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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味食生活

비빔밥 세계화? 무엇을 넣고 비빌 텐가

비빔밥

비빔밥 세계화? 무엇을 넣고 비빌 텐가

비빔밥 세계화? 무엇을 넣고 비빌 텐가

네댓 가지 나물에 간장으로 비벼 먹는 안동 헛제삿밥. 이 정도의 것이 전문점 비빔밥 중 한국인이 일상으로 먹는 비빔밥과 가장 유사하다.

MBC ‘무한도전’ 팀이 11월 중순께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한식 광고를 하기로 했단다. 무한도전 팀은 이미 지난해 말 ‘뉴욕타임스’에 비빔밥 광고를 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때 반응이 좋았다며 또 광고를 하는 모양이다. 뉴욕 한복판의 한식 광고가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나는 잘 알지 못한다. 이 기회에 그전에 했던 비빔밥 광고에 대해 몇 마디 토를 달고자 한다.

한국인은 스스로 비빔밥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폼 나는 전주비빔밥에 깊은 자부심까지 느끼고 있다. 무한도전 팀이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비빔밥 광고도 그 때깔 좋은 전주비빔밥이었다. 먼저 자랑스러운 전주비빔밥 레시피부터 살펴보자. 되도록 비빔밥 조리 과정을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꼼꼼히 읽어주기 바란다(이 레시피는 전주의 비빔밥박물관에서 얻은 것인데 어법에 맞게 조금 수정했다).

①사골 곤 물로 밥을 짓고 밥이 끓어오르면 불을 줄여 콩나물(100g)을 얹어 뜸을 들인다. ②콩나물이 익으면 밥과 고루 섞는다. ③쇠고기는 채 썰어 배즙, 청주를 넣고 무쳐서 1시간 정도 놓아둔 뒤 마늘, 청장, 참기름, 깨소금, 잣가루를 넣고 무쳐두었다가 육회로 사용한다. ④미나리는 끓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고 데친 후 소금, 참기름, 마늘, 깨소금을 넣어 무친다. ⑤콩나물(100g)은 끓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고 삶은 후 찬물에 헹군다. ⑥도라지는 소금을 넣고 주무른 후 씻어 쓴맛을 제거한 다음 마늘, 소금을 넣고 볶다가 깨소금, 참기름을 넣는다. ⑦고사리는 끓는 물에 삶은 다음 마늘, 청장을 넣고 무쳐서 볶다가 깨소금, 참기름을 넣는다. ⑧표고버섯은 채 썰어 깨소금, 참기름, 청장, 마늘을 넣고 무친 다음 살짝 볶는다. ⑨애호박은 채 썰어 소금에 절였다가 찬물에 살짝 헹구고 물기를 짠 후 마늘을 넣고 볶다가 참기름, 깨소금을 넣는다. ⑩무는 채 썰어 고춧가루, 마늘, 쑥갓, 소금을 넣고 무친다. ⑪오이와 당근은 4~5cm로 곱게 채 썰고 황포묵은 길이 4~5cm, 나비 1cm, 두께 3mm 정도로 썰어 놓는다. ⑫그릇에 밥을 담고 나물을 색스럽게 올려 담아 가운데에 육회를 넣고 그 위에 달걀노른자를 얹은 다음 기름에 튀긴 다시마를 잘게 부숴 넣는다. ⑬고추장을 따로 담아내서 개인 식성에 맞춰 넣게 하고 콩나물국과 물김치를 곁들여 낸다.

이 레시피만으로 자랑스러운 비빔밥 맛이 느껴지는가. 그러면 이 레시피대로 비빔밥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가. 대충 챙겨야 하는 음식 재료만 보자. 사골 국물, 콩나물, 밥. 쇠고기, 배, 청주, 마늘, 청장, 참기름, 깨소금, 잣가루, 미나리, 도라지, 고사리, 표고버섯, 애호박, 무, 고춧가루, 쑥갓, 오이, 당근, 달걀, 다시마, 고추장, 물김치 등. 재료를 다듬고 헹구고 썰고 무치고 하는 과정을 생각하면 비빔밥 한 그릇에 들이는 공력은 엄청나다. 비빔밥 먹고 싶다고 아내에게 이 레시피대로 조리해달라고 했다가는 쫓겨나기 딱 좋을 것이다.

앞서 거론한 레시피의 비빔밥은 전주 등 몇몇 음식점에서 내는 것이다. 가정에서는 이렇게 요리하지 않으며, 또 할 수도 없다. 가정에서 먹는 비빔밥은 대부분 제사 지내고 남은 나물로 비벼 먹거나, 주부들이 냉장고 잔반을 처리하기 위해 만든 ‘잡탕 비빔밥’일 뿐이다. 쉽게 말해 위의 레시피 비빔밥은, 즉 무한도전 팀이 뉴욕타임스에 광고한 그 비빔밥은 일상의 음식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 위 레시피 비빔밥은 조선이나 고려 때부터 내려온 유구한 전통을 지닌 궁중음식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아쉽게 그것도 아니다. 최근에 만들어진, 그냥 몇몇 비빔밥 전문점의 것일 뿐이다.



나는 가끔 한식 세계화 이데올로기에서 한국인이 지닌 전근대적인 양반 근성과 천민자본주의 사회의 졸부 근성이 잡탕으로 비벼져 있음을 본다. 한국 음식을 세계인이 즐겨 먹든 말든, 먼저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한 허위의식부터 직시할 필요가 있다.

무한도전과 김태호 피디의 열혈 팬으로서 그들이 우리 문화를 외국에 알리겠다는 열정은 가슴에 와 닿는다. 하지만 지난 비빔밥 광고에선 그 비빔밥에 무엇이 비벼져 있는지 잘 살피지 않은 듯해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 한식 광고는 달랐으면 한다. 무한도전답게 일상의 삶이 담긴 광고라면 더없이 고마울 것이다.



주간동아 2010.11.08 761호 (p80~80)

  •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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