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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당했다 … 속초함 공격하라”?

영부인 생일에 날아든 비수, 천안함 폭침과 새떼 사격 논란의 진실

  • 이정훈 동아일보 논설위원 hoon@donga.com

“천안함 당했다 … 속초함 공격하라”?

“천안함 당했다 … 속초함 공격하라”?
천안함 침몰사건의 진실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풍’을 일으키기 위한 자작극이라는 터무니없는 추정은 물론, 한국군이 설치한 기뢰 때문에 침몰했다는 설, 북한의 반잠수정 또는 잠수정에 의해 침몰했거나 그들이 부설한 기뢰에 걸렸다는 설 등 수많은 가설이 떠돈다.

이 사건의 진실은 하늘과 이 사건을 일으킨 주체가 있다면 그만이 알 것이다. 그리고 피해를 입은 한국 해군이 일단의 내용을 알고 있다. 진실에 가장 근접한 사실은 한국 해군이 직접 겪은 부분이다.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는 이번 사고를 당한 해군과 생존자들, 백령도에 주둔한 해병대, 생존자 구조에 나섰던 해경 함정과 백령도에 있는 옹진군청 관공선 등을 상대로 광범위한 조사를 벌였다. 다음은 합참이 발표한 자료와 해군 등 관련 기관 및 인물들의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이 사건의 진실이다.

폭음 내며 두 동강은 폭침의 증거

3월 26일 밤 9시 21분 59초,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산하 백령도 지진관측소는 TNT 180kg 정도가 터진 것과 비슷한 규모인 1.5의 인공지진이 발생한 사실을 포착했다. 바로 그 시각, 즉 오차를 고려해 1초를 더 보탠 9시 22분쯤, 백령도 서남쪽 1.8km 떨어진 수역에서 운항 중이던 천안함이 폭음을 내며 두 동강 났다. 이 폭발로 함장 최원일 중령 등 생존자 58명은 몸이 20~50cm 붕 떠올랐다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 다행히 함수부는 부력이 유지돼 떠 있었으나 기관(엔진)을 포함해 무거운 장비가 많은 함미부는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정신을 차린 함수부 근무요원들은 다른 격실에 갇혀 있거나 부상한 요원들과 함께 탈출할 준비를 했다. 천안함은 폭발 순간 전기가 나간 탓에 통신기기를 사용할 수 없었다. 천안함이 침몰한 수역은 백령도와 매우 가까워 휴대전화 통화가 가능하다(기자가 함미부가 침몰한 현장에 가서 직접 확인했다). 9시 28분, 최 함장은 포술장인 김광보 대위에게 2함대 상황실로 휴대전화를 걸어 현장 상황을 최초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백령도에는 고속정 편대가 있다. 보고를 받은 2함대는 즉각 이 편대와 인근에 있는 해경 함정, 옹진군청 관공선 등에 구조를 요청했다.



9시 56분, 고속정 편대가 가장 먼저 천안함 함수부가 떠 있는 곳에 도착했지만 파도가 3m 정도로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고속정이 기울어진 함수부에 붙으면, 높은 파도로 둘이 충돌해 부력이 약한 함수부가 가라앉을 수 있다. 그래서 고속정이 함수부에 붙는 것을 주저하고 있을 때 인명구조를 전문으로 하는 해경정과 옹진군청 관공선이 도착했다. 해경정은 바로 고무 구명정(RIB) 3척을 보내 생존자 58명을 해경정과 관공선으로 옮겨 태웠다. 고속정 편대는 구조작업을 돕기 위해 탐조등을 비추면서 혹시 있을지 모를 또 다른 공격에 대비해 이들을 엄호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는 한국 고속정과 북한 경비정 간 충돌이 잦다. 이런 충돌이 있을 때마다 사태를 결말짓는 해결사가 바로 한국의 초계함이다. 함정을 공격하려면 직선으로 포탄을 쏘는 직사포라야 한다. 하늘로 높이 올라갔다 포물선을 그리면서 떨어지는 곡사포는 정확도가 떨어져 함정을 맞히기 어렵다. 전차 공격을 주요 임무로 하는 전차포가 바로 직사포다. 이런 이유로 남북한 군은 접근해오는 적 함정을 공격하기 위해 폐차한 전차에서 떼어낸 전차포를 해안선에 배치해놓았다. 두께가 30cm가 넘는 전차의 장갑을 찢으려면 위력이 아주 큰 포탄이 필요하다. 그래서 전차포탄의 지름은 105mm, 120mm로 아주 굵다. 하지만 그만큼 무거워서 사거리는 짧은 편이다.

북한에겐 눈엣가시인 한국 초계함

함정의 장갑은 전차보다 훨씬 얇다. 초계함에는 함정의 장갑을 찢을 수 있는 구경 76mm짜리 직사포를 설치했다. 이것이 초계함에서는 가장 큰 포로, 주포(主砲)라고 부른다. 초계함의 주포는 유효사거리가 12km로 3.5km 내외인 전차포보다 훨씬 멀다.

“천안함 당했다 … 속초함 공격하라”?
북한 해안에 설치된 직사포는 유효사거리가 짧아 NLL에서 대결하고 있는 북한 경비정을 지원하지 못한다. 반면 한국은 초계함의 주포로 고속정을 지원해왔다. 남북한의 함정이 몸싸움을 벌일 때마다 한국 초계함은 ‘득달같이’ 달려와 76mm짜리 포를 발사해 사태를 종결했다. 이러한 초계함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북한의 무기는 ‘실크웜’ 같은 지대함(地對艦) 미사일뿐이다. 실크웜은 유효사거리가 105km로, 후방에서 고속정을 지원 사격하는 한국 초계함을 충분히 공격할 수 있다. 과거 한국 해군은 실크웜을 의식해 초계함을 실크웜의 유효사거리 밖에 두었으나, 두 차례 연평해전을 치른 이후에는 신속 대응을 위해 유효사거리 안쪽에 전진 배치했다.

레이더파는 직선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뒤편의 물체를 탐지하지 못한다. NLL 후방에는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가 만들어내는 그늘이 있는데 한국 해군은 이 그늘에 초계함을 숨겨놓았다. 이것이 바로 천안함 침몰사건 직후 합참이 거론한 ‘초계함의 신개념 대응체제’였다.

북한의 실크웜은 초계함이 섬 그늘에서 벗어났을 때 공격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실크웜 공격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미사일 공격을 하려면 먼저 표적을 찾아야 한다. 즉, 미사일이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을 향해 무작정 레이더파를 쏴서 수상한 물체가 들어와 있는지를 탐지하게 되는데, 이를 ‘수색 레이더’라고 한다. 수색 레이더가 수상한 물체를 발견하면, 이 물체가 있는 곳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그 방향으로만 레이더파를 쏘는 추적 레이더를 가동한다. 추적 레이더파는 레이저 빔처럼 표적을 겨냥하는 구실을 한다. 실크웜을 비롯한 미사일은 이 추적 레이더파를 따라가 표적을 격파한다. 따라서 미사일을 쏠 때는 반드시 추적 레이더로 계속 표적을 잡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초계함을 비롯한 군함에는 적의 추적 레이더파에 맞았음을 알려주는 경보장치가 있다. 이 경보장치가 울리면 군함은 위험에 빠졌음을 알고 바로 추적 레이더파가 도달할 수 없는 섬 그늘로 숨는 등의 움직임을 보인다. 우리 초계함들이 이렇게 기동했으니 북한군은 충돌이 있을 때마다 번번이 당하기만 했던 것이다.

2함대를 비롯한 모든 부대에서는 여러 상황을 가정한 다양한 작전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최전방에 자리한 우리 함정이 북한 잠수정이나 반잠수정의 공격을 받았을 경우에 대비한 작전계획도 있었던 것 같다. 인천에서 백령도까지의 직선거리는 174km. 그러나 배가 다니는 운항거리는 휴전선과 비슷한 228km다. 이렇게 긴 NLL을 지키기 위해 2함대는 서해 5도에 고속정 편대를 배치하고, 섬 그늘에는 대형 전투함인 초계함을 대기시켜 놓았다. 2함대는 천안함이 있었던 최북방 백령도에서 남쪽으로 49km 떨어진 섬의 그늘에 또 다른 초계함인 속초함을 배치했다.

이런 상황에서 천안함의 침몰이 확인되자 2함대는 해상경계태세를 A급으로 강화하고, 후방에 있던 속초함을 NLL까지 달려가게 했다. 보통 한국 함정을 공격한 북한 함정은 NLL 남쪽에서는 정체를 감추며 항해하다가 NLL을 넘어서면 초고속으로 귀환할 것이 분명하기에 NLL을 넘는 함정이 있는지를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그날 밤 속초함은 10시 55분 전에 NLL 남방에 도달했다. 그리고 10시 55분 사격통제 레이더로 백령도 북방에서 42노트(시속 76km 정도)로 고속 북상(北上) 중인 물체를 포착했으며, 천안함을 공격한 뒤 숨어 있다가 도주하는 적 함정으로 판단해 2함대에 사격 여부를 문의했다.

공교롭게도 천안함 침몰사건이 일어난 날은 김윤옥 여사의 64세 생일이었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64송이의 장미꽃을 아내에게 선물했다. 그리고 김 여사 등 가족과 저녁식사를 하던 중 천안함 침몰 보고를 받았다. 청와대 벙커에는 육·해·공군의 작전 상황을 알 수 있는 KNTDS(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 화면이 설치돼 있다. 이 대통령은 바로 벙커로 이동해 화면을 봤는데, 이때가 저녁 9시 50분쯤이었다. 그리고 한 시간 뒤쯤 속초함이 2함대에 사격 여부를 문의해온 것이다.

사격 허가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내렸고, 이에 따라 2함대는 속초함에 사격을 지시했다. 이때 속초함과 고속 북상하는 물체와의 거리는 주포 유효사거리 범위 내인 9.3km 정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11시부터 5분간 속초함은 이 물체를 향해 135발의 주포탄을 발사했다. 이 물체는 속초함 레이더 화면에서 두 차례나 둘로 나뉘었다가 합쳐지는 모습을 보이더니 북상해 북한의 장산곶으로 들어갔다.

이 사격에 대해 군은 세 차례 말을 바꿨다. 사건 발생 초기에는 속초함이 쏜 것은 조명탄이라고 했다. 다음에는 고속으로 북상하는 물체가 있어 그것의 주변으로 포탄을 떨어뜨리는 경고사격을 하다가 격파사격(조준사격)을 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에는 경고사격 없이 바로 격파사격을 했다고 수정했다.

이렇게 사격에 대한 설명을 바뀌었음에도 국방부는 시종일관 속초함이 쏜 것은 새떼라고 주장했다. 정말 새떼였을까. 아니면 천안함을 침몰시키고 도주하던 북한 함정이나 잠수정이었을까. 이것이 천안함 침몰사건의 핵심이다.

김 장관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3월 26일 밤 11시 이 물체를 북한 함정(잠수정이나 반잠수정일 수도 있다)으로 판단해 속초함의 사격을 허락했는데, 다음 날 김 장관을 포함한 모두가 그 물체가 새떼였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판단이 바뀐 이유를 파악하려면 속초함 레이더의 기능부터 알아야 한다.

새떼냐, 북한 함정이냐

항공기를 추적해 미사일을 쏘는 데 활용되는 레이더는 x축, y축, z축으로 구성된 3차원 정보를 제공한다. 즉 날아오는 항공기의 방향, 거리, 고도를 잡아주는 것이다. 또 매우 빠른 속도의 항공기를 탐지하려면 레이더는 먼 거리까지 신속하게 레이더파를 발사해야 한다. 그래서 대공전(對空戰)용 레이더는 기능이 복잡하고 출력이 매우 커서 호위함 이상의 대형 함정에만 설치한다. 초계함 같은 작은 전투함에는 탑재하기 어렵다. 초계함은 적 수상함과의 전투를 염두에 두고 만든 함정이다.

수상전은 수면이라는 평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z축의 고도 정보는 필요 없다. 또 수상함은 항공기에 비해 속도가 느리므로 강력한 레이더파를 신속히 발사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대함전(對艦戰)용 레이더는 x축과 y축의 2차원 정보만 잡고, 출력도 낮다. 속초함에 실려 있는 레이더가 바로 이러했다. 가까이 있는 표적은 어느 정도 고도 정보를 잡을 수 있지만, 먼 거리의 표적은 고도 정보를 잡지 못한다.

속초함은 이러한 레이더로 잡은 표적을 향해 주포를 발사했는데, 계속 고속으로 전진하던 표적이 2번 쪼개졌다 합쳐져 장산곶으로 들어가 소멸됐으니 그 해석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봄철 서해안에서는 흑두루미 등 50여 종의 새떼가 시속 50~80km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새떼는 수면 위 약 1000m 이하로 날아간다. 따라서 속초함 레이더가 잡은 것이 새떼였다면, 새떼는 수면 위 1000m 상공을 날아가고 속초함의 포탄은 수면에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포성은 9.3km 떨어진 곳에서 나고, 물에 떨어지는 포탄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으니 새들은 위협을 느끼지 않은 채 계속 날아갈 수 있다.

합참에서는 이 표적이 육지인 장산곶으로 들어간 뒤에도 고속으로 이동하다가 소멸됐다고 했는데, 함정이나 잠수함은 육지에서 움직일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표적은 합참의 주장대로 새떼로 보는 것이 옳다. 그러나 합참이 속초함의 레이더 화면을 공개하지 않은 채 이런 설명만 하고 있으니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 그렇다고 속초함 레이더가 잡은 정보를 일반인에게 공개하자니 중대한 군사기밀 누출이 된다.

다만 이 부분이 천안함 침몰사건의 요체인 만큼 객관성이 보장된 전문가들의 분석과 판단이 필요하다. 만일 그래도 새떼라는 결론이 나온다면 속초함은 엉뚱한 물체를 북한 함정으로 오인해 사격을 한 것이 된다. 2005년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해군은 레이더로 포착한 것 가운데 23건을 새떼로 판정했는데, 이 경우도 그에 해당하는 것이다.

외부 폭발 가능성 높다면 북한 어뢰?

그런데 만일 아니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북한의 반잠수정이 천안함을 공격한 뒤 잠항으로 도주하다 NLL을 넘어서면서부터 물 위로 부상해 고속항진했고, 이때 속초함의 공격을 받은 것이 되기 때문이다. 속초함의 사격에서 눈여겨볼 또 다른 대목은 속초함이 NLL 북쪽으로도 사격을 했느냐의 여부다. 합참은 속초함이 NLL 남쪽으로만 사격했다고 했지만 이를 믿어도 될지 의문이다. 속초함이 NLL 북쪽으로도 사격했다면 정전협정을 위반했다는 시비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런 이유로 합참이 부담을 피해가기 위해 속초함이 쏜 것은 새떼로 판단된다고 주장한다는 설명도 나오고 있다. 이 부분은 좀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천안함 침몰사건 직후 일부 언론은 암초에 충돌해 부러졌다는 가정을 보도했으나, 이 의문은 국립해양조사원이 그 해역에 암초가 없다고 공식 확인해줌으로써 사라졌다. 일부는 천안함의 연료탱크나 무기고가 터져 폭침했다는 내부 폭발설을 제시했다. 이 설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천안함 침몰현장은 불바다가 돼야 한다. 무기고가 터지면 바로 연료탱크가 터진다. 연료탱크가 터지면 유출된 기름을 따라 불이 나므로 불바다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사고 해역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백령도 지진관측소가 천안함이 침몰하는 순간 1.5 규모의 인공지진파를 잡았다고 하니, 천안함은 외부 폭발로 침몰한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외부 폭발을 일으킨 주체는 무엇일까. 천안함을 공격한 무기가 어뢰라면 그것을 쏠 세력은 북한밖에 없다. 평소 북한은 한국 초계함을 눈엣가시로 여겼기 때문이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 측 소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속초함이 사격한 표적이 새떼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들은 북한의 모든 잠수함과 잠수정, 반잠수정의 행적을 추적해보면 3월 26일 전후로 사라진 것이 있으리라고 주장한다. 김 장관이 이끄는 국방부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이 주장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청와대는 다르다. 청와대는 북한이 사건 주체로 확인될 경우 올 11월로 예정된 G20 회의에 영향을 미칠까 염려한다. 이런 걱정을 하는 관계자 중에는 천안함을 공격한 것이 북한이라면 북한은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공개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놓는 이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대한민국 국가원수를 노린 1968년 1·21사태와 1983년 아웅산 폭파사건 때도 자신들이 했다고 밝히지 않았다. 1997년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과 1987년 김현희 씨의 KAL 858기 폭파사건 때도 침묵으로 일관했음을 기억한다면 이 의견은 설득력을 잃는다.

청와대 측은 영부인 생일에 날아든 비수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속초함이 사격한 물체가 새떼라고 한 국방부의 주장이 청와대의 입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청와대는 이 사건의 분석에 객관성을 강조했고, 미군까지 조사에 참여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공동 조사에 참여한 미군까지 북한이 아니고는 누가 천안함을 공격했겠느냐는 분석을 내놓으면 그때는 국방부의 판단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천안함 침몰사건은 이명박 정부가 북한에 강공으로 나갈지 여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소리 없이 다가오는 감응기뢰 가능성도

“천안함 당했다 … 속초함 공격하라”?

함선이 내는 자기장과 물결, 소리에 반응해 공격을 시작하는 유도탄식 기뢰.

천안함이 외부 폭발로 침몰했고 주원인이 어뢰가 아닌 기뢰라면 분석은 좀 더 복잡해진다. 기뢰 중에는 지나가는 함정과 접촉해서 터지는 접촉기뢰(일명 벙어리 기뢰)가 있다. 접촉기뢰는 수면 위를 떠다니다 함정에 접촉해 터지는 부유(浮游)식 접촉기뢰와 닻을 단 채 수중에 가라앉아 있는 수중 접촉기뢰로 나뉜다.

백령도 인근에는 백령도 어선, 인천-백령도 여객선, 단둥(丹東) 지역의 중국 어선과 단둥 지역으로 가는 제3국 상선 등 많은 배가 지난다. 이러한 바다에 부유식 접촉기뢰가 있었다면 이들이 먼저 걸렸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멀쩡하고 천안함만 당했다. 수중 접촉기뢰도 설득력이 없다. 천안함은 사고 해역을 과거에도 10차례 이상 지나갔다. 백령도 어선도 숱하게 지나갔는데 그때는 터지지 않았다. 따라서 접촉기뢰가 있었다는 추정은 설득력을 잃는다.

다음으로 검토할 것이 감응(感應)기뢰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배는 같은 모델이라도 스크루음 등 배에서 나오는 소리가 다르다. 따라서 특정 배에서 나오는 소리나 자장(磁場)만 감지한 뒤 스스로 다가가 폭발하는 기뢰를 만들 수 있는데, 이를 통칭 감응기뢰라고 한다. 천안함의 소리나 자장 특성에만 반응하는 감응기뢰를 3월 26일 밤 누군가가 백령도 서남쪽에 설치했다면 천안함은 당할 수밖에 없다. 기뢰는 스크루가 없기에 소리 없이 다가오므로 천안함 소나(음파탐지기)는 이 기뢰의 접근을 포착하지 못했을 수 있다. 감응기뢰를 설치해 천안함을 노릴 자는 북한밖에 없다.




주간동아 2010.04.20 732호 (p20~23)

이정훈 동아일보 논설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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