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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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삭감 전에…” 공무원 명퇴 러시

‘연내 법 개정, 내년 시행’소문 파다…기재부는 연구용역 결과 내용 쉬쉬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4-07-28 1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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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금 삭감 전에…” 공무원 명퇴 러시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 6월 1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악저지 전국버스투어 출정식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철밥통’ ‘신의 직장’이라 부르는 공직 사회에 명예퇴직 태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정부 부처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지자체) 공무원의 경우 명예퇴직자가 지난해보다 2배, 교사는 4~6배 폭증했다. 신분이 법적으로 보장되는 공무원과 교사가 이처럼 스스로 사표를 던지는 이유는 정부가 추진 중인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한 소문 때문이다. 소문으로 알려진 공무원연금 개혁의 주 내용은 한 해 수조 원 적자를 내는 공무원연금이 내년부터 20% 삭감되고 명예퇴직 수당이 아예 사라진다는 것이다.

    6월 말 기준 공무원의 명예퇴직 통계(‘매일경제신문’ 취합)는 매우 이례적이다. 정부 부처의 경우 2011년 194명, 2012년 199명, 2012년 255명이던 명예퇴직 신청자 수는 올해 상반기에만 154명에 달했다. 지자체 공무원(세종시 제외)도 마찬가지다. 2011년 420명, 2012년 449명, 2013년 531명이던 명예퇴직 신청자 수가 올 상반기에만 521명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 하반기까지 정부 부처 명예퇴직 신청자 수는 300명을 넘어서고 지자체는 1000명을 돌파할 공산이 크다.

    연금 20% 삭감안 기정 사실화

    교사의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서울시교육청은 8월 명예퇴직을 신청한 초중고교(사립학교 제외) 교사가 239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83명)에 비해 6.3배 늘었고, 충북교육청은 27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8명)에 비해 4배 이상 늘었다. 경남교육청도 4배쯤 늘어난 443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공무원과 교사의 명예퇴직 러시 현상은 정부가 추진 중인 공무원연금법 개정과 관련 깊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의 입안 주체인 안전행정부(안행부) 측은 “아직 정해진 게 없고 논의도 한 바 없다”고 해명하지만 공무원 사회에선 이미 1월부터 개정안의 구체적 내용과 ‘연내 법 개정, 내년 시행’이란 소문이 흘러 다니고 있다.



    또한 박근혜 정부 들어 지난해 기획재정부(기재부)가 내놓은 공무원연금 재정 상황 통계도 공무원연금법 개정을 정부가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당시 기재부는 이번 정권 기간인 2013~2018년 5년 동안 14조 원, 차기 정권 기간인 2018~2023년 5년 동안 31조 원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부족한 연금 재정은 국민연금 또는 세금으로 메워야 하니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내년이 5년마다 돌아오는 기재부의 공무원연금 재정 재평가 해인 점도 연내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점쳐지는 이유 중 하나다.

    관가와 언론에 나도는 연금 20% 삭감안과 명예퇴직 수당 철폐안은 그 출처와 근거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공무원 스스로가 연금 재정의 심각성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공무원 대다수가 정년을 3~6년 앞둔 경우인데, 그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20년 이상 재직한 공무원의 명예퇴직금은 정년까지 남은 기간 5년(60개월)은 월급의 50%, 나머지 기간은 월급의 25%를 셈해 일시불로 지급한다. 25년 이상 근무한 3급(부이사관) 공무원의 매달 연금 수령액은 평균 250만~300만 원 수준에 이른다. 내년을 기점으로 정년(만 60세)이 5년 미만 남은 공무원이 올해 명예퇴직을 신청하면 퇴직 당시 월급의 절반인 명예퇴직 수당과 매달 받는 연금을 합쳐 일하지 않고서도 실제 근무할 당시와 유사한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반면 명예퇴직 수당이 사라지고 연금이 20% 줄어든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시행된 후 퇴직한다면 은퇴 후 생활에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공무원연금법 개정에 따른 명예퇴직 수당 철폐안과 연금 20% 삭감안은 사실일까. 안행부 측의 부인에도 각급 공무원노동조합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연내 추진설이 제기되는 이유는 개정안의 내용과 개정 여부를 결정하는 실질적 열쇠를 안행부가 아닌 기재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공무원연금의 재정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근거로 예산을 편성한다. 다시 말해 안행부에 공무원연금 개혁의 실권이 없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주간동아’ 취재 결과 기재부는 1월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연금 관련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최근 그 결과를 통보받은 것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철저한 보안에 부쳐지고 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연구 결과를 통보받은 건 사실이다. 내용이 공무원 사회를 뒤흔들 수 있을 만큼 충격적이라 절대 공개할 수 없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은 숫자나 통계만 보고 판단할 문제가 아닐 뿐 아니라 쉽게 결론 날 사안도 아니다”고 밝혔다.

    현재 연구용역 결과 중 알려진 내용은 ‘최근 7~9급 공무원으로 들어간 사람이 정년퇴직할 경우 현재 화폐가치로 100만 원 선의 연금을 수령한다’는 것뿐이다. 이는 현재 4급 이상 고위직으로 정년퇴직한 공무원이 받는 월평균 연금 수령액(250만~300만 원)과 비교하면, 턱없이 삭감된 금액이다.

    공직자윤리법 개정 움직임도 한몫

    “연금 삭감 전에…” 공무원 명퇴 러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공무원연금법 개정 협상안. 근거가 애매하다.

    이와 관련, 최근 카카오톡을 통해 정부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대한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의 협상안’이라는 정체불명의 글이 나돌고 있다. 그 전체 내용은 관가와 언론계에 유포된 연금법 개정안 소문과 거의 흡사하다.

    ‘△명예퇴직 수당 철폐 △배우자 유족연금 수당 70%에서 60%로 삭감 △정년이 2~3년 남은 1956~57년생은 5% 연금 삭감 △4년 남은 58년생은 10% 삭감, 정년 1년 연장 △5년 남은 59년생은 15 삭감, 정년 2년 연장 △6년 남은 60년생은 연금 20% 삭감, 정년 3년 연장 △나머지 7년 이상 남은 61년생부터는 60년생과 동일.’

    여기에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2014년 9월 통과 예정, 2015년 1월 시행 예정’이라고 덧붙여져 있다. 이런 내용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올라와 있는데, 이에 대한 조합원의 반응은 대부분 ‘정부 측의 지능적 사이버 여론몰이’라는 것이다.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한 관계자는 “우리는 그런 타협안을 절대 낸 적도 없으며 아직 정확한 정부 측 안도 받아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5월 명예퇴직 신청을 한 경기 지역 교사 김모(56) 씨는 “정부는 부인할지 모르지만 이미 공직자 사회엔 명예퇴직 수당 철폐와 연금 20% 감축안은 기정 사실이다. 일할 때와 비슷하게 돈이 나오는 시점에 그만두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예퇴직 러시가 꼭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부르짖는 사회 분위기와 ‘관피아’의 공기업 또는 대기업 취업을 막는 공직자윤리법 개정 움직임도 한 요인이 됐다는 것. 최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2급(관리관) 이상 고위 공무원은 퇴직 전 5년 동안 몸담았던 기관과 업무 연관성이 있는 곳에 취업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더욱이 야권에서는 시행령 개정안의 ‘2급 이상’을 ‘4급 이상’으로 바꾸고 ‘퇴직 전 5년’을 ‘퇴직 전 10년’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시행령이 이렇게 바뀌면 행정고시 출신뿐 아니라 9급 공무원 출신으로 서기관 자리에 오른 공무원도 정년퇴직까지 공직을 고집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는 셈이다.

    국무총리실 한 관계자는 “공무원연금법 개정과 ‘관피아’ 관련 공직자윤리법 재개정은 어느 한 부처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으며, 각 부처와 지자체 의견을 종합한 뒤 정치권과도 조율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다. 공무원도 신중하게 판단하고 처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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