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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아의 시네똑똑

새로운 영화에서 진정 어른다운 영화로

마틴 스코세이지의 ‘아이리시맨’ & 빔 벤더스의 ‘프란치스코 교황’

  • 영화평론가·성결대 교수 yedam98@hanmail.net

새로운 영화에서 진정 어른다운 영화로

영화 ‘아이리시맨’ [사진 제공 · IMdB]

영화 ‘아이리시맨’ [사진 제공 · IMdB]

1942년생 미국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1945년생 독일 감독 빔 벤더스. 두 거장은 1970년대, 1980년대 뉴아메리칸시네마와 뉴저먼시네마의 기수였다. 동시대를 풍미하면서 ‘뉴시네마’를 기치로 기존 영화 문법에 대항하며 젊은 영화를 세상에 내놓았던 ‘앙팡 테리블(나쁜 녀석들)’이 어느덧 노인이 됐다. 각기 다른 스타일의 영화 세계를 구축해온 68세대 두 거장의 신작이 나란히 개봉한다. 

마틴 스코세이지는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연출한 ‘아이리시맨’에서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의 역사적인 컬래버레이션을 실현했다. 그는 드 니로와 찰떡궁합의 서막을 알린 ‘택시 드라이버’(1976) 이후 ‘분노의 주먹’(1980), ‘코미디의 왕’(1983)으로 전설이 됐고 ‘휴고’(2011)와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2013)로 여전히 현역임을 입증했다. 

그는 최근 마블영화에 대해 “시네마라기보다 테마파크 같다”고 말해 마블 팬들의 반발을 샀다. 넷플릭스에 대해서는 자신처럼 나이 든 감독에게 기회를 선사하니 감사하지만 동시에 씁쓸함이 든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아이리시맨’은 내년 2월 열릴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부문의 가장 강력한 후보다. 

빔 벤더스는 독일에서 화려하게 데뷔한 후 할리우드로 스카우트돼 ‘미국 친구’(1977) 같은 로드무비 시리즈를 만들었다. 하지만 보장된 성공을 뒤로한 채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 ‘파리 텍사스’(1984)와 ‘베를린 천사의 시’(1987) 같은 걸작으로 영화사에 남을 이름을 새겼다. 그렇지만 불혹을 넘기면서 진실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변신했다. 쿠바 음악 열풍을 되살린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1999), 독일 무용극의 대모 피나 바우슈의 예술세계를 다룬 ‘피나’(2011)를 통해 노년의 예술가를 담아왔다. 그런 그의 카메라가 이번엔 프란치스코 교황을 향했다.


스코세이지 갱스터 영화의 완결판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의 협연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갱스터 영화 팬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 영화다. ‘노인이 돼서 무슨 갱스터 액션인가’라는 의구심은 덜어두시라. 



‘아이리시맨’은 1960년대 미국 정계를 주름잡던 운송노조위원장 지미 호파(알 파치노 분)의 실종 사건을 중심에 둔다. 실제로 호파는 1975년 마피아 두목을 만나러 갔다 사라졌고, 아직까지도 실종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다. 영화는 이 사건을 중심으로 1949년부터 2000년까지 시기를 관통한다. 노인이 된 주인공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 니로 분)은 화자로서 젊은 날을 회상한다. 아일랜드 이민자로 생존을 위해 이탈리아 마피아와 얽히고설키게 된 시런은 마피아 보스 러셀 버팔리노(조 페시 분)의 지시로 호파를 살해했다며 자신의 추악한 삶이 아메리칸드림의 실체라고 토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넷플릭스에 공개되기 전 멀티플렉스에서 일주일 먼저 선보인다. 그러나 영화사를 수놓을 이 위대한 드림팀의 역대급 컬래버레이션을 극장 스크린으로 누리는 호사를 포기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아이리시맨’은 ‘비열한 거리’(1973)에서 시작된 스코세이지 갱스터 월드의 총체로서 영화며, 어쩌면 뉴아메리칸시네마 감독의 마지막 불꽃일지도 모른다.


말과 삶이 일치하는 한 사람

영화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 제공 · 백두대간]

영화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 제공 · 백두대간]

로드무비 속 유랑하는 젊은이와 인생 황혼녘의 노인에게 초점을 맞추던 벤더스 감독의 카메라에 포착된 팔순 교황은 어떤 존재일까. 전 세계를 돌며 빈곤 문제, 환경 문제, 평화와 사랑에 대해 설파하는 대단한 종교지도자라는 겉모습에 머물지 않는다. 자신에게 내려진 숙명 같은 신의 숙제를 풀고자 고심하는 영혼을 파고든다. 

2013년 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아르헨티나 추기경 베르고글리오는 중세 교황청과 긴장 관계였던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딴 첫 교황이다. 1200년대 인물인 성 프란치스코는 평생 청빈과 사랑을 실천한 수도사다. 벤더스 감독은 관객이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별도로 촬영한 흑백 극영화까지 삽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에 걸맞은 존재가 되기 위해 바티칸궁 대신 소박한 방을 선택했고, 고급 리무진 대신 소형 승용차를 고집한다. 또 축구에 열광하고 탱고를 즐기며 유머를 사랑하는 인간미 넘치는 사람으로 남고자 고군분투한다. 

이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시대에 말과 삶을 일치시키려 자신과 싸움을 펼치는 어른다운 어른이 우리 시대 리더라는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벤더스 다큐멘터리의 주인공들은 세월과 함께 농익어가는 인생이 뭔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안티 에이징’이 시대정신인 양 떠들어대는 세상에서 인생의 희로애락이 농축된 현명한 노인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축복 아닐까. 꽃보다 아름다운 게 사람이라는데, 조물주가 빚은 어떤 절경보다 경이로운 존재는 세월의 풍파가 아로새겨진 인간의 영혼 아닐까. 만화 원작의 키덜트 영화가 판치는 지금, 영화계에서 진정 어른다운 영화를 보며 거장의 숨결을 느끼는 기쁨은 영화를 결코 포기할 수 없게 하는 힘이다.






주간동아 2019.11.22 1215호 (p79~80)

영화평론가·성결대 교수 yedam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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