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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텅텅 빈 상가 … 악몽의 ‘드라마파크’

일산 SK M-City 3년째 유령화 … 200억 원 손실 교원공제회도 큰 책임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텅텅 빈 상가 … 악몽의 ‘드라마파크’

텅텅 빈 상가 … 악몽의 ‘드라마파크’
일산 장항동 MBC드림센터 뒤쪽에 자리한 ‘웨스턴 돔’은 일산의 대표적인 상권이다. 호수공원과 미관광장, 정발산공원 등 다양한 휴식공간이 주변에 포진해 있고 정발산역(3호선)과 왕복 10차선의 중앙로가 이곳을 지나 교통여건도 뛰어나다.

7월 27일 오전 9시, 출근하기 위해 발걸음이 바쁜 직장인 사이로 웨스턴 돔 상가가 하나둘 문을 열기 시작한다. 간단한 액세서리를 파는 가판점포들도 새로운 하루를 맞이한다. 상인들의 표정이 밝다. 하지만 이곳에서 호수공원 쪽으로 한 블록 정도 걸어가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상가 건물이 나타난다.

지상 3층, 지하 2층 건물의 내부 대부분이 불이 꺼져 있고 진열대엔 물건 대신 먼지만 수북하게 쌓여 있다. 텅 빈 상가 곳곳은 치우다 만 쓰레기 더미와 제대로 마무리 작업을 하지 않아 치렁치렁 내걸린 전기선으로 어수선하다. 진열장에 물건이 있어도 문을 닫은 지 꽤 오래된 듯한 매장도 적지 않다.

이 상가는 호수공원을 바로 바라보고 있어 ‘웨스턴 돔’보다 전망이 좋다. MBC드림센터와 인접하고 주변에 오피스텔과 사무실 건물도 적지 않아 상권으로서 입지는 좋은 편. 그런데도 상가건물은 점점 유령의 집처럼 변하고 있다. 2007년 8월 20일 준공된 건물이니 올해로 3년째.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문제의 건물은 ‘SK M-City 드라마파크’(이하 드라마파크)다. SK건설이 시공한 복합테마 상가로 연면적 4만6000㎡(약 1만4000평). 646가구의 주거용 오피스텔과 6만6000여㎡(약 2만 평) 규모의 오피스 시설이 함께 들어선 일산 최대의 주상복합단지다. 특히 MBC드림센터와 연계해 국내 최초로 24시간 즐길 수 있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쇼핑몰’을 표방하면서 기획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잇따른 법적 분쟁으로 피해자 양산

하지만 사기분양 등 여러 차례 법적 분쟁에 휘말리면서 상가의 장밋빛 미래는 물거품이 됐다. 특히 SK건설로부터 1300억 원에 상가를 일괄 매입한 분양업체(시행사) 민주산업개발이 사기분양과 횡령 등을 저지른 사실이 적발돼 일부는 도피, 일부는 구속되면서 회생 불능 상태에 빠졌다. 현재는 서류상 법인만 남아 있는 상태. 이로 인해 시작된 파행은 끊임없이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SK M-City 드라마파크 상가관리단’(이하 관리단) 측에 따르면 민주산업개발로부터 정상적으로 분양받아 소유권까지 이전받은 상가는 현재 154개로 전체 650개 상가의 24%에 불과하다. 이들 분양상가 가운데 임대에 성공한 곳은 60개 정도로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분양자 대부분 은퇴 후 임대수익으로 노후생활비를 마련하려 했으나 이제는 생활고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임대업자들의 고통은 더 크다. 상가가 텅 비어 있으니 문을 열어도 장사가 될 리 없다. 결국 임대업자 중 절반가량은 장사를 시작하자마자 문을 닫았다. 현재 영업 중인 곳은 30여 곳에 불과하다. 한 임대업자의 이야기다.

“보통 보증금 1억 원, 월세 300만 원에 2년 계약을 하는데 대부분 6개월을 버티지 못한다. 관리비도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나머지 계약기간 1년 반 동안 보증금을 월세로 다 까먹고 빈털터리로 나가는 사람 많이 봤다. 정말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이 계속될지 모르겠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상가건물에 도시가스 공급이 중단된 지 1년이 넘었다. 관리비가 부족해 관리단이 가스요금을 납부하지 않은 결과다. 이 때문에 상가건물 전체가 냉방이 되지 않아 에어컨 환풍장치를 외부에 설치하기 어려운 일부 상가는 여름철 영업을 포기했다. 심지어 올해 4월에는 상가건물 전체에 단전단수 조치가 내려질 뻔했다. 시행사로부터 부동산 소유 및 관리를 위탁받은 KB부동산신탁(이하 KB)이 제때 관리비를 내지 않고 전기 및 수도요금을 상습적으로 연체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부동산신탁회사는 시행사로부터 부동산 소유권을 넘겨받아 관리하다가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분양받은 사람에게 소유권을 넘겨주는 일을 한다. 그 대가로 시행사로부터 신탁수수료를 챙긴다. 현재 KB는 미분양분인 76%에 해당하는 500개 정도의 상가에 대한 관리의무와 권한을 갖고 있다.

서로 책임 떠넘기기 급급

텅텅 빈 상가 … 악몽의 ‘드라마파크’

텅 빈 상가건물과 사기분양으로 피해를 본 상가 출입문에 붙은 알림장.

문제는 시행사인 민주산업개발이 사라진 것. 그 자리를 채권단이 차지한 상태다. 민주산업개발의 상가인수자금 1300억 원 중 대부분을 유진자산운용(이하 유진자산)이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제 채권 1순위와 2순위 모두 유진자산이 만든 펀드다. 자산운용사는 펀드의 수익을 내기 위해 여러 형태로 투자를 하고 그 대신 수수료를 받는 금융기관이다.

유진자산이 민주산업개발에 투자한 펀드의 우선수익자는 한국교직원공제회(이하 교원공제회). 결국 드라마파크의 실질적 주인은 교원공제회인 셈이다. 자금의 흐름상 KB는 유진자산의, 유진자산은 교원공제회의 눈치를 봐야 할 처지다.

실제 손실을 보고 있는 곳도 바로 교원공제회다. 매달 5000만 원의 관리비와 신탁수수료 3000만 원을 포함해 8000만 원 정도가 고정비용으로 없어지고 있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지난 3년 동안 지출된 고정비용이 28억8000만 원이다. 신탁회사는 신탁수수료를, 자산운용사는 운용수수료만 챙기면 되기 때문에 실제 손실을 입을 게 없다.

교원공제회가 입은 손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유진자산이 드라마파크 인수자금으로 조성한 펀드 총액은 1200억 원. 이 중에서 교원공제회가 가입한 금액은 1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리 4%의 이자만 따져도 매년 40억 원씩, 3년간 120억 원의 이자 손실을 본 것이다. 여기에 상가건물로서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 데서 오는 자산가치 하락을 더하면 지난 3년간 2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본 셈이다.

교원공제회는 그런데도 유진자산과 분양자들이 합의한 상가활성화 방안을 거부하는가 하면, 상가에 단전단수 조치가 내려지도록 KB 측에 관리비 납부 지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라면 ‘도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상가에 단전단수가 되면 ‘폐건물’로 전락하고, 그럴 경우 분양자는 물론 임대업자는 더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원공제회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신탁회사인 KB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조치(관리비 납부)를 하지 않은 것이 문제지, 우리에게는 이래라저래라 할 권한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KB 측 실무담당자는 “신탁사는 우선채권단의 지시에 따라서 움직일 뿐이지 이 일을 주도할 권한이 없다. 유진과 교원공제회에서 문서로 보내온 것은 없지만 그랬으면(단전단수 됐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실토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원공제회는 드라마파크 미분양분을 400억 원대에 헐값 매각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정상적인 분양가로 치면 자산가치 2500억 원의 상가를 20%도 안 되는 값에 파는 것. 부동산 침체와 여러 가지 가치하락 요인을 고려해 유진자산 측에서 최하로 평가한 600억 원보다도 낮다. 교원공제회 측은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매각을 진행한 것은 없다. 구매 희망자가 있었지만 그다지 신뢰할 만하지 않아 운용사 측에 소개한 정도”라고만 답했다.

한편 분양자들은 당장 오는 10월 대출연장 문제에 직면해 있다. 만 3년이 되면서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대출액수 한도조정이나 대출해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분양자들이 바라는 것은 상가 정상화다.

현재로서는 우선수익자인 교원공제회가 상가 소유권을 KB로부터 넘겨받아 임대사업을 통해 상가를 활성화하거나 자본력을 갖춘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법이 최선으로 꼽힌다. 그러나 교원공제회는 유진자산에, 유진자산은 KB에, KB는 교원공제회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 관계기관 사이에 해법 모색 자체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는 사이 분양자와 임대업자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주간동아 2010.08.02 748호 (p50~51)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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