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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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수긍, 속은 반발…제2 검란?

중수부 폐지, 상설특검, 수사권 조정 등 박근혜 당선인 개혁안에 촉각

  • 남상욱 한국일보 사회부 기자 thoth@hk.co.kr

    입력2012-12-31 09: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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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은 수긍, 속은 반발…제2 검란?

    2012년 12월 2일 박근혜 당선인이 강원 강릉시청 2층 대회의실에서 검찰 개혁안을 발표하고 있다.

    검찰 눈과 귀는 온통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쏠렸다. 대대적인 검찰 개혁 공약을 내세운 박 당선인이 현재 총장 공석 상태에 놓인 검찰에 어떤 식으로 메스를 들이댈지 검찰 내부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박 당선인은 대통령선거(대선) 기간 내내 “더는 정치검찰, 특권검찰, 비리검찰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또한 권력 유착 및 과도한 권한 집중 해결 등 그동안 법조계에서 제기해온 검찰 개혁론과 유사한 문제인식을 보였으며, 대선 기간 막바지에는 기존 견해를 뒤집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대검 중수부) 폐지까지 약속했다. 검찰 개혁을 위해 ‘외부 힘’을 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朴 당선인 “정치검찰 말을 없애겠다”

    박 당선인의 검찰 개혁 방향은 공약집을 통해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공약집에 따르면, 국회 청문회 통과자에 한한 검찰총장 임명 등 합리적 인사제도 확립, 감찰본부 인력 증원 등을 통한 비리 검사 퇴출, 대검 중수부 폐지 등 검찰 권한 축소, 검찰의 직접수사 원칙 배제를 적시한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이 개혁안의 골자다. 공약집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대통령 친인척이나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 수사를 전담할 상설특검제 및 특별감찰관제 도입은 박 당선인이 여러 차례 언급해왔던 검찰 개혁 방안이다.

    검찰은 일단 새 검찰총장 인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박 당선인이 내놓을 검찰 개혁의 첫 단추가 현재 공석인 검찰총장 인선에서 시작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검찰총장 임명권을 갖고 있지만 박근혜 당선인 측과 협의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누가 검찰총장이 되느냐를 보면 박 당선인의 개혁 의지를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박 당선인의 개혁안을 반대하지 않고 강력하게 추진할 인물이 새 검찰총장이 될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이번부터는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후보자가 추천되고, 박 당선인이 그중 국회 청문회를 통과할 인사를 임명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추천위원회나 청문회를 거치다 보면 정치권 등 여론의 검찰 개혁에 대한 요구가 신임 총장 임명에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기”(한 지방 검사장) 때문이다.

    구체적인 검찰 개혁안에 대한 관심은 역시 대검 중수부 폐지 여부로 쏠린다. 박 당선인은 대선후보 당시 “그동안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중수부를 폐지하겠다. 서울중앙지검 등 일선 검찰청의 특별수사부서에서 그 기능을 대신하게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중수부 폐지 여부가 검찰 개혁의 화두로 떠오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실제로 검찰 안팎에서는 30여 년 동안 거악척결 기능을 담당한 검찰의 중추 기구로서 검찰 상징으로까지 꼽히던 대검 중수부를 해체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박 당선인이 개혁 의지를 과시하고, 실질적으로 검찰 힘도 빼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검 중수부의 한 검사는 “검찰 개혁을 하면서 중수부 폐지를 거론하지 않는다면 진정성을 의심받게 될 테고, 다른 부분이 안 되더라도 중수부만 폐지하면 개혁했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았다.

    박 당선인의 공약대로라면 중수부를 대체하는 기관은 각 지검 특수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전국 단위 사건이나 일선 역량으로는 해결이 쉽지 않은 사건의 경우에는 고검에 태스크포스(TF)를 둬 수사할 수 있으며, 권력층 비리 사건이라면 상설특검에 수사권이 넘어갈 수도 있다.

    물론 검찰 내부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당장 대검 중수부를 경험해봤거나 중수부에 소속돼 있는 특수통 검사들이 강하게 반발한다. “중수부를 폐지할 경우 그동안 중수부가 해왔던 정치인이나 대기업 수사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절대 불가론부터 “중수부 폐지는 괜찮지만, 중수부 기능을 그대로 살려놓아야 한다”는 견해까지 다양하다.

    결국 법조계에서는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최재경 전 중수부장의 마찰, 그리고 뒤이은 한 전 총장의 사퇴에서 보듯 검찰총장조차 함부로 건드리기 힘든 중수부 폐지를 놓고 한바탕 파장이 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검찰 내부에서도 “개혁은 필요”

    겉은 수긍, 속은 반발…제2 검란?
    분명한 것은 검찰 내부적으로는 중수부 폐지와 무관하게 대통령 친인척이나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를 위해 박 당선인이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제에 대해 반대 의견이 많다는 점이다. 상설특검이 기소권을 가지면, 검찰의 기소독점권이 자연스럽게 박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조차 상설특검제는 각종 문제로 이미 폐기됐는데, 굳이 우리나라에서 하겠다는 이유를 모르겠다. 중수부가 문제라면 중수부를 없애고 그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검찰 내부조직을 개편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반발에 검사 대부분이 공감하는 분위기다.

    중수부 폐지 문제가 해결된다면 검경 수사권 조정은 쉽게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이미 검찰 내부에서는 “일반 형사사건 등에 대한 수사권을 경찰에 넘겨주고 지휘권을 강화한다면 환영할 일”이라는 의견이 심심찮게 나온다.

    재경 지검의 형사부 소속 검사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다시 수사하거나 기소하기 위해 쏟는 시간적 추가 낭비를 생각한다면 검찰이 기소 여부만 정확히 판단하고 결정하게 해주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물론 전제가 있다. 경찰이 수사권을 갖는 그만큼 책임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처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것으로 경찰 일은 끝났다’고 할 것이 아니라 ‘기소는 물론 재판 결과에 따라 인사평점을 매겨 경찰이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승리를 기대하고, 또 환영하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그들 속내에는 일단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대검 중수부 수사 등 이명박 정권 5년 내내 검찰로부터 ‘핍박’받았던 야당이 정권을 잡을 경우 보복이 이뤄질 수 있다는 공포와 함께, 박 후보가 당선할 경우 조직에 충격을 줄 정도로 검찰을 손보지는 않으리라는 기대가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강도 차이가 있을 뿐 검찰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검찰 역시 부인하지 않는다. 조만간 박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검찰 개혁 분야 책임자로 누구를 임명하느냐에 따라 차기 정부의 개혁 방향과 수위가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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