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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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감염 에볼라 초비상

간호사 2명 확진 판정에 미국 전역 공포와 충격

  • 신석호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 kyle@donga.com

    입력2014-10-20 11: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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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30일 라이베리아인 토머스 에릭 덩컨이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미국 방역당국과 언론은 그가 11일 전 비행기 편으로 미국에 와 만난 사람들을 찾는 데 급급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덩컨이 입원한 텍사스 주 텍사스건강장로병원에서 발생했다. 덩컨 몸에 있던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된 피해자들은 비행기 옆자리 승객이나 가족이 아니라 그가 9월 28일 이 병원에 입원한 뒤 10월 8일 사망할 때까지 몸을 던져 간호한 ‘백의의 천사’들이었기 때문이다.

    10월 15일(이하 현지시간) 현재까지 간호사 두 명이 덩컨의 몸에 있던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아 치료를 받는 신세가 됐다. 베트남계 니나 팜(26·여)과 흑인 앰버 빈슨(29)이 그 주인공. 10월 12일 확진 판결을 받은 팜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루 두 번 자신의 체온을 확인하던 중 10일 체온이 오른 것을 확인하고 즉시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그리고 90분 뒤 병원 허가를 받아 격리병동에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

    반면 빈슨은 팜이 입원하던 10월 10일 병원이 있는 댈러스를 떠나 동부 클리블랜드까지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고, 13일 다시 비행기 편으로 댈러스로 돌아왔다. 그는 14일 양성반응을 보였고 1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미국 방역당국은 팜의 감염이 방역망 자체 문제라기보다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머스 프리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은 10월 12일 기자회견에서 “간호사들은 여러 차례 광범위하게 덩컨과 접촉했으며, 확인되지 않은 안전규정 위반이 감염을 일으켰다. 연방 당국이 정밀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CDC는 팜이 성능이 검증된 안전장비를 모두 착용했던 점에 비춰 진료 뒤 장비를 벗는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공산이 크다고 추측했다. CDC 규정에 따르면 방역복은 장갑, 고글·안면보호대, 가운, 마스크·인공호흡장치 순으로 벗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각종 장비가 의료진의 점액이나 점막, 피부, 옷 표면 등에 닿지 않아야 한다. 팜이 이런 안전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변명이었다.



    질병센터 “초기 부실대응” 시인

    하지만 이 같은 당국 설명에 미국 전역의 간호사가 집단 반발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미국간호사연합(NNU)은 즉각 “우리는 (방역)시스템의 오류를 안고 있고, 그것을 고쳐야 한다. 특정인을 희생양으로 삼거나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NNU가 덩컨 사망 직후 간호사 1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80% 이상이 에볼라 환자 치료와 관련한 실질적 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도 간호사들 편에 섰다. CNN 의학전문기자 산제이 굽타 박사는 CDC가 제공한 방역복을 직접 착용해본 결과 목 부분에 미세한 틈새가 발견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자체 조사과정에서 간호사들 주장이 옳다는 사실을 파악한 CDC는 한 발 물러섰다. 프리든 CDC 소장은 10월 13일 기자회견에서 간호사들에게 책임을 지운 전날 발언을 사과한 뒤 “에볼라 통제와 관련한 접근법 자체를 재고(rethink)해야 할 상황이며 일단 의료진 교육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15일에는 “신속하게 대응했더라면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초기 부실대응을 처음으로 시인했다.

    에볼라 바이러스 추가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미국 전역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뉴스의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3분의 2가 에볼라 바이러스의 미국 내 확산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서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의 여행을 제한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미국인의 우려 수준은 2006년 조류독감(AI) 당시와 유사하고 2003년 사스(SARS) 유행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분석했다.

    미국 내 에볼라 확산 공포는 현재진행형이다. 최첨단 의료시설을 자랑하는 미국에서, 그것도 의료진이 일하는 곳의 방역망이 뚫렸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어디든 방심할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 구체적으로는 △의심환자에 대한 추적이 어렵고 △보호 및 방역장비 자체가 허술하며 △전문병원도 미비하다는 문제가 두 간호사의 감염 사례에서 여지없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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