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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희언 기자의 1막2장

무대에 환생한 시대의 영웅

뮤지컬 ‘영웅’

무대에 환생한 시대의 영웅

난세에는 영웅이 필요하다. 국내 영화 역대 흥행 1위를 차지한 ‘명량’과 최근 800만 관객을 돌파한 외화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공통점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이다. 제목부터 ‘영웅’인 뮤지컬 ‘영웅’은 일제강점기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붙잡혀 뤼순형무소에서 순국한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그린다. 일본 아베 정권은 안중근을 공식적으로 ‘테러리스트’라 부르며 당시 만행을 숨기기에 급급하지만, 이토 히로부미 묘역 안내판에도 안중근은 ‘조선의 독립운동가’라고 적혀 있다.

뮤지컬 ‘영웅’은 20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막을 올린 작품으로, 해외 공연을 포함해 이번이 9번째 공연이다. 이토 히로부미가 안중근만큼이나 비중 있게 나오고 솔로곡까지 있다 보니 ‘이토 히로부미를 미화한다’는 논란도 있었다. 그러나 극 중에서 일본군이 등장할 때 비친 욱일기가 군국주의 찬양 목적으로 쓰였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극을 끝까지 보고도 이토 히로부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관객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올해 공연에서는 처음으로 녹음반주(MR)가 아닌 오케스트라 라이브를 선보여 생동감을 더했다. 초연부터 안중근 역을 맡아 제16회 한국뮤지컬대상과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정성화와 1월 중국 공연에서 안중근 역을 맡은 강태을, 새롭게 합류한 민영기가 안중근 역으로 열연한다.

극 중 안중근이 부르는 ‘누가 죄인인가’와 ‘장부가’는 대중에게도 큰 사랑을 받은 곡이다. ‘누가 죄인인가’에서 안중근이 절도 있는 조명과 함께 “모두들 똑똑히 보시오! 명성황후를 살해한 미우라는 무죄, 이토를 쏴 죽인 나는 사형! 대체 일본법은 어찌 이리도 엉망이란 말입니까”라고 외치는 장면은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사형대에 오르기 전 부르는 ‘장부가’는 담백하게 부를수록 슬픔이 배가된다. 배우 정성화는 한 인터뷰에서 “‘장부가’는 자기 자신에 대한 노래가 아닌, 이 나라를 구해달라고 신께 기도하는, 목표와 대상이 분명한 노래”라고 말했다.

영웅담은 관객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지만, 자칫하면 범인은 끼어들 틈 없는 ‘전능한 그들만의 싸움’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할 수도 있다. 뮤지컬 ‘영웅’이 관객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건 안중근이 동양평화를 저해하는 원흉에게 주저 없이 총을 겨누는 강심장 이전에 고뇌하는 남자이자 어머니를 걱정하는 아들이었음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에 기록되지는 못했을지언정 조국 독립을 위해 힘썼을 가상의 인물 설희를 비롯한 작은 영웅들의 이야기도 뭉클한 감동을 준다.



5월 31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무대에 환생한 시대의 영웅




주간동아 2015.05.11 987호 (p75~75)

  • 구희언 주간동아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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