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8

2017.03.08

경제 | 취업대란, 청년은 살고 싶다

고용부 취업지원금은 눈먼 돈?

상담만 받고 지원금 챙기는 청년부터 유령직원채용으로 지원금 타는 악덕업주까지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7-03-03 14:38:3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고용노동부(고용부)의 취업지원금이 새고 있다. 고용부는 청년층의 취업을 돕고자 취업 교육 및 알선 사업을 펴고 있다.  해당 사업에 지원한 취업준비생과 이들을 채용한 기업에는 소정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당장 취업이 급한 청년은 교육과 지원금을 함께 받을 수 있는 취업지원 사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러나 정작 교육 프로그램이 부실해 지원금만 받고 취업교육에 더는 나오지 않는 취업준비생이 종종 있다. 심한 경우에는 아예 지원금만 노리고 사업에 참가하는 청년도 있다. 한편 고용부가 청년을 채용한 중소기업 측에 지급하는 지원금을 노리고 실제로는 월급을 받지 않는 유령직원을 채용하는 사건도 일어나고 있다.



    구직자 의사보다 빠른 취업이 중요해

    고용부의 대표적인 청년 취업지원 사업은 ‘취업성공패키지’다. 패키지라는 말 그대로 고용부가 직접 나서 청년의 취업 적성 찾기부터 교육, 취업 알선까지 취업에 이르는 전 과정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취업성공패키지는 단순히 청년의 취업을 도와주는 데 그치지 않고 각 단계를 수료할 때마다 지원금도 지급한다.

    프로그램 1단계인 진로상담을 마치면 참여수당 15만 원을 주고, 단체상담까지 받으면 5만 원을 추가 지급한다. 지원자가 고용부의 직업훈련포털(HRD-Net)을 통해 원하는 직무의 직업교육을 신청하면(취업성공패키지 2단계) 교육을 받는 날짜를 기준으로 하루 1만8000원씩 최대 월 28만4000원을 훈련참여지원수당으로 준다. 6개월간 교육을 받으면 훈련장려금으로 최대 11만6000원을 더 지급한다.

    취업성공패키지에 지원할 때 ‘내일배움카드’도 함께 신청하면 200만 원 한도에서 교육비 지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직업훈련포털에 올라온 교육기관의 6개월 수강료가 50만~60만 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 이 밖에도 중위소득 60% 이하 취약계층의 참가자가 프로그램을 통해 직장을 구하면 취업성공수당으로 최대 100만 원을 준다.



    취업을 돕고 돈까지 주는 좋은 프로그램인 것 같지만, 정작 프로그램에 참가한 청년들은 불만이 많다. 지난해 여름 취업성공패키지를 신청한 이모(26·여) 씨는 2단계에서 취업지원 중단 신청을 했다. 이씨는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해)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1단계인 진로상담부터 기대와 달랐다. 마케팅이나 홍보 관련 직종에 취업하고 싶었지만 상담사는 마케팅이나 홍보직군은 사양산업이라며 소프트웨어 교육을 추천했다. 몇 번이나 이야기를 해봤지만 반 강요 식으로 코딩이나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으라는 말만 돌아왔다”고 밝혔다. 인터넷 취업 카페나 커뮤니티에서는 이씨와 같은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대부분 상담사가 실적 때문에 내담자가 원하는 취업 방향과는 전혀 다른 직종의 교육을 추천했다는 내용이다.

    이와 같은 문제가 줄곧 발생하는 이유는 취업성공패키지를 담당하는 민간 위탁업체의 실적 압박 때문이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취업성공패키지Ⅱ’는 고용부가 선정한 민간 위탁업체가 상담, 교육, 알선 업무를 담당한다. 고용부의 ‘2017년도 취업성공패키지 민간위탁사업자 모집공모’에 따르면 민간 위탁업체는 참가자가 1단계 상담을 통해 개인별 취업활동계획서를 작성하면 고용부에서 업체에 건당 30만 원씩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후 구직자의 조기 취업 정도와 취업한 일자리 수준에 따라 추가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위탁업체는 한 명의 구직자라도 더 상담을 진행하려고 기를 쓴다.



    취업은 뒷전 “교육, 지원금만 챙길래”

    경쟁적으로 구직자를 모집하다 보니 한 상담원이 너무 많은 구직자를 맡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10월 고용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 취업성공패키지 상담원은 총 929명. 이들이 관리하는 구직자 수는 총 16만9405명이다. 고용부는 고용센터의 상담사가 관리하는 구직자 수를 인당 100명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담사 한 명이 약 182명을 상담하는 꼴이다. 당연히 취업상담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재 민간 위탁업체에 전담 상담사 채용을 늘릴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민간 위탁업체 평가지표에 취업률 40%, 취업자의 장기 근속률 20% 등 새로운 내용을 반영해 구직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씨가 취업성공패키지 2단계인 교육에서 중도하차한 이유는 생계 때문이었다. 이씨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해 지난해까지 부모님이 집세를 지원해줬다. 생활비는 직접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직업훈련을 받게 되자 상담원이 뒤늦게 ‘아르바이트를 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고 통보해왔다. 결국 1차 지원금만 받고 고용지원 프로그램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고용부 취업성공패키지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지원 대상자 제외 기준이 명시돼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일반 노동시장에 취업한 자는 원칙적으로 참가가 제한된다. 이씨처럼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버는 사람은 애초에 지원이 불가능한 것. 고용부 관계자는 “주 30시간 미만의 시간제 일자리에 종사하는 사람은 취업자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에 (취업성공패키지) 지원이 가능하다. 단, 본인이 기준 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것으로 알아도 해당 기업에서 어떤 식으로 고용했는지 확실치 않기 때문에 반드시 상담원에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직업훈련의 질이 업체마다 천차만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초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해 직업훈련을 받은 김모(28) 씨는 “전산회계 자격증 교육과 실무자 교육을 받았다. 자격증 교육은 강의가 너무 쉬워 취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반면 실무자 교육은 기본이 안 된 수강생이 종종 있어 강의 진도가 제대로 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서울연구원이 전국 18~29세 청년 7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취업성공패키지가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39%(278명)에 불과했다. 불만족 이유로는(복수 응답) ‘취업능력 향상 미흡’(48.6%), ‘교육과정의 단순함’(43.2%) 등이 꼽혔다.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해 지원금과 무료 교육만 받고 정작 취업알선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지난가을 취업성공패키지를 신청한 유모(26) 씨는 “상담 절차를 진행해보니 (내가) 원하는 직종으로 취업지원을 받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 프로그램에 참가해 지원금을 받고 무료 직업훈련을 통해 컴퓨터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러나 취업알선은 받지 않았다. 소개해주는 회사가 대부분 아르바이트 수준의 임금을 주는 곳이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취업성공패키지를 신청했던 임모(26) 씨도 “어차피 취업성공패키지로는 적당한 연봉의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 힘드니 지원금과 교육훈련만 노리고 지원해 혜택을 받았다”고 밝혔다. HRD-Net의 직업교육 검색 탭에서는 각 교육을 수료하고 취업하면 받을 수 있는 예상 연봉이 표기돼 있다. 3월 1일 기준 대다수 직종의 연봉은 2000만 원 미만이다.

    임금은 적고 원하는 일자리를 찾을 확률도 낮다 보니 청년들이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해 취업한다 해도 1년이 안 돼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고용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성공패키지Ⅱ를 통해 취업한 청년 19만2000여 명 중 45.5%가 6개월 안에 직장을 그만뒀다. 



    정부 지원금 타내려 유령직원 채용

    일부 기업이나 교육기관은 제도를 악용해 청년 채용이나 제대로 된 교육 없이 지원금만 챙기기도 한다. 고용부의 ‘2013~2016 고용노동부 지원금 부정수급 현황’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사업 지원금 부정수급으로 적발된 사례가 12만7724건이었고, 액수는 총 1335억6900만 원에 달했다. 이 중 구직급여 관련 부정수급이 11만2916건으로 4년간 적발된 부정수급 건수의 88.4%를 차지했다.

    2013년부터 도입된 청년 취업지원금은 부정수급의 주요 표적이 됐다. 2015년 12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서류 조작과 거짓 신고로 청년인턴제 기업 지원금을 받아온 혐의가 있는 23개 기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일반 채용 근로자를 청년인턴제를 통한 채용으로 바꿔 신고한 경우였다. 중소기업이 청년인턴제를 통해 인턴을 채용하면 고용부는 해당 기업에 직원 인당 3개월간 60만 원씩 총 180만 원을 지원금으로 준다. 인턴으로 채용된 직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6개월간 월 65만 원, 총 390만 원을 추가 지급한다.

    기업들의 지원금 부정수급 방법은 점차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포항지청은 고용부 취업성공패키지 위탁기관인 경북 경주의 B직업학교를 정부 지원금 부정수급 혐의로 적발했다. 전문상담을 통해 구직자 개인별 취업지원계획을 수립하면 고용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부정수급한 것. 고용부가 인정한 전문상담원을 통해 취업지원계획을 수립해야 하지만 B직업학교는 자격이 없는 일반 직원에게도 상담을 맡겨 실적을 조작했다. 이를 통해 업체 대표는 총 5600만 원의 지원금을 챙겼다.

    2월에는 회사에서 일하지 않는 ‘유령직원’을 채용해 직업능력개발금을 노린 사건도 있었다. 대구 남부경찰서는 2월 22일 취업준비생을 위장 취업시켜 직업능력개발금을 편취한 혐의(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최모(38·여) 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지난해 1월 4일부터 7월 27일까지 취업준비생 12명을 본인이 운영하는 IT교육센터와 오모(25) 씨가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 각각 위장 취업시켜 지원금 1342만 원을 부정수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최씨는 “경력이 있어야 취업이 잘 된다”며 취업준비생들을 속여 유령직원으로 채용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와 같은 부정수급을 막고자 모니터링을 강화해 청년취업을 위한 국가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