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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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태양에너지’를 사랑한 이유

만성 전력난 해소·농촌 삶의 질 향상 ‘두 토끼 잡기’에 박차

  • 델리=이지은 통신원 jieunlee333@hotmail.com

    입력2010-08-30 12: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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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가 ‘태양에너지’를 사랑한 이유

    태양열 전등으로 불을 밝히는 인도 아마다바드의 한 야시장.

    인도의 전력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인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전력 생산량은 전체 수요의 65~70%에 불과하다. 2009년 전년 대비 6300MW가 증가한 약 16만2000MW의 전력을 생산했지만 산업용, 가정용 전기 사용량이 증가 일로에 있어 여전히 30% 이상이 부족하다. 수도 뉴델리에서조차 하루에도 여러 차례 정전 사태가 일어나고, 수도권의 공장들은 언제 닥칠지 모를 정전 때문에 자체 발전 시설을 갖춘 경우가 많다. 여유가 있는 일반 가정에서는 발전기나 충전기를 사용하는 인버터를 설치하는 실정이다.

    8만 개 이상 마을에선 아직도 깜깜

    그나마 도시는 사정이 나은 편. 시골 대부분은 전기 공급이 전혀 안 되고 있다. 인도 정부는 8만 개 이상의 마을에 전력 공급이 안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설사 시설이 돼 있다 해도, 지방으로 갈수록 전기 공급이 불안정하고 공급되는 시간도 짧다. 하루 중 반 이상 전력 공급이 되지 않아 냉장고를 찬장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웃지 못할 일도 종종 벌어진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자 정부는 전력 인프라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 주정부와 국영, 민영 기업들은 인도 전역에서 개별적으로 또는 합작으로 발전소 짓기에 여념이 없다. 한국 기업들이 인도 각지에서 화력발전소 공사를 수주했다는 낭보도 들려왔다. 특히 인도 정부는 향후 주 전기공급원으로서 원자력 발전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세계 각국과 잇따라 민간 핵협정을 체결하며 외국 기업이 인도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도록 실정법 통과에 박차를 가한다.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사정이 한순간에 좋아지기는 어렵다. 대도시나 공업지역의 전력 수요 증가세가 워낙 가팔라서 인도 전역이 언제쯤 넉넉하게 전기를 공급받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더구나 아직 공급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은 지역은 발전소 건설과는 별개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므로 갈 길이 멀다.



    그렇다고 8만 개가 넘는 농촌이 언제가 될지 모르는 전기 공급을 마냥 기다리며 ‘원시적인’ 생활을 견디는 것은 아니다. 규모는 작지만 대체에너지를 개발, 이용하고 있다. 특히 인도 전역에서 각광받는 것은 태양에너지다. 1년 중 300일 이상이 화창한 인도에서는 태양광이 가장 안정적인 대체에너지원으로 꼽힌다. 현재 태양광을 이용한 전등, 조리기구, 온수기, 펌프, 간판조명, 교통신호 등을 사용하고 있으며, 대도시의 큰 건물 중에도 집열판을 장착한 외부 조명을 사용하는 곳이 많다.

    전력 공급이 제대로 안 되는 농촌에서 인기 있는 태양에너지 제품은 전등과 조리기구다. 전등은 집 밖에 집열판을 설치, 낮 동안 모은 태양에너지를 전기로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다. 태양광 조리기구는 태양 빛을 모아 물을 끓이고 이때 발생하는 수증기를 이용해 조리하는 방식과 복사열을 직접 이용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인도 대표 음식인 카레는 비교적 낮은 열을 가하면서 오랜 시간 끓여야 하기에 태양광 조리기구로 조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농촌에서는 다른 대체에너지로 쇠똥을 볏짚 등과 섞어 빚은 뒤 햇볕에 바짝 말려 사용하기도 하지만 소도 가난한 농촌사람들에게는 큰 재산이고, 소가 없는 가정은 쇠똥 연료를 구입해 사용해야 하기에 인기가 적다. 반면 태양광 기구들은 초기 투자비용이 좀 들지만 일단 구입하면 무궁무진한 태양에너지를 공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이다.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양수기도 물이 부족한 농촌에서는 인기 품목이다.

    인도가 ‘태양에너지’를 사랑한 이유

    인도에서 인기를 끈 삼성전자의 태양광 충전 휴대전화기.

    이 밖에도 최근 각광받는 것이 태양광으로 충전 가능한 휴대전화 단말기다. 전화기를 끄고는 단 한 시간도 버틸 수 없게 된 현대인의 질병에서 농촌지역 사람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인도의 시골에는 설치하기 힘든 유선전화기보다 휴대전화가 광범위하게 보급돼 있다. 그런데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자 휴대전화 생산업체들은 앞다퉈 일반 건전지 겸용 혹은 자전거 페달로 충전 가능한 제품을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 돋보이는 상품이 삼성전자가 출시한 태양광 충전 휴대전화기다.

    LaBL 프로젝트로 인도를 밝혀라

    전등, 휴대전화를 비롯해 각종 태양에너지 이용 제품이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나름 선전하고 있지만, 구매력이 취약한 농촌에까지 파고들 만큼 저렴한 제품은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인도에서 생산한 태양에너지 이용 제품의 60~70%는 유럽, 미주, 중국 등지로 수출된다. 태양광 충전 휴대전화 역시 50달러가 넘어 인도 농촌에서 아직 경쟁력을 얻기는 어렵다.

    가격 장벽을 고려해 농촌 사람들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나온 방법이 임대다. 한꺼번에 목돈을 내고 태양광 발전 설비와 태양광 이용 제품을 사용할 수 없는 지역에 설비와 제품을 공급한 뒤 임대료를 받는 것인데, 하루 100원 안팎의 임대료로 전기의 혜택을 받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인도 국영 ‘에너지 자원연구소(The Energy and Resources Institute)’가 주도적으로 실시하는 LaBL(Lighting a Billion Lives) 계획을 비롯, 각종 정부와 민간 기관의 활동을 통해 이미 약 70만 개의 태양광 램프가 인도 각지에서 밤을 밝히고 있으며, 향후 10년간 2억 개의 램프가 임대 형식으로 보급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태양에너지는 전등이나 휴대전화기 등 제한된 제품에 비교적 효과적으로 적용됐 지만, 전기 공급이 아예 되지 않는 지역에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발전 시설을 도입하는 작업은 진척이 더디다. 태양에너지의 가장 큰 약점이 바로 비용 대비 효율성이 낮다는 것인데, 현재 인도에서 태양에너지를 상용전기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은 1KWh당 1220루피(312~520원)로, 화력발전보다 비싸다. 이런 높은 비용 때문에, 태양광 발전 사업은 대부분 저렴한 비용으로 적은 양의 전기만을 생산하는 소규모 프로젝트에 머물며 정부나 비정부기구(NGO)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LaBL 프로젝트만 해도 마을 공동으로 설치된 집열판을 통해서 하루 종일 충전되는 전기 양은 가구당 5~7W에 불과하다. 8시간 남짓 전등을 켜고, 필요할 경우 휴대전화 충전을 겨우 할 수 있는 정도인 것이다. 인도 정부는 태양에너지를 사용한 전력 생산량을 현재 9MW에서 2020년까지 2만MW까지 늘리고 전력 공급이 되지 않는 마을 1만 개에 태양광 전기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미 5379개의 마을은 태양에너지 발전 프로그램이 수립돼 곧 전기의 혜택을 볼 전망이다. 이 계획은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 비중을 낮춰 이산화탄소 배출량 조절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주목할 만한 경제 성장세를 보이는 인도는 반대급부로 빈부격차, 도농격차 심화로 사회적 문제를 겪고 있다. 만성적인 전력 부족 해소와 농촌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친환경적인 녹색에너지 태양광을 이용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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