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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오래된 밥상

꽃등심과 살치살 아, 입에서 살살 녹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원조 언양 불고기’

꽃등심과 살치살 아, 입에서 살살 녹네

꽃등심과 살치살 아, 입에서 살살 녹네

언양 불고기는 평면의 석쇠에 국물 없이 굽는다. 따라서 서울식 불고기보다는 고기 맛에 더 집중한 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쇠고기를 구워 먹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씹는 느낌을 중요하게 여기는 두툼한 생고기구이와 입안에서 보들보들 녹는 불고기가 그것이다. 생고기구이는 남성적이고, 약간 달고 고소하게 양념하는 불고기는 여성적이다.

불고기는 흔히 ‘서울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옛 문헌에 ‘서울 양반가에서 너비아니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 너비아니가 지금의 불고기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의 불고기 역사를 보면 서울만큼 오래된 곳이 많다. 특히 부산과 그 인근 지역에서는 불고기를 서울만큼이나 오래전부터 먹었다. 우리나라 불고기는 일본의 야키니쿠(燒肉)와 요리법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발전했는데, 일제강점기부터 영남권에서는 쇠고기를 간장 양념해 구워 먹는 일이 흔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1980년대 들어 이 지역에서 ‘언양 불고기’라는 브랜드가 급성장한 이유도 그 긴 역사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짐작한다.

불고기라는 이름은 같지만, 서울 불고기와 언양 불고기는 차이가 많이 난다. 서울 불고기는 국물이 자작하게 양념해 당면, 메밀면 등과 함께 가운데가 동그랗게 올라온 동판에 익혀 먹는다. 반면 언양 불고기는 평면의 석쇠에 국물 없이 굽는다. 따라서 서울 불고기는 국물 맛에 큰 비중을 두고, 언양 불고기는 고기 맛에 더 집중한 편이다.

언양 불고기는 부산을 비롯해 영남권에서는 강세지만 서울에서는 제대로 하는 집이 없다. 서울 불고기가 쇠고기 잡부위를 이용한 싸구려 음식으로 인식되면서 언양 불고기에도 그 오명이 번진 탓이 아닌가 싶다. 입에서 보들보들 녹는 불고기의 제 맛을 내려면 고급 부위를 써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정성 들인 음식임을 소비자에게 알리기가 힘드니 지레 포기하는 것이다.

강남구 논현동 ‘원조 언양 불고기’는 서울에서 드물게 제대로 된 언양 불고기를 낸다. 한우 ‘암소 1++ 등급’의 등심과 특수 부위인 살치살로 조리한다. 등심은 가운데 기름덩이와 겉막을 제거하고 살과 지방이 고루 섞인 부위만 떼어낸다. 흔히 꽃등심이라 부르는 부위. 여기에 지방이 자잘하게 박힌 살치살을 더해 동그랗게 만다. 꽃등심과 살치살의 배합 비율은 2대 1 정도다. 이를 살짝 얼려 얇게 저민 뒤 양념을 한다. 간장과 참기름, 설탕, 마늘 등이 양념으로 들어간다. 고기 향을 살리기 위해 양념은 고기를 내기 바로 전에 버무리고, 곧바로 참숯에 구워 먹는다.



‘원조 언양 불고기’ 정도면 불고기는 잡부위로 한다는 나쁜 인식을 없애주기에 충분하다. 또 불고기가 입에서 보들보들 녹는다는 표현이 어떤 식감을 말하는지 확인하기에 딱 좋다.

애초 ‘원조 언양 불고기’는 생고기구이를 중심으로 영업했다. ‘불고기는 싸구려’라는 인식이 강해 언양 불고기를 홍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언양 불고기의 맛을 알아차린 손님이 늘어났다. 최근 일본에서 직수입한 야키니쿠 전문점이 서울에서 약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런 때 제대로 된 언양 불고기가 서울에서 선전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원조 언양 불고기’에서는 김치, 장아찌 등을 직접 담근다. 사장의 손맛이 깊어 불고기만큼 귀한 맛이 난다.

찾아가는 길

도산 사거리에서 관세청 사거리로 넘어가는 길 왼쪽에 있는 하나은행을 끼고 20m 들어가면 오른쪽에 간판이 보인다. 02-542-9282



주간동아 2010.04.13 731호 (p83~83)

  •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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