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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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도전정신 있다면 청춘 성공방정식 얼마든 가능”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 소장

  • 입력2013-11-18 11: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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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정과 도전정신 있다면 청춘 성공방정식 얼마든 가능”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 소장이 젊은이를 위한 삼성그룹의 토크 콘서트 ‘열정樂서’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11월 7일 대전 충남대 정심화홀에서 열린 이번 콘서트에서 정 소장은 ‘청춘을 위한 성공방정식’을 주제로 강연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영학 석사,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정 소장은 삼성생명보험 금융연구소장을 거쳐 2009년 1월부터 삼성경제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오늘 강연 주제는 여러분을 위한 성공방정식입니다. 제 나름대로 방정식을 만들어봤는데, 뒤에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사회에 나가기 전 고민을 상당히 많이 할 겁니다. 여러분의 고민이 어떤 것인지 모아봤습니다. 이 자료는 지난해 서울시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입니다. 여러분이 현재 가진 고민의 종류를 보니, 제가 여러분 나이 때 했던 고민과 큰 차이가 없더군요. 저도 대학을 졸업하면서 내 미래가 어떻게 될지, 취직을 할지 아니면 공부를 할지 등 고민이 참 많았습니다. 이성 문제도 마찬가지였죠. 세월은 변했어도 청춘이 가진 고민은 비슷하다는 겁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청춘에게 다가올 미래는 지금과는 무척 다른 새로운 세상이 될 겁니다. 그래서 먼저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정리해봤습니다.

    미래 키워드는 저성장·컨버전스 등

    첫째,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겁니다. 여러분이 실제로 사회에서 활동할 시기에는 저성장 체제로 갈 거라는 뜻입니다. 저성장 시대가 되면 어떻게 되느냐. 취업난이 생기고, 취업하더라도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며, 아무래도 성장이 둔해지면 소득이나 월급에 비해 생활비가 많이 들어가 저축이 아닌 적자인생이 이어지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는 문제가 여러분 앞에 놓입니다. 저성장 시대의 철인 3종 경기는 ‘취업난+생존경쟁+적자인생 극복’입니다.



    둘째, 퍼펙트 스톰(악재가 두 가지 이상 겹쳐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현상), 타조세대(노후에 대한 불안은 있지만 대책은 없는 세대), 블랙 스완(발생 가능성이 낮지만 발생하면 엄청난 파급 효과가 있는 사건), 그레이 스완(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지만 여전히 위험이 남은 상태), 코코넛 리스크(예측할 수 없는 위기), 대마불사 붕괴 같은 엄청난 불확실성의 시대가 다가온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대기업은 과연 안전지대인가. 아닙니다. 노키아는 글로벌 대기업도 변화를 놓치면 시장에서 도태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노키아는 스마트폰 흐름을 활용하지 못해 3~4년 만에 위기를 맞았고 결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합병했습니다. 블랙베리, 코닥 또한 그렇습니다. 100년이 넘은 회사라도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하루아침에 망하는 겁니다. 앞으로 세상은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것을 갖췄다고 방심하는 순간 몰락은 시작됩니다.

    셋째, 고령화 시대가 올 겁니다.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는 의학기술의 발달로 100세 장수가 보편화하는 것을 뜻합니다. 평균수명이 80세 이상인 장수 국가가 2000년 1개국에서 2020년 32개국으로 증가하고,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면 잠재 성장률이 떨어지고 노인 부양 문제가 대두됩니다. 어떻게 보면 재앙이지만, 잘 준비하면 또 다른 자아를 실현할 수도 있습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지만, 달리 말하면 세상은 넓고 인생은 길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넷째, 개인주의 시대가 열린다는 겁니다. ‘개인주의’는 다른 주체(국가, 조직, 민족)보다 개인의 자유와 가치를 우선시하는 인간의 도덕적, 정치적, 사회적 관점을 뜻합니다. 1인 가구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개인주의 시대에는 장단점이 존재하는데 개성, 자율, 창의성, 다양성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외로움, 냉소, 이기주의, 미숙한 팀워크 같은 단점도 있습니다.

    그리고 컨버전스(convergence) 시대가 열립니다. 이종이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합니다. 융·복합적 산물이 나타납니다. 종이책은 전자책으로 옮겨가게 되는데, 아날로그적인 촉감을 위해 실제로 넘기는 듯한 느낌의 디지로그(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가 나타날 겁니다. 자동차, 뇌공학, 따뜻한 기술, 문화기술 등이 발달합니다. 이 컨버전스가 중요한 이유는 미래 문제들의 답을 여기서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말한 것을 요약하면 미래 키워드는 저성장, 불확실성, 고령화, 개인주의, 컨버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미래에 어떠한 능력을 갖춰야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요?

    변신력·복원력 그리고 공감력 필요

    “열정과 도전정신 있다면 청춘 성공방정식 얼마든 가능”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 소장(왼쪽)이 개그맨 정범균의 사회로 ‘열정樂서’ 콘서트에서 관객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첫 번째, 경계를 넘어야 합니다. 전문 용어로는 변신력(transformability)이 뛰어나야 하죠. 인생 2, 3모작은 필수입니다. 개인과 기업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화가이자 컬렉터이기도 한 박해룡 고려제약 회장, 200년 변신의 귀재인 듀폰이 대표적 예입니다. 듀폰 최고경영자(CEO)는 변신을 시도하면 생존 확률이 60∼70%이지만 변신하지 않으면 망한다고 했습니다. 삼성그룹에도 이러한 기업이 있습니다. SDI인데, 1970년대에는 브라운관으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고 90년대에는 불모지였던 2차 전지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현재는 전 세계 2차 전지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차지하며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기업도 변신을 잘할 때 생존력이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변신력은 저성장, 불확실성, 고령화 시대의‘뉴 노멀’(New Normal·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입니다. 미래 변화의 파도를 직시하고 과감하게 넘어서야 합니다. 그래서 언제든 경계를 넘는 트랜스포머가 되길 바랍니다.

    두 번째,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복원력(resilience)입니다. 요즘 힐링 열풍이 부는데, 복원력을 가지려면 힐링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KFC 창업자인 코넬 샌더스는 하는 사업마다 실패하고 66세 나이에 1009번째 방문한 식당에서 첫 계약을 체결해 1008전 1009기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창조경제와 이스라엘의 창조정신을 많이 얘기하는데, 이는 후츠파(Chutzpah) 정신입니다. ‘Never say no!’로, 좌절을 모르는 당돌함을 갖고 실패에서 배우는 자세를 말합니다. 이 같은 후츠파 정신이 지금의 이스라엘을 만들었습니다.

    기업을 보면 유니클로가 있습니다. 유니클로는 굉장한 실패 후 2003년부터 히트텍으로 히트를 쳤습니다. 이런 것이 기업의 복원력입니다. 그래서 저성장, 개인주의,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복원력이 중요합니다. 복원력을 연마하는 방법은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마음을 힐링하고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무장하는 겁니다.

    세 번째로 중요한 능력은 소통하고 배려하는 공감력(empathy)입니다. 소통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경청입니다. 잘 듣고 잘 보면서 대화를 해야 합니다. 소통을 잘하는 사람은 상대도 잘 배려합니다. 친절, 보살핌, 사랑 이것들이 여러분이 미래를 살아가는 데 핵심입니다.

    기업가를 예로 들면, 타타그룹의 라탄 타타 회장이 있습니다. 그는 스쿠터를 탄 일가족의 교통사고를 목격한 뒤 스쿠터 한 대 가격에 살 수 있는 자동차를 개발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5년 후 170만 원짜리 자동차를 출시했고, 그는 현재 인도인이 가장 존경하는 경영자가 됐습니다.

    직원, 동료와 공감을 잘한 기업으로는 SAS가 있습니다. SAS는 잦은 야근과 잔업으로 직원들이 자녀와 충분히 시간을 보내지 못하자, 일과 삶의 균형(balance)을 맞추려고 야근과 잔업을 금지했으며 편의시설도 만들었습니다. TOMS 슈즈도 그렇습니다. TOMS 슈즈의 블레이크 마이코스키 CEO는 아르헨티나에 놀러갔다가 신발 없이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성처투성이 발을 보고 고객이 신발 1켤레를 사면 회사가 1켤레를 기부하는 ‘판매=기부’의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미국 사회에 유행해 TOMS 슈즈가 유명해지게 됐습니다. 이렇게 고객, 동료, 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그들을 배려하면 저성장, 불확실성, 고령화, 개인주의 등 미래의 변화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미래의 특징은 저성장, 불확실성, 고령화, 개인주의, 컨버전스이며 미래를 위한 3대 성공 조건은 변신력, 복원력, 공감력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희망 잃지 말아야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봤습니다. MS 창업자 빌 게이츠, 혼다자동차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포드 창업자 헨리 포드, 영국 배우 틸다 스윈턴, 미국 작곡가 빈스 파프, 영국 정치가 윈스턴 처칠, 우리나라의 이어령 교수, 축구선수 박지성 등 개인별로 성공에 대한 정의는 다릅니다.

    저는 청춘을 위한 성공방정식을 만들어봤습니다. ‘S(성공)=H(행복)=∑ht(P, C)’입니다. 성공과 행복은 같은 것이며, 행복하지 않으면 성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ht는 순간순간의‘작은 성취와 행복의 합’입니다. 여기에 필수조건은 열정(P)과 도전정신(C)입니다. 순간순간 성취와 행복을 느끼려면 열정과 도전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변신력, 복원력, 공감력이 순간순간 작은 성공의 밑거름이 될 겁니다.

    삼성그룹 사장 가운데 지방대 출신이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스펙이나 출신 학교 이런 것이 나중에 인생을 결정한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열정을 갖고 도전하길 바랍니다. 저는 인생 목표를 많이 세웠었는데, 목표대로 되는 게 별로 없더라고요. 목표대로 된 것은 불과 10% 정도였습니다. 제가 변신력을 강조한 이유는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입니다. 목표도 중요하지만 목표에서 조금 벗어나더라도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먼저 간단한 목표부터 세우세요. 실행 가능한 목표부터 찾고 안 되더라도 절대 좌절하지 마세요.

    열정은 운명을 이깁니다.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더라도 희망을 잃은(hopeless) 사람이 돼서는 안 됩니다. 열정과 도전정신, 이 두 가지만 잊지 않는다면 성공과 행복을 모두 성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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