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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ormance | 구희언의 1막2장

6년 만에 만나도 그 모습 그 감동

뮤지컬 ‘캣츠’

  • 구희언 ‘여성동아’ 기자 hawkeye@donga.com

6년 만에 만나도 그 모습 그 감동

6년 만에 만나도 그 모습 그 감동
어릴 때 인형극을 보다 묘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 누가 봐도 뒤에서 사람이 손으로 조종하는 인형인데, 극이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인형이 울고 웃는 모습에 엄청나게 몰입한 나 자신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6년 만에 내한한 뮤지컬 ‘캣츠’를 보며 오랜만에 그런 감정을 느꼈다. 무대에 선 건 고양이 분장을 한 배우들인데, 이들이 뛰노는 걸 보니 진짜 고양이들도 그렇게 살 것만 같았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캣츠’는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힌다. 웨버는 어린 시절부터 좋아한 T. S. 엘리엇의 우화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에 음악을 입히는 작업을 1977년부터 시작했다. 여기에 공연계 ‘미다스의 손’ 캐머런 매킨토시가 제작을 맡으며 지금의 ‘캣츠’가 탄생했다. 81년 영국 런던 뉴런던시어터에서 첫선을 보인 이 작품은 이듬해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했고 지금까지 흥행 불패 신화를 써왔다.

막이 오르면 무대 뒷면을 가득 채운 쓰레기더미와 어지러이 놓인 폐타이어, 깡통 등이 눈에 들어온다. 실제 크기보다 3~10배까지 차이 나는 이유는 고양이 눈으로 본 사물을 과장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윽고 고양이 수십 마리가 하나 둘씩 나타나 1년에 한 번 있는 축제를 벌인다. 축제의 백미는 ‘올해의 고양이’ 선발. 올해의 고양이로 뽑히면 천국으로 보내져 새 생명을 얻는다.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 색도, 걸음걸이도, 꼬리 모양도 다른 개성 넘치는 고양이들이 한 마리씩 나와 저마다의 사연을 노래한다.

작품은 고양이의 삶을 독립적인 에피소드로 들려준다. 말썽꾸러기 고양이, 책임감 강한 고양이, 반항적인 고양이, 바람둥이 고양이, 마법사 고양이, 도둑고양이, 부자 고양이, 악당 고양이 등 이 세계의 캐릭터들도 우리가 사는 세계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때 아름답고 매혹적이었지만 이제는 늙고 초라한 고양이 그리자벨라가 회한에 잠겨 부르는 넘버 ‘Memory’가 가장 유명하지만, 그의 비중은 작품에서 그리 크지 않다. 이 곡 하나만 기다린다면 에피소드 나열식 구성에 지루함을 느낄 수 있으니 다채로운 고양이들의 향연을 즐기는 데 집중하자.



참고로 인터미션에 화장실에 갈 생각으로 마음 놓고 있다가는 재밌는 구경거리를 놓칠 수 있다. 2막이 시작되기 전 하나 둘씩 관객석으로 몰려나온 고양이들이 시시때때로 객석을 침범해 의자에 올라가고 관객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찰한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2막에 집중이 더 잘된 이유는 고양이들이 성큼 마음속에 다가와서인지도 모르겠다. 8월 24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6년 만에 만나도 그 모습 그 감동




주간동아 948호 (p76~76)

구희언 ‘여성동아’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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