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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말로만 민족 자산? ‘세계 한인’ 호칭 통일부터

‘코리안 디아스포라’ 해외동포 정책 체계적 수립과 추진 시급

  • 장태한 UC리버사이드교수·김영옥재미동포연구소장 edward.chang@ucr.edu

말로만 민족 자산? ‘세계 한인’ 호칭 통일부터

말로만 민족 자산? ‘세계 한인’ 호칭 통일부터

2013년 10월 열린 세계한민족축전 명랑운동회(왼쪽)와 같은 해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2차 세계한상대회 모습.

일제강점기 많은 한국인이 일제 수탈에 저항하며 해외에 독립운동 거점을 마련하고자 해외로 이주했다. 또한 수많은 젊은이가 강제 징용되거나 성노예로 끌려간 채 모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아픈 역사도 있다. 이들은 중국, 옛 소련, 일본, 미국 등 이른바 세계 4강국에 집중적으로 이주한 특징이 있으며, 평생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기구한 운명으로 삶의 형태가 완전히 바뀌는 경험을 했다. 그럼에도 각 지역에서 한인타운을 형성하고 한국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모국과의 관계를 모색했던 이들은 지금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밑거름이 됐다.

은연중 차별적 의미 조선족

최근에는 한국인을 포함해 해외 여러 곳으로 이주한 민족에게도 ‘디아스포라’라는 말을 쓰지만, 원래 이 단어는 유대인이 해외로 흩어져 사는 것을 의미했다. 즉 유대인의 이산(離散)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유대인은 세계 각국에 흩어져 살면서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모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유대인으로서 살아갔다. 무엇보다 이스라엘 정부는 세계에 흩어져 사는 모든 유대인을 단 하나의 호칭인 유대인으로 불렀으며, 그들이 이스라엘에 돌아와 정착하는 것을 적극 장려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유대인 특유의 배타적 성향과 부 축적에 대한 반감으로 반유대인 정서가 유럽에 퍼졌다는 교훈도 배울 필요가 있지만 말이다.

중국도 해외에 퍼져 있는 화상(華商)들을 화교 정책의 기본으로 삼고, 중국 부흥의 거점으로 활용하면서 화교들의 활동상을 국가 정책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역시 해외동포를 민족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민족적 유대감과 거주국에서의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1997년 재외동포재단을 설립했으며 이후 다양한 정책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 수립처가 여러 부서로 나뉘어 있고 예산도 턱없이 부족해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해외동포 정책을 체계적, 종합적으로 수립하고 추진할 해외동포처를 설립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해외 한인을 일컫는 호칭을 개선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는 문헌상 재외동포, 혹은 해외동포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거주국에 따라 다른 호칭을 쓴다. 중국동포는 조선족, 중앙아시아에 사는 동포는 고려인, 일본동포는 재일교포, 미주 한인은 재미교포 등으로 부르는 식이다. 문제는 이들 호칭이 차별을 의미한다는 데 있다. 재미교포에 비해 조선족이라는 말에 은연중 차별적 의미가 담겨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조선족이라는 말은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 일원으로 살아가는 중국 거주 한국인을 지칭하려고 사용하는, 중국 정부 측 시각을 반영한 것이다. 여기에는 분명 차별적 의미가 존재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이 말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조선족이나 고려인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대한민국 내에서도 이들을 민족 통합 일원이 아닌, 차별과 착취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말로만 민족 자산? ‘세계 한인’ 호칭 통일부터

일제강점기 사할린으로 강제 이주된 노동자들이 탄광에서 교육받고 있는 모습. 한국인의 해외 이주는 일제강점기에 많이 이뤄졌다.

해외 거주 한민족은 나라 잃은 설움을 경험했고 현지에서도 차별과 박해를 당한 쓰라린 과거를 공유하고 있다.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한 한인(고려인) 가운데 상당수는 굶주림과 추위로 생명을 잃었고, 중국에서는 문화혁명 당시 많은 한인(조선족)이 숙청당했으며, 재일교포는 이등시민 취급을 받으며 여전히 착취와 차별을 당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인종 폭동으로 삶의 터전을 모두 잃은 미주 한인도 현지에서 착취와 인종 차별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해외로 이주한 한민족은 가난과 차별을 극복하며, 한민족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이런 그들을 차별적인 단어로 또다시 차별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의 큰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해외로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국적과 상관없이 자기 핏줄 속에 한민족 피가 흐르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해외동포 문제가 거론될 때만 이슈로 삼을 뿐,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만 조장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을 꼭 말하고 싶다.

국익 추구하는 비전과 전략

대한민국은 진보와 보수의 갈등, 심화되는 경제적 불평등과 지나친 경쟁심, 그리고 배려 없는 사회로 메말라가고 있는 듯하다. 그사이 국익은 실종되고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한 국제 정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조선시대에 당파싸움으로 나라를 빼앗긴 상황을 재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외교부는 강대국 눈치를 보며 강대국과의 외교만 중시하고 국익과 자국민 보호는 소홀히 하는 부서라는 비판도 받는다. 강대국은 오로지 자신들의 국익을 위해 치밀하게 외교전을 펼치고 군사력도 강화하고 있다.

21세기는 세계화, 국제화 시대다. 시대에 맞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정책 수립을 통해 국익을 추구하는 비전과 전략이 필요하다. 해외에 사는 한민족을 말로만 ‘민족 자산’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해외동포와 모국이 명실공히 동반자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가 돼 윈윈(win-win)할 수 있는 국가 전략을 세워 정책에 적극 반영하고 활용해야 할 것이다.

그 첫걸음이 호칭의 통일을 통한 한민족 통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족, 고려인, 재일교포, 재미교포가 아닌 ‘세계 한인’ 또는 ‘해외 한인’이라는 통일된 호칭을 사용함으로써 동질성을 회복하고 단합과 통합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한민족 대통합은 대한민국 국민과 해외에 거주하는 한민족 모두를 포함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북한과의 통일도 염두에 둔 의미로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주간동아 959호 (p26~27)

장태한 UC리버사이드교수·김영옥재미동포연구소장 edward.chang@ucr.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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