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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뜨거운 감자’ 현대건설 매각 중단 사태 부르나

현대그룹 대출금 성격 놓고 의혹 증폭…채권단은 “대출확인서 불충분”

‘뜨거운 감자’ 현대건설 매각 중단 사태 부르나

‘뜨거운 감자’ 현대건설 매각 중단 사태 부르나
현대건설 인수전은 처음부터 압도적인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재계 2위 현대차그룹의 우위를 점치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11월 16일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이하 채권단)가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그룹을 택하면서 1라운드는 현대그룹의 승리였다. 그러나 이것으로 현대 가문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현대그룹이 동원한 자금의 성격을 두고 논란이 일면서 2라운드로 넘어갔다. 현대그룹이 인수 희망가로 써낸 5조5100억 원 가운데, 현대상선 프랑스 현지법인이 제출한 1조2000억 원 상당의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 예금이 어떻게 조달됐는지가 2라운드의 핵심 관전 포인트였다.

“기업사냥꾼의 돈이 아니냐”

12월 3일 현대그룹은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으로부터 1조2000억 원을 무담보·무보증으로 빌렸다는 내용증명이 담긴 대출확인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의혹은 진정되기는커녕 오히려 확대일로에 있다. 12월 6일 대출확인서가 나티시스 은행이 아닌 계열사 임원의 서명으로 작성됐다는 언론보도가 터져 나왔다. 현대그룹이 채권단에 제출한 나티시스 은행 대출확인서에 서명한 사람은 넥스젠캐피탈 및 넥스젠재보험 등기이사(Director)로 각각 넥스젠기업솔루션 파리지점 최고운영책임자(COO)와 등기이사직을 겸하고 있는 제롬 비에와 프랑수아 로베이로 확인된 것.

이를 두고 일각에선 대출금이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넥스젠캐피탈로부터 나왔고, 넥스젠캐피탈이 고수익의 단기투자 차익을 노리고 현대그룹과 복잡한 계약조건을 걸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11월 19일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증권 노동조합도 “프랑스 은행에 예치된 대출금 1조2000억원이 넥스젠캐피탈의 자금이라는 소문이 있다”며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현대그룹 측은 “나티시스 은행 임원이 넥스젠캐피탈 임원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상황이 수습되기도 전에 현대그룹이 1조 원을 투자받는 조건으로 스툼프그룹에 현대건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을 넘기기로 했다는 내용의 계약내용협의서(텀 시트·term sheet)가 언론에 공개됐다. 논란이 커지자 채권단은 “대출계약서와 부속서류를 5영업일 뒤인 14일까지 제출하라”며 “자료가 불충분할 경우 양해각서(이하 MOU)를 무효화할 수 있다”고 현대그룹을 압박했다.



그러자 세간의 관심은 과연 현대그룹이 채권단에게 자금출처를 속 시원히 밝혀줄 대출계약서를 제출하느냐에 쏠렸다. 그동안 현대그룹이 “입찰규정과 법규정에 의하면 대출계약서 제출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왔기 때문에 서류 제출 여부에 따라 MOU 해지 자체가 결정될 수 있었던 까닭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M·A 시장에선 자금출처를 밝히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자꾸 (현대차그룹이) 자금출처를 밝히라며 심판을 맡은 채권단을 압박하는데 판을 흔들려는 의도가 있다”고 비판했다.

현대그룹은 최후통첩 시한인 12월 14일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으로부터 ‘2차 대출확인서’를 받아 채권단에 제출해 공을 채권단 쪽에 넘겼다. 이번 대출확인서에는 나티시스 은행으로부터 조달한 1조2000억 원은 △ 제3자가 담보를 제공하거나 보증한 사실이 없고 △ 현재 나티시스 은행의 두 계좌에 들어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채권단에 제출한 것은 채무자와 채권자 및 제3자 보증, 담보물건 등이 상세히 기록된 대출계약서나 그 부속 서류가 아닌, 현대그룹이 나티시스 은행으로부터 무담보·무보증으로 자금을 빌렸다는 내용을 확인하는 내용증명이었다. 현대그룹은 “채권단이 갑자기 대출계약서 대신 텀 시트를 제출해도 무방하다고 통보해온 것은 증빙서류 제출 요구가 얼마나 부당한지를 보여준 것”이며 “채권단이 요구하는 텀 시트는 애초 작성되거나 체결된 적이 없다” 고 주장했다. 2차 대출확인서의 내용도 1차 대출확인서와 별반 다르지 않자 상황은 반전을 거듭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이 이미 제출한 확인서를 다시 내놓은 것이므로 효력이 없는 만큼 채권단은 지체 없이 현대그룹과 맺은 MOU를 해지해야 한다”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2차 확인서 불충분 MOU 해지?

‘뜨거운 감자’ 현대건설 매각 중단 사태 부르나

11월 18일 고(故) 정주영, 정몽헌 회장의 묘소에서 참배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맨 왼쪽).

채권단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12월 15일 공을 넘겨받은 외환은행, 한국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 등 주주협의회 소속 8개 기관 실무진은 외환은행에서 실무자회의를 한 뒤 “현대그룹이 제출한 2차 대출확인서에 대한 법률 검토를 한 결과 ‘불충분하다’는 자문을 얻었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법률 검토 결과를 토대로 17일 주주협의회에서 현대그룹과 맺은 MOU 해지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취소 또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거부 동의안 등의 안건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주주협의회에서 80% 이상이 찬성하면 안건은 통과되며, 22일까지 채권 금융회사들의 서면 동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채권단이 현대그룹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자금출처 의혹을 해소하기에 미흡하다고 판단함에 따라 MOU 해지 쪽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다. MOU 해지안과 함께 주식매매계약 체결거부 동의안까지 함께 올리는 것은 현대그룹이 제기한 MOU 해지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판결에 대비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어느 쪽이든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는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현대그룹은 “채권단의 의견이 결정된 것이 아니라 법률자문사의 법률 검토 의견일 뿐”이라며 선을 그으면서 “적법 절차를 지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공은 채권단에서 법원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어떤 시나리오로 가더라도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및 채권단 3자가 얽힌 대규모 법적 소송을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미 현대그룹은 11월 28일 현대차그룹이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한다며 50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12월 10일 ‘주식매각 MOU 해지 금지’ 등에 관한 가처분신청서를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채권단이 증빙서류의 효력을 부인해 MOU를 해지하면, 현대그룹은 채권단을 상대로 추가 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MOU 해지로 최종 결론이 나더라도 채권단의 운신의 폭은 넓지 않다. 현대그룹과 MOU를 해지하고 바로 현대차그룹 쪽으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넘기기엔 현대그룹 측의 반발과 일각에서 제기되는 특혜 논란이 부담스럽다. 채권단 측이 “추가로 다시 법률 검토를 받고 주주협의회를 열어 논의해야 한다”고 밝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채권단의 최종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입찰에 특혜는 있을 수 없다. 공정하게 적법 절차를 지켜 매각 건을 진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는 데다 채권단이 ‘MOU 해지’란 강수를 불사하면서 채권단의 강한 부인에도 시장 안팎에선 ‘현대건설 매각중단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이전투구에 채권단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대규모 소송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우에 따라 매각작업 자체가 중단될 가능성도 있어 현대건설 매각은 장기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간동아 2010.12.20 767호 (p24~26)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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