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9

2015.05.26

황교안 총리 후보자는 제2의 김기춘?

단호한 공안통, 半행정가, 半정치가 … 야권에만 칼 들이대면 자충수

  • 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15-05-26 09: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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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총리 후보자는 제2의 김기춘?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황교안 법무부 장관.

    공격적 인선이 아닐 수 없다. 인선 배경에서도 잘 드러난다. “경제 재도약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과거부터 지속돼온 부정과 비리, 부패를 척결하고 정치개혁을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청와대의 설명이다.

    정치권의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데 이견을 달 국민은 없다. 문제는 과거 그것이 정치권 길들이기 수단으로 활용돼왔다는 점이다. 특히 야당 탄압 수단으로 쓰이다 결국 흐지부지되곤 했다는 것이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는 이 일을 끝까지 완수할 수 있을까.

    황 후보자는 대표적 공안통이다. 대검찰청 공안 3·1과장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서울지검) 공안 2부장을 거쳤다. 현직 검사 시절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펴내 미스터 국보법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런 경력을 살려 장관 재직 시절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도한 것은 잘 알려진 바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마도 이런 투철한 반공의식을 높이 샀을 것이다. 참고로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국시는 ‘반공’이었다.

    김기춘 아바타에 머물지 않으려면

    황 후보자는 검찰 공안통 선배인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복심 또는 아바타로도 유명하다. 한때 ‘김기춘 키즈’였던 이들이 박근혜 정부에서 권력 핵심에 포진함으로써 ‘신7인회’가 뜨고 있다는 말도 있다. 황 후보자는 경상도 출신 법조인으로 청와대와 정부 핵심에 포진한 ‘신7인회’에 제일 먼저 입성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황 후보자가 총리가 된다면 명실상부한 실세로 등극하는 셈이다. 김 전 실장의 복심이기에 사실상 그의 빈자리를 대신할 개연성도 높다. 제2의 김기춘이 되는 것이다. 김 전 실장은 ‘기춘대원군’으로 불렸다. 총리보다 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상 부통령 구실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황 후보자는 아예 공식 직함으로 총리를 부여받기 때문에 이런 논란의 여지도 없다. 개인적으로는 김 전 실장보다 더 일하기 좋은 환경이다.

    부패와의 전쟁은 이완구 전 총리로부터 시작됐지만 황교안 총리로 마무리될 것이다. 본인과 박 대통령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김 전 실장이나 이 전 총리보다 더 잘해낼 수 있는 권력구도도 만들어졌다. 그는 어떤 선택을 할까. 여야 불문, 측근 불문하고 엄정한 수사와 조사로 부패를 뿌리 뽑는다면 그는 국민적 영웅이 되는 것은 물론 유력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야당에만 칼을 들이댄다면 공안통치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다시금 검찰의 정치적 중립 논란을 유발하고 검찰개혁 요구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또는 이번에도 흐지부지한 채 마무리한다면, 이 또한 국민적 반발을 불러올 것이다. 당연히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는 일도 난망하다. 이 모든 선택지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지는 그의 몫이다.

    황 후보자의 인물 됨됨이는 어떨까. 청와대는 이렇게 설명한다.

    “조용하고 단호한 업무스타일로 국정을 운영하는 데 현실적 난관 극복 적임자다.”

    언제나 청와대 인선 배경 설명은 긍정평가 일변도이지만, 이번에는 단호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눈길을 끈다. 황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에 내정됐을 당시 검찰 내부 분위기는 우호적이었다. 사상 초유의 ‘검란’ 사태로 검찰개혁 요구가 빗발치는 와중에 검찰 출신이 장관으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성격이 온화하고 합리적이라는 인물평도 뒤따랐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 평가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를 둘러싼 공방 과정에서 부정적 평가를 상당수 유발했다. 무엇보다 유례없는 법무부 감찰에 대한 검찰의 저항이 거셌다. 그 결과 너무 정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공안통 검사는 운명적으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보수정권 시절 정부 여당은 공안수사를 정치적 수단으로 자주 활용해왔고, 야당은 매사 공안통치라고 반발하는 식으로 정치적 역공을 펴곤 한 탓이다. 아무리 중립적으로 수사해도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처지일 뿐 아니라 실제로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이런 과거사가 엄존한다. 그래서 검찰 내에서는 대형 정치부패 사건을 다루는 특수통과 더불어 공안통이 가장 정치적이라는 말도 없지 않다.

    야당에겐 거북하고 힘겨운 상대

    황교안 총리 후보자는 제2의 김기춘?

    지난해 11월 25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51회 국무회의에 앞서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왼쪽)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치적이라는 것과 인품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흔히 정치적이라고 하면 기회주의적인 것을 가리킨다. 실리를 따르고 필요에 따라 말을 바꾼다는 점에서 황 후보자도 자유롭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 점에서 선비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이 전 총리처럼 본격 정치인도 아니다. 전형적인 행정가형과 정치가형의 중간쯤 어딘가를 기준으로 그의 인품을 평가하면 정확하지 않을까 한다.

    요약하면 황 후보자는 ‘단호한 공안통, 반(半)행정가, 반정치가’다. 그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가능성과 한계점을 모두 암시하는 이런 특징이 향후 국정수행 과정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아직은 예단하기 어렵다. 총리 이전과 이후 본인의 변신이라는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또한 예단하기 어렵지만 총리가 된 후 그의 행보는 법무부 장관 시절하고는 확연히 달라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야심만만! 본색도도! 총리 지명 과정에서 반행정가, 반정치인 이미지의 대권주자 가운데 한 명인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꺾은 여세를 몰아 본격적으로 본인의 색깔을 드러낼지 모른다는 것이다. 기존 반행정가, 반정치인에서 본격 정치인으로 한 클릭 옮겨갈 것이란 뜻이다.

    본격 정치인으로서 그가 야권 대권주자를 지향할 여지는 없다. 오히려 공안통이라는 장점을 최대한 부각하면서, 또 통합진보당 해산이라는 자신의 성과를 기반으로 야당,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친노(친노무현)계의 이념적 성향을 공격함으로써 보수세력 내에서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봐야 한다. 여기에 부패척결을 얹는다면 국민적 지지는 물론, 호남의 지지까지 이끌어내는 것도 가능한 작금의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야당으로서는 가장 상대하기 거북할 뿐 아니라 힘겨운 총리를 맞았다고 봐야 한다. 어쩌면 박 대통령은 이 전 총리 낙마 직후부터 김 전 실장의 조언을 받아들여 ‘황교안 총리’ 카드를 염두에 두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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