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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재의 중국 속 북한

불량 석탄 싣고 온 북한 선박 중국산 짝퉁 가전 싣고 돌아가

중국 산둥성 르자오항에 낡은 북한 배 늘어…현물 거래 방식은 이례적 모습

  •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sjkim@ytn.co.kr

불량 석탄 싣고 온 북한 선박 중국산 짝퉁 가전 싣고 돌아가

최근 북한 선박이 표류하거나 침몰하는 사고가 잇달았다. 6월 13일 오전 동해 울릉군 독도 부근 해상에서 침몰 중인 북한 어선을 우리 해양경찰이 발견해 선원 5명을 전원 구조했다. 선원들은 모두 본인 희망에 따라 북한으로 돌아갔다. 앞선 5월 31일에도 울릉군 관음도 부근 해상에서 엔진 고장으로 표류하던 북한 선박이 발견됐다. 구조된 선원 3명 가운데 2명은 귀순하고 나머지 1명은 북한으로 돌아갔다. 7월 중순에는 쿠바를 출발한 북한 화물선이 멕시코 툭스판 항으로부터 12km 떨어진 해상에서 좌초했다. 방향 감각을 잃거나 암초에 부딪혔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처럼 북한 선박 사고가 잇따르기 직전인 5월 말 필자는 서울에서 북한 선박에 대해 잘 아는 중국인 A씨를 만났다. 당시 그는 불안하기만 한 북한 선박의 실태를 언급했는데, 마치 그의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이후 북한 선박 사고가 이어졌다. 그는 중국 산둥성 르자오항에서 일하고 있다. 르자오항은 중국에 대표적인 광석 수입 항구로, 접안 시설 4곳이 모두 석탄 전용 시설을 갖추고 있다. 르자오항은 중국 항구 가운데 북한 석탄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항구이기도 하다. A씨가 북한 선원과 접촉이 잦은 이유도 바로 그 때문. 다음은 A씨가 북한의 선박 안전 불감증에 대해 전한 말을 정리한 것이다.

한국의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중국 선박업계에서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한 번은 중국 엔지니어가 항구에 정박한 북한 선박의 상태를 살펴보게 됐다. 배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 “이대로는 절대 다시 바다로 못 나간다”면서 출항하려는 북한 선장을 잡았다. 하지만 북한 선장은 웃으며 팔을 뿌리치고 가버렸다. 이는 북한 선박 점검 과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중요 부품을 교체해야 하는데 무시하고 출항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북한 선원들의 목숨 건 운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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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르자오항에서 석탄을 옮기는 모습(위). 동해 독도 해상에서 구조된 북한 선원이 6월 16일 오후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돌아가고 있다.

중국 엔지니어들은 북한 선박에 대해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르자오항의 북한 선박은 엔진만 가동되면 그대로 운항한다. 웬만한 중국 선원도 북한 선원의 맷집을 당하지 못한다. 북한 선원들이 급히 선박을 끌고 항구를 떠나려는 이유는 물론 돈 때문이다. 수리하는 데 돈이 들어가고 접안 비용도 부담된다. 시간당 적게는 수백 달러에서 많게는 수천 달러까지 나오니 오랫동안 선박을 붙들어둘 수 없는 것이다. 북한 선박은 사고도 자주 일으킨다. 사고가 일어나면 배상이 두려워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가기 일쑤다.



르자오항을 찾는 북한 선박은 규모 면에서 한국 선박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국 선박은 보통 3만t에서 5만t 규모이지만, 북한 선박은 모두 1만t 이하다. 큰 선박은 7000~8000t 규모고 작은 선박은 2000~3000t 규모도 있다. 북한 선원들은 7000~8000t 규모의 선박을 가리키며 “그래도 우리 조국에서는 큰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르자오항를 찾는 북한 선박은 7000~ 8000t 급이 많다. 북한 선박은 연중 수시로 오고 특별히 쉬는 날은 없다. 보통 때는 하루 평균 2~3대씩 오고, 항에서 2~3일 체류한다. 그런데 올해 들어 5000t 미만의 북한 선박은 부두 접안이 불가능해졌다. 중국 당국이 바다 오염 때문에 소형 선박의 접안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북한산 석탄은 품질이 그다지 좋지 않다. 열효율이 떨어져 중국에서는 보통 중국산 석탄과 섞어 사용하거나 철강 또는 화공업체 공장에서 발전용으로 쓴다. 그런데 최근 석탄 암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장기간 바다 생활에 필요한 선상 제품은 배에서 직거래가 가능하다. 그런데 석탄을 비롯한 각종 제품 거래를 선상 거래인 것처럼 위장해 암거래하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외화벌이를 위해 당연히 이러한 암거래를 적극 권장하고, 중국 당국 역시 이를 눈감아주고 있다.

5월 초 연합뉴스는 “중국 국가품질감독검사검역국(국가질검총국)이 북한산 광물을 중량 미달로 적발한 사실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수출입 서류에 적힌 것과 실제 중량이 9% 이상 차이가 나자 철광을 수입한 업체가 북한 측에 배상 청구를 요구할 수 있도록 증명서를 발급했다. 연합뉴스는 “중국 당국은 중량 미달과 수분 함량 초과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북한 측이 고의로 무게를 속이거나 석탄과 철광에 물을 부어 수출하는 행태가 늘어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 석탄 수입에 관계하는 중국 측 인사 B씨의 전언과 일치한다. B씨는 지난해 하반기쯤 중국 당국이 르자오항으로 들어오는 북한 석탄 가운데 물을 섞은 석탄을 적발했다고 전했다. 중량을 늘리려는 북측의 꼼수였다. 이 때문에 국가질검총국은 곧바로 북한 석탄 수입을 일시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B씨는 “지난해 말 장성택 처형 직후 르자오항에서 특이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북한 석탄을 실은 선박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는 장성택 처형 이후 교류가 거의 중단되다시피 한 북·중 접경 지역 상황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실제 지난해 말 장성택 처형 직후 찾은 단둥은 활발하던 교류가 뚝 끊긴 모습이었다. 북·중 간 교류가 가장 활발하던 도시가 미수금이나 주문한 물건을 받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대북 사업가로 넘쳐났다. 그런데 르자오항에서는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석탄을 실은 북한 선박이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이 점을 중국 당국도 의아하게 여겼다.

북한 석탄을 실은 선박이 증가한 것도 특징이지만 처리 방식도 과거와 달라졌다. 대부분 현물 거래 방식으로 급하게 물건을 처리했다. 그리고 돌아갈 때는 중국산 가전제품을 가득 싣고 갔다. 가전제품은 TV와 전기밥솥이 많았다. TV는 한 번에 100대씩 싣고 갔다. 200위안, 우리 돈 3만여 원 하는 저가 TV다. 전기밥솥은 중국 돈 40위안짜리, 우리 돈 7000원 남짓한 싸구려를 주로 사갔다. “이렇게 싼 밥솥도 밥이 되는가” 물으니 “밥이 되긴 된다. 보온이 안 될 뿐이지…”라고 B씨는 답했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은 석탄을 급하게 마구 팔았고 싼 가전제품을 사들여가고 있다. 중국 당국은 외화벌이가 시급한 북한이 석탄 판매를 통해 황급하게 달러 확보에 나서는 한편, 인민생활에 필요한 생활 가전제품을 싼 가격에 긁어모으는 것으로 판단했다. 필자는 장성택 처형과 연관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형된 장성택의 죄목 가운데 하나로 ‘중국과의 자원 거래’ 문제가 지목되자 이와 관련된 북측 인사들이 문제를 서둘러 해결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해프닝 말이다.

짝퉁 ‘쿠쿠 밥솥’, 최고 인기

가전제품 가운데 북한 선원에게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한국산 쿠쿠 밥솥의 중국산 짝퉁이다. 중국 돈으로 300~400위안, 우리 돈 5만~7만 원이면 구매할 수 있다. 중국 매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한국산 중저가 화장품도 인기다. 북한 중상류층이 특히 즐겨 찾는 것은 한국산 올리브유다. 이 밖에 한국산인 오뚜기 카레와 각종 조미료도 많이 찾는다.

북한 선박의 왕래가 잦다 보니 르자오항에서는 북한 선원들의 움직임도 평소와 달리 자주 목격됐다. 김일성 배지를 가슴에 단 북한 선원들이 한국 음식점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들어갈지 말지 망설이다 ‘CC(폐쇄회로)TV 촬영’이라는 문구를 보고 깜짝 놀라 황급히 돌아간 적도 있었다고 필자의 중국 내 취재원은 전했다.



주간동아 948호 (p50~51)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sj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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