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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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남자 하기 나름’이라니까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나를 찾아줘’

  •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noxkang@daum.net

    입력2014-10-20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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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는 남자 하기 나름’이라니까
    좋은 스릴러는 다시 봐도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좋은 스릴러 영화는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서사 속에 녹여낸다. 훌륭한 스릴러 영화는 동시대의 전형적 인물형을 창조해낸다. 뛰어난 스릴러 영화는 그래서 우리가 모르던 현실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좋은 스릴러 영화의 예시로는 코맥 매카시 소설을 원작으로 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들 수 있다. 영화도 소설도 단연 동시대 최고 수준을 보여준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파이트 클럽’도 여기에 들어간다. 신용카드 회사를 폭파하려는 파이트 클럽의 음모는 어딘가 일탈적이지만 속 시원한 데가 있다.

    핀처 감독은 스릴러 영화에서 재주를 뽐내왔다. ‘파이트 클럽’뿐 아니라 데뷔작 ‘세븐’을 봐도 그의 혈통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새롭게 개봉하는 작품 ‘나를 찾아줘’ 역시 그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질리언 플린의 2012년 작 ‘곤 걸 (Gone Girl)’이다.

    시작은 아내의 실종이다.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 아침, 결혼기념일이면 어김없이 숨바꼭질 퀴즈를 내던 아내가 대범하게도 스스로를 숨겼다. 게다가 오랫동안 플롯을 짜서 용의자까지 지목해놓은 상태다. 아내가 남긴 모든 증거는 남편이 그를 죽인 게 틀림없다고 가리키고 있다. 남편은 스스로 결백을 증명하고자 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누구의 진술이 진실인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결백을 주장하던 남편의 비밀이 폭로되고, 아내의 연기가 벗겨질 때마다 관객은 용의자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스포일러를 최대한 자제하고 영화 내부를 분석해보면, ‘나를 찾아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출발한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무너진 중산층 가정의 현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가면을 쓴 채 쿨하고 세련된 인간형을 연출하는 현대인에 대한 냉소도 담고 있다. TV 광고나 드라마에 나올 법한 세련된 남편과 쿨한 아내를 연기하는 주인공들의 결혼 생활은 그 자체로 연기라고 할 수 있다.



    무릇 결혼은 무대라고 한다. 문제는 연기하는 자아도 결국 자기 정체성의 일부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대개 연기의 유통기한은 그리 길지 않다. 마침내 편하고 익숙한 본래 얼굴, 자신의 진짜 정체성이 가면을 찢고 돌출하기 때문이다. 21세기 ‘장미의 전쟁’이라고 볼 수도 있을 이 부부의 싸움은 일대일 무승부라는 결론만으로는 석연치 않은 섬뜩함을 남긴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지만 싸움조차 연기가 될 때 삶은 지옥이 되고 만다.

    ‘여자는 남자 하기 나름’이라니까
    그동안 늘 깍듯하고 그럴듯한 전형적인 미국 남자를 연기해온 벤 애플렉은 이 영화에서 속을 알 수 없는, 입체적 인물형을 보여준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아내 에이미를 연기한 로저먼드 파이크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정숙한 영국 숙녀로 분했던 ‘오만과 편견’ 속 큰언니의 모습이 끔찍한 반전처럼 느껴질 정도다. 배우란 무릇 옷을 갈아입듯 저렇게 얼굴을 갈아입는 피조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훌륭한 연기다.

    한때 TV 광고 속에서 고(故) 최진실은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고 속삭였다. ‘나를 찾아줘’를 보고 나면 이 유명한 광고 카피를 뒤집어 패러디하게 된다. “여자는 남자 하기 나름”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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