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7

2012.12.17

잃어버린 5년, 창작 자유 짓밟아

MB정권과 대중음악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2-12-17 10: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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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어버린 5년, 창작 자유 짓밟아
    지난 5년간 한국 대중음악산업은 여러모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대표적으로 음원시장이 확고히 자리 잡았다. 2007년 빅뱅과 원더걸스가 등장하면서 르네상스를 맞은 아이돌 관련 산업은 10대 취향 문화상품에서 기성세대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말하자면 휴대전화 같은 산업이 됐다. 먼 나라 이야기인 줄만 알았던 대형 페스티벌이 주말마다 여기저기서 열린다. 록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재즈와 전자악기음악(일렉트로니카) 등 모든 장르를 아우른다. 기획사가 배출한 발라드나 댄스가수뿐 아니라 장기하와 얼굴들, 십센치, 국카스텐 등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은 인디 출신 뮤지션이 등장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붐을 타고 버스커버스커, 이하이 같은 신예도 등장했다.

    대중음악이 내수산업에서 수출산업이 된 것도 큰 변화다. 빅뱅, 소녀시대가 일본 대형 페스티벌, 그 외 많은 아이돌이 케이팝(K-pop)이란 이름으로 아시아와 유럽에 진출했다. 싸이의 성공스토리는 그 자신에게조차 믿기지 않는 일일 것이다. 슈퍼스타 마돈나가 다리 밑을 기어간 몇 안 되는 남자니까 말이다.

    이 모든 변화가 더욱 놀라운 이유는 이명박(MB) 정부의 대중음악 정책이 말 그대로 참혹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을 통틀어 10여 명에 불과하던 대중음악 담당 공무원이 MB정부 들어 절반으로 줄었다. 5명 안팎의 인원이 격변하는 대중음악산업을 관리해온 셈이다. 대중음악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시행했던 인디레이블 지원정책은 2008년, 그러니까 MB정권이 출범하면서 폐기됐다.

    음악산업에 대한 지원이 답보 혹은 퇴보를 거듭하는 동안 잊혔던 단어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바로 검열이다. 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위원회가 2011년을 전후해 ‘미친 듯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의 주 업무인 유해매체 판정은 마치 백정이 휘두르는 칼 같다. ‘술’‘담배’ 같은 단어가 들어간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노래에 ‘19금’ 딱지가 붙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음반에서 음원으로 음악 플랫폼이 전환되면서 이동통신사들의 횡포가 심각한 문제로 부각됐다. SK텔레콤과 KT가 대주주인 음원사업체들의 주력 상품은 음원정액제다. 한 달에 몇천 원만 내면 무제한 스트리밍에 수백 곡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이 경우 음악은 사실상 곡당 10원대로 덤핑 처리된다. 음원시장 초기에는 불법 다운로드에 익숙한 사용자들을 시장질서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논리를 내세워 관계자들의 불만을 억눌렀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들어 아이튠즈 같은 해외 유료 음원시장이 소개되고 음원이 음반을 완전히 대체한 이후에도 이동통신사들은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참다못한 음악계 관계자들이 ‘스톱 덤핑 뮤직 (Stop Dumping Music)!’이라는 구호 아래 뭉쳤다. 7월 10일 메이저와 인디를 막론하고 제작자, 뮤지션들이 모여 공청회를 열고 시위를 했다(사진). 하지만 정부는 이동통신사의 손을 들어주며 정액제 상품을 인정했다. 그 과정에서 “음악은 공공재”라는 당국 관계자의 망언도 나왔다. 한국의 음원 가격은 미국, 유럽, 일본은 물론이고 베트남보다도 싸다. ‘강남스타일’이 한국에서 다운로드 360만 회를 기록했음에도 수익이 6500만 원에 그친 것도 그 때문이다.

    결국 현 정부의 대중음악 정책은 규제와 수출이라는 2개 키워드로 정리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5년간 한국 대중음악산업이 변화할 수 있었던 건 그 이전 10년간의 문화진흥 정책 덕분이다. 국민의정부 시절 확립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정책 기조는 영화진흥원과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을 설립하면서 문화산업의 체계적인 지원을 가능케 했다. 참여정부 시절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수출산업, 즉 한류 가능성을 타진하고 인디레이블을 지원하는 등 음악생태계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인력과 예산을 투입했다. 현 정권은 그와 대조를 이루니, 대중음악 정책만 보면 지난 5년은 ‘잃어버린 5년’이다.

    정치 계절이다. 불행하게도 여야 어느 캠프에서도 뚜렷한 대중음악 정책 방향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유력 후보들을 둘러싼 정치세력이 향후 어떤 정책을 펼칠지는 지난 세월에 비춰 대략 예측할 수 있다. 그것을 토대로 투표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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