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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한국인 빵에 빠지다③

한 끼로 충분, 건강빵 떴다

참살이 열풍 탄 건강빵 귀하신 몸…직접 만들어 먹는 사람도 늘어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한 끼로 충분, 건강빵 떴다

한 끼로 충분, 건강빵 떴다
“몸에도 안 좋은 빵을 왜 이렇게 많이 먹어?”

어릴 적 빵은 밥보다 못한 음식이었다. “우리 아이 밥 잘 먹어요”라고 자랑하는 어머니는 봤어도 “우리 아이 빵 잘 먹어요” 하는 어머니는 보지 못했다. 밀가루로 만든 빵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 기자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고향을 떠나 자취생활을 시작한 뒤에도 어머니는 전화통화 끝마디에 꼭 이 말을 덧붙였다.

“빵으로 대충 때우지 말고, 든든하게 밥 챙겨 먹어야 건강하게 오래 산다.”

그런데 밥보다 든든한 건강빵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라미듀빵’ 제과점을 찾았다. 제과점 주변에는 아기를 안거나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엄마들이 눈에 띄었다. 아이 입에 들어가는 음식이라면 까다롭기 그지없는 한국 어머니들을 만족시킨 빵집의 비결이 궁금해졌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벽에 그려진 그림만 화려할 뿐 정작 제과점 안은 비좁다. 곡물 색깔을 간직한 식빵, 바게트, 캉파뉴 등 기본 빵들만 비좁은 가게를 채웠다. 두 살배기의 빵을 고르던 최유경(40) 씨는 “우리 아이 먹을 음식이니 몸에 좋은지가 첫 번째 기준”이라고 이 빵집을 찾는 이유를 밝혔다.

첨가물 줄이고 재료 본연의 맛 살리고



좁은 매장에 비해 1층 아래에 있는 공장은 넓은 편. 라미듀빵코리아 이용숙 대표는 “개량제, 첨가제 등을 넣지 않고 자연 발효시켜 빵을 만드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공간도 많이 차지한다. 곡물 자체의 구수함을 살려 밥처럼 물리지 않는 맛을 낸다”고 말했다. 빵을 만드는 데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와는 달랐다. 건강빵은 예전 빵처럼 간식거리가 아니다. 특히 10, 20대를 중심으로 빵을 주식으로 삼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건강빵의 필요성이 커졌다. 밥을 짓는 데 특별한 첨가물이 필요치 않아 매일 먹어도 물리지 않고 건강도 해치지 않는 것처럼, 건강빵의 조건도 최대한 첨가물을 줄이고 원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다.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임경숙 교수는 “청소년은 성장발육기에 있어 무얼 먹느냐가 중요하다. 빵을 좋아한다면, 건강한 빵인지를 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끼로 충분, 건강빵 떴다

허브포카치아

건강빵의 또 한 가지 특징은 곡물, 밀가루 등 재료가 국내산이라는 것이다. ‘김영모과자점’ 김영모 대표는 “한국에서 난 재료로 만든 빵이 ‘웰빙빵’이다. 건강빵이라면 한국인의 체질과 입맛을 고려해 우리 땅에서 난 재료를 써야 한다. 순 쌀가루로 빵을 만들기도 하고 수수, 녹두 등도 이용한다”고 강조했다. 자연에서 나온 재료를 써 온도, 습도 등을 하나하나 따져 교감하듯 발효시킨 건강빵으로 기자가 직접 끼니를 때워보니 정말 든든했다. 일반 빵을 연이어 먹었을 때 나타나던 속쓰림도 없었다.

식사 대용으로 좋은 건강빵은 잡곡바게트, 캉파뉴, 포카치아 등이다. 잡곡바게트는 호밀, 귀리, 기장, 해바라기씨 등 잡곡이 많이 들어가 영양분이 풍부하므로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식이섬유, 미네랄, 비타민이 풍부하고 칼로리는 낮다. ‘종합영양제’ 잡곡으로 만든 만큼 영양분이 필요한 성장기 어린이, 노인에게 좋다.

한 끼로 충분, 건강빵 떴다

건포도캉파뉴

프랑스 전통빵 캉파뉴는 한국인의 입맛에 익숙하지 않은 신맛이 나지만 빵 속이 부드러워 먹기 좋다. ‘시골빵’ ‘농부의 빵’이란 애칭을 가질 정도로 프랑스에서 흔히 먹는다. 캉파뉴의 장점은 다양한 부재료를 넣어 입맛도 맞추고 건강도 챙길 수 있다는 것. 건포도, 호두, 아몬드, 치즈 등 부재료의 한계가 없다. ‘불에 구운 것’이란 뜻을 가진 포카치아는 이탈리아에서 왔다. 밀가루 반죽에 올리브유, 허브 등을 넣어 굽는 게 일반적이다. 역사가 오래된 빵인 만큼 이탈리아 곳곳에서는 지역 특색에 따라 다양한 모양, 재료로 만들어 먹는다. 레스토랑에서 애피타이저로 즐겨 제공되는 담백한 맛의 빵이기도 하다.

다이어트 빵? 그런 것은 없어요

건강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직접 빵을 만들어 먹는 ‘홈베이킹’족도 늘고 있다. 홈베이킹을 다룬 ‘파란달의 빵타지아’ 저자 정영선 씨는 “빵을 사먹으면 눈에 보이는 재료밖에 짐작할 수 없지만, 직접 만들어 먹으면 하나하나 재료를 고를 수 있다. 내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라 만들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직접 빵을 만들어 파는 동네 빵집이 사라지고 규격화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들어서는 추세에서 나온 대안일 수 있다. 못 먹는 음식, 피하는 음식을 고려해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주문하면 좋지만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서는 모두 소화할 수 없으니 자신들이 직접 만든다는 것.

일반 밀가루에서 벗어나 유기농 밀가루, 쌀가루, 현미가루, 호밀가루, 통밀가루, 밀기울을 쓰거나 설탕 대신 메이플슈거나 파넬라슈거를 이용한다. 우유 알레르기가 있다면 두유를 사용할 수 있고, 아토피가 있다면 달걀이나 우유 대신 두부를 넣어도 된다.

한 끼로 충분, 건강빵 떴다

집에서 만든 크렌베리 호두빵

부재료를 적절히 활용하면 맞춤형 건강빵도 만들 수 있다.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은 한방 재료 구기자, 홍삼으로 식빵을 만들어 먹으면 좋다. 활력을 주고 노화를 막기에 노인이 있는 가정에 추천한다. 호박씨, 해바라기씨 등 씨앗을 이용해 빵을 만들면 씨앗에 함유된 알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 여성형 맞춤 건강빵으로 인기가 높은 아마씨빵에는 오메가3 지방과 여성호르몬 리그나, 임산부에 좋은 엽산 등이 풍부하다.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베타카로틴, 비타민, 식이섬유가 풍부한 단호박으로 만든 빵이 좋다. 맛이 달콤하고 색깔이 예뻐 아이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는다. ‘블랙푸드’의 인기에 힘입어 오징어 먹물을 이용한 빵도 주목을 끈다. 항산화 효과가 있어 암 예방 음식으로도 꼽힌다. 이 밖에 말린 크랜베리, 블루베리, 살구 등 과일과 팥, 완두, 잣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모두들 궁금해하는 다이어트빵이 있을까? 홈베이킹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도 다이어트용 빵은 없느냐는 것이다. 안타깝게 이 세상 어디에도 다이어트빵은 없다. 버터나 기름기를 줄여 만든다고 해도 칼로리가 아예 없는 빵은 없기 때문. 그냥 욕심내지 말고 적당량만 먹거나 자연 그대로에 가까운 거친 질감의 빵을 찾는 게 좋다. 건강빵에만 의존하는 것도 금물. 임경숙 교수는 “건강빵에만 신경을 쓰고 다른 음식은 대충 먹는 사람이 많다. 음식은 조화가 중요한 만큼, 다른 식단에도 관심을 갖고 균형을 맞춰야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입맛’만큼 ‘손맛’이 즐거운 홈베이킹 체험기

“오븐에서 나는 구수한 향에 반했다!”


한 끼로 충분, 건강빵 떴다
홈베이킹은 즐거움이다. 직접 빵을 만들며 건강을 챙길 수 있지만 그보다는 즐거움이 더 크다. 쫙 펴면 엄지부터 새끼손가락까지의 너비가 27cm가 넘고, 스테이크처럼 두꺼운 손을 가진 기자도 반죽을 하며 홈베이킹 매력에 눈떴다. “해본 적이 없는데” 하며 물방울무늬 앞치마 입기도 주저했지만, 반죽을 시작하는 순간 손맛이 새로웠다. 반죽 특유의 질감은 어릴 적 갖고 놀던 찰흙보다 부드럽고 탄력 있었다. 반죽을 치면 칠수록 묵직해오는 팔의 느낌도 좋았다. “손힘이 좋아 반죽을 잘한다”는 정영선 씨(사진·서울 서초구 서초동 소재 ‘파란달 작업실’ 운영)의 칭찬에 바로 ‘홈베이킹 과정에 등록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빵 만드는 사람은 저마다 재미를 찾는다. 인기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주인공 김삼순(김선아 분)은 빵 만들기의 매력을 “나는 이스트를 넣지 않은 밀가루 반죽이 혼자의 힘으로 꼬물꼬물 발효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좋다. 혼자서 살아나는 반죽이 너무 귀엽다”고 표현했다. 혼자서 제빵 과정을 익힌 정다운(28) 씨는 “오븐에서 구워질 때 나는 구수한 향과 결과물을 기다리는 시간이 정말 좋다”며 웃었다.

홈베이킹에 필요한 도구는 의외로 간단하다. 재료를 섞고 반죽할 수 있는 넉넉한 크기의 볼, 큰 반죽도마, 밀가루를 치는 체, 재료의 용량을 재는 전자저울, 재료를 긁어내거나 고르게 하는 데 쓰는 주걱, 반죽을 자를 때 쓰는 스크래퍼, 다양한 모양을 만드는 빵틀 그리고 당연히 오븐이 필요하다. 손반죽이 부담스러운 사람을 위해 반죽기 또는 굽기 기능까지 있는 제빵기도 나와 있다. 오븐, 반죽기 등을 제외하면 3만 원 선에서 모두 구비할 수 있다. 공간도 크게 필요 없어 식탁에서 모든 작업이 이뤄진다. 기본 재료는 밀가루, 설탕, 우유, 버터, 소금, 인스턴트 드라이이스트, 부재료 등이다. 직접 품을 팔아 장을 보는 재미는 보너스.

빵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크게 반죽, 반죽이 부푸는 1차 발효, 반죽을 쉬게 하는 중간 발효, 빵 모양을 만드는 2차 발효, 굽기로 구분된다. 과정은 간단하지만 실내 온도, 습도, 날씨 등을 고려해야 하기에 ‘학습’이 필요하다. 빵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견디는 인내력도 요구된다. 하지만 홈베이킹족은 “실패 과정도 즐거움이다”며 추천을 아끼지 않았다.




주간동아 2010.08.30 752호 (p30~32)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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