 5시간 30분 잤다고 들었어요. 요즘은 얼마나 자나요. 수험생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는 게 좋다고 보나요. 

    “요즘은 하루에 최소 7시간 30분은 자요. 고등학생 때는 아침 점호 때문에 강제로 일어나야 했는데, 대학교 오니 그때만큼 자면서 살기는 어렵더라고요. 지난여름까지 3~4개월 홈트레이닝을 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는 대로 헬스장을 다니려고 생각 중이에요. 많은 수험생이 수능이 다가올수록 잠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반대로 수능이 다가올수록 그것에 맞춰 잠을 늘여야 한다고 봐요. 지치는 것도 있고, 점점 순수 자습시간이 늘어날 텐데 충분한 수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긴 시간을 견뎌낼 수 없어요. 너무 피곤하면 피곤이 가실 때까지 푹 자고, 하루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습시간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너무 먼 미래를 보지 마라”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20학번 송영준 씨. [김도균 기자]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20학번 송영준 씨. [김도균 기자]

    -책을 쓴 계기가 궁금한데요. 

    “수능 끝나고 출판사로부터 제의가 상당히 많이 들어왔어요. 당시에는 ‘내가 무슨 책이냐’며 전부 거절했죠. 대학생이 되고 학원에서 수험생에게 학습 방향을 제시해주는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제 이야기가 도움 된다는 학생이 꽤 있었어요. 그래서 고민하다 책을 써보고 싶다고 출판사 쪽에 말씀드렸어요.” 

    -지금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에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수험생 시절 우울함과 불안함은 어떻게 이겨냈는지요. 

    “심리학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어 이게 맞는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너무 멀리 보지 마라’고. 수험 생활의 불안감은 대부분 그런 데서 오거든요.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고 그걸 위해서는 이런저런 단계를 밟아야 하는데 이게 될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단 하루라도 어긋났을 때 큰일 났다는 생각부터 하게 돼요. 먼 미래의 수능, 입시 이런 것에 대해 고민하고 로드맵을 짜려고 하기보다 지금 당장 눈앞에 놓인 문제를 푸는 데 집중하고, 지금의 자습시간 1시간을, 그리고 오늘 하루를 아무 생각 없이 공부로 가득 채운다는 마인드로 살았으면 해요.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수험장에 들어가게 되는 생활을 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단기간에 수능 성적 향상을 위해 활용해볼 만한 공부법이 있을까요. 

    “국어는 EBS 문학 연계 작품을 공부하고, 영어는 수능특강과 수능완성을 풀어보고, 수학은 5개년 기출문제를 풀면서 기본적으로 이런 유형의 문제들이 나온다는 걸 알고 들어가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국어 문학의 경우 공부한 작품이 그대로 수능에 연계되고 또 운이 좋으면 3~4개 작품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꽤 ‘가성비’ 좋은 과목이에요. 영어는 대략 700개 지문 중 7개꼴로 연계되기에 국어 문학만큼 연계 체감이 크지는 않을 수 있어요. 그렇지만 그런 연계 교재를 공부하면 기본적인 독해력, 문제 푸는 감각을 기를 수 있어 추천해요. 수학은 정말 초고난도 문제가 아닌 이상 어느 정도 나오는 유형이 반복되니, 기출문제를 5개년 정도 보고 문제 유형과 접근법을 익힌 뒤 시험장에 들어간다면 3~4등급대 학생이나 3~4등급을 목표로 하는 학생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수능이 3개월 남았을 때, 1달 남았을 때, 1주일 전, 하루 전 이런 걸 하라고 조언한다면. 

    “일단 모든 기간 인문계열 학생을 기준으로 사회탐구 과목의 개념을 반드시 복습해야 해요. 추가로 앞에서 말씀드린 문학 연계, 영어 연계 교재 공부와 더불어 국어 문법 개념도 복습하면 좋을 것 같아요. 문법은 수능 당일 시간을 잡아먹는 경우가 많아 반드시 복습하는 게 좋고요. 

    수능 3개월 전이라면 꾸준히, 열심히 공부하면 될 것 같고, 1달 전이라면 수능 시간표에 맞춰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을 것 같아요. 2~3주 남았을 때부터는 기출 모의고사나 사설 모의고사를 풀면서 실제 수능 시간표대로 하루를 보내는 것도 추천해요. 가채점이 필요하다면 가채점표 작성도 연습해보고요. 수능 전주~하루 전에는 앞서 강조한 걸 포함해 이때까지 공부한 내용을 복습하면서 보내면 될 것 같아요.”

    매일 조금씩 쉬어줘야

    송영준 씨가 쓴 책 ‘공부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메이븐 제공]

    송영준 씨가 쓴 책 ‘공부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메이븐 제공]

    -책에서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부분이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잘 놀 줄 모르는 수험생도 많아요. 학창 시절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했나요. 

    “매일 중간 중간 쉬는 시간을 가졌어요. 3학년 2학기 전까지는 가끔 자습시간에 선생님 몰래 복도에서 애들끼리 모여 잡담하거나, 밤 11시 반에 자습이 끝나면 기숙사 친구 방에서 카드게임을 하거나, 노트북컴퓨터로 유튜브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죠. 가끔은 자습시간에 몰래 1시간씩 논 적도 있어요.(웃음) 지금 와 생각해보니 그게 나름 전략이었던 것 같은 게, 너무 공부만 하면 분명 언젠가 바람을 빵빵하게 넣은 풍선이 터지듯 감당할 수 없는 날이 오거든요. 터지는 순간이 오기 전 가끔 바람을 빼주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본인 이야기가 어떤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나요. 

    “‘이게 진짜 되나’ ‘해도 안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생각 때문에 공부하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매진하지 못하는 친구들, 그런 친구들에게 ‘하면 정말로 될 수도 있다’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준다면 좋겠어요. 제일 조심스러운 건 ‘야, 나도 했으니까 너도 해’ 이런 식으로 왜곡되지 않았으면 하는 거예요. 그저 가능성이 0은 아니라는 걸 저를 통해 알려주고 싶어요.” 

    -앞으로 꿈. 그리고 코로나19 사태가 좀 진정된 이후의 꿈이 궁금해요.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장기적인 목표가 있어요. 여러 학문에 발을 조금씩 담가봤는데 법학이 재밌고 제 성격과도 잘 맞더라고요. 단기적인 목표로는 사실 대학생이 되면 이곳저곳 국내여행과 해외여행을 다니고 싶었어요. 그런 삶을 꿈꾸며 제 나름 자금도 모으고 있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그러지 못하고 공부만 하는 생활을 하고 있어 조금은 억울하기도 해요.(웃음) 얼른 상황이 나아져 꿈꿨던 일들을 하면서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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