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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김정남 피살 파장

한국 격변이냐 북한 급변이냐

北 암살·북극성 2형 발사에 韓美 김정은 제거로 대응?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한국 격변이냐 북한 급변이냐

한국 격변이냐 북한 급변이냐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에서 독살된 김정남(2007년 모습). 그의 피살은 중국을 분노케 할 수 있다. [동아DB]

“북한 급변사태는 한국 격변을 겪은 후 일어날 것이다. 북한은 대통령 탄핵이나 대통령선거 등으로 한국이 큰 갈등에 빠지면 그 대결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한다. 한국 격변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이 버텨내면 그 반파(反波)로 북한은 심각한 내부 갈등을 겪는다. 대남 분열공작 실패에 대한 책임 전가 등을 놓고 숙청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것이 북한 급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위기를 북한 정권이 처리하지 못하면 갑작스럽게 통일기(期)로 들어설 수 있다. 평화롭게 이뤄지는 통일은 없다. 통일은 무조건 ‘혼란통일’이다. 독일도 전쟁을 하지 않았고 통일의 결과로 평화를 만들었을 뿐이지, 격통 속에서 통일을 이뤘다. 평화통일은 평화롭게 이뤄지는 ‘과정’이 아니다. 엄청난 위기를 잘 관리함으로써 이뤄내야 하는 ‘목표’인 것이다. 위기관리에 성공해 혼란을 최소화해야 맞을 수 있는 것이 평화통일이다.”

국가정보원(국정원) 1차장을 지낸 남주홍 경기대 교수의 지론이다. 그의 말처럼 한국 위기가 갑자기 북한 위기로 전환되는 느낌이다. 죽은 김정일의 75회 생일을 코앞에 둔 2월 12일 북한이 고체연료를 탑재한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을 쏴 세계를 놀라게 하더니, 그다음 날 오전 9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 제2청사에서 출국 수속을 밟던 김정남이 여성 2명에게 독살되는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김정남 피살 문제부터 살펴보자. 우리는 북·중 관계가 돈독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보다 한미 두 나라가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고 친미적 통일을 이루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 북한 비핵화는 두 나라가 북한 정권을 붕괴시켜 한반도를 통일하는 형태로 성사될 개연성이 높다. 이 때문에 중국은 한미가 핵 도발을 이유로 북한을 흔들려고 하면 막는다. 핵실험한 북한 제재에는 찬성해놓고, 대북제재안을 만들면 그 강도를 낮추려는 모순을 보인다.

중국은 북한이 핵무장하면 언젠가는 중국에도 위협이 된다고 본다. 그래서 북한에 중국 측 말을 잘 듣는 정권이 들어서기 바란다. 친중(親中) 괴뢰정권 수립을 바라는 것인데, 현실적 방안이 마카오에 오래 살아온 김정남을 지도자로 세우는 일이다. 북한발(發) 친중 쿠데타로 현실화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김정은과 그 추종세력은 죽음 및 숙청을 맞으니, 김정은 정권은 출범 직후부터 김정남을 노려왔다고 전해진다.

중국은 이에 대해 거듭 경고를 해왔다고 한다. 중국은 중국 영내에서 북한 공작 조직이 김정남을 테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중국 주권에 대한 도전이라고 본다. 그래서 김정남을 2중, 3중으로 ‘보이지 않게’ 경호해왔다. 이 때문에 북한은 김정남이 ‘3대 세습에 반대한다’고 해도 어쩌지 못했다. 그러나 김정남이 제3국을 방문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중국 체류자 김정남과 여행객 김정남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김정남이 방문한 나라는 중국과 달리 북한에 큰 국익이 걸려 있지 않으니, 중국처럼 철저히 보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요인 테러는 미인계 등을 써서 제3국으로 꾀어낸 뒤 하는 경우가 많다. 김정남을 살해한 것이 북한 공작 조직이 맞는다면 광명절을 맞은 북한에서는 ‘용비어천가’와 함께 거창한 상훈수여식이 ‘은밀히’ 벌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대외적으로는 절대로 김정남 살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하는 순간 테러국으로 지정되고 중국도 돌아설 것이기 때문이다. 2010년 천안함 사건 때처럼 북한은 끝까지 모르쇠로 나가야 한다.



친중 쿠데타 막는 김정남 암살

한국 격변이냐 북한 급변이냐

2월 12일 오전 발사된 북한의 북극성 2형 미사일. [노동신문]

그러나 북극성 2형 발사는 요란하게 자랑하고 자축했다. 북한 주민을 결집할 수 있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북극성 2형 발사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해온 한국 야권이 곤란해지는 것은 안중에도 없다. 북한 정보기관은 한국 상황을 냉정하게 본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방한하는 것을 보며 이들은 ‘사드 배치는 돌이킬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북극성 2형을 쏴 광명절을 경축하는 위세를 부리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이 한미에는 도발이기에 두 나라는 대응을 한다. 북극성 2형 발사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등 야당 의원들은 “북한이 고체연료를 탑재한 신형 미사일을 쏜 것을 왜 몰랐느냐. 2분 뒤에야 발사한 것을 포착했느냐”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따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전혀 다르다. 한미의 탐지능력이 대단히 향상됐다고 진단한다. 이들은 북한이 북극성 2형을 쏜 직후 두 나라 국방 당국자들이 “북한이 고체연료 미사일을 쐈다”고 발표한 데 대해 크게 놀라고 있다.

한반도에는 산이 많기에 북한이 쏜 미사일은 상당히 올라온 다음에야 우리 레이더에 포착된다. 미국 전략사령부는 그보다 먼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포착한다. 미국은 갑작스럽게 발사되는 탄도미사일 등을 탐지하고자 3만6000km 상공에 조기경보위성인 DSP(Defense Support Program) 23개와 신형조기경보위성인 SBIRS(Space-Based Infrared System) 4개를 띄워놓고 있다. 이 위성은 지구 자전 속도로 돌기 때문에 지상에서 보면 항상 같은 자리에 있어 ‘정지위성’으로도 불린다. 따라서 특정 지역을 계속 살펴볼 수 있다.

탄도미사일이나 나로호 등이 발사되면 강력한 열이 나오는데, SBIRS 위성은 그 열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감지해 발사 사실을 포착한다. 한국은 한반도 상공에 적외선 추적 정지위성인 ‘천리안’을 띄워놓았기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천리안의 기능은 미국 위성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어쨌든 양국이 2중, 3중으로 감시하니 북한이 쏜 미사일을 포착해내지 못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3만6000km 상공에 있는 DSP 위성에 비해 SBIRS 위성은 100~500km로 낮은 상공에 떠 있는 ‘저궤도 위성’이라 정밀한 촬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곳엔 지구 중력이 강하게 작용하므로, SBIRS 위성은 지구로 추락할 수도 있다. 이런 위험을 피하고자 지구 주위를 더 빠르게 돈다.

그리고 군용 인터넷을 통해 전파하면 한미 레이더 부대는 그 방향으로 레이더파를 집중해 날아오르는 물체를 정확히 추적한다. 위성은 위에서 찍기에 날아오르는 물체를 제대로 볼 수 없지만, 레이더는 옆에서 찍으니 볼 수 있다. 레이더 운용부대는 발사체에서 나오는 불꽃의 특성을 보면서 고체연료와 액체연료를 구분해내는 것이다.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을 생각하라’

한국 격변이냐 북한 급변이냐

대형상륙함에서 미 해병대 요원들을 태우고 있는 오스프리의 2016년 훈련 모습.[동아DB]

여태까지 북한은 고체연료를 탑재한 지대지미사일을 발사한 적이 없다. 그런데 2월 12일 발사된 미사일의 비행 궤적을 보면 스커드는 아니었다. 노동·무수단과 비슷했기에 양국군은 고체연료를 탑재한 노동 혹은 무수단이라고 발표했던 것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그다음 날 북한이 북극성 2형을 발사했다며 동영상을 공개함으로써 해소됐다. 북극성은 잠수함에서 쏘는 것이라 애초부터 고체연료를 탑재하고 있다. 한미가 몰랐던 것은 ‘북극성을 지상발사로 개조했다’는 사실이었다.

정보와 작전세계의 불문율은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을 생각하라(Think the unthinkable)’다. 북한은 양국군이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새 미사일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이 불문율은 한미 양국군도 지키고 있다. 북한이 생각해보지도 못한 방법으로 북한을 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 국민도 모른다. 큰 줄기는 두 가지인 듯하다.

첫째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와 공격시스템, 그리고 개발 중인 한국의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를 바로 가동하는 것이다. 이 작전은 북한이 한국 등으로 미사일을 쏘려는 것을 감시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 임무는 DSP와 SBIRS, 천리안 같은 위성과 북한 상공으로 들어가 정밀촬영을 하는 글로벌호크, 프레데터 같은 무인기 등이 수행한다. 그리하여 북한이 미사일 공격을 하려는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되면, 전자기탄(EMP탄) 등을 터뜨려 북한군 지휘통신체계를 무력화한다. EMP탄이 터지면 강력한 자기장이 나와 컴퓨터를 비롯한 전자장비, 통신장비 등이 교란된다.

그럼 북한 발사부대는 수동으로 전환해 미사일을 쏘려고 할 수 있다. 이때 한국군은 현무와 에이타킴스(ATACMS), 미군은 ATACMS와 토마호크 등으로 일제 사격한다. 선제타격을 가하는 것이다. 이 공격으로 북한의 미사일 기지와 발사대가 상당 부분 파괴된다. 그러나 파괴되지 않는 발사대는 미사일을 쏠 텐데, 그것은 KAMD와 사드, 미국 이지스함에 있는 SM-3나 SM-6로 요격한다. 방어해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막는 작전으로, 탐지(detect)→교란(disrupt)→파괴(destroy)→방어(defense) 순으로 진행되기에 ‘4D작전’이라고 부른다. 4D작전을 감행하면 북한의 미사일 시설과 인민군 지휘부, 공군기지 등 전략 거점은 초토화될 것이다. 그리고 바로 한미 특수전 부대가 침투한다.



4D작전과 안정화작전 준비 중

1월 레이먼드 토머스 미 통합특수전사령관(대장)이 경기 이천의 육군특수전사령부를 방문했다. 그 직후 양국 특전사 요원들은 미 공군의 침투용 소송기인 MC-130을 타고 연합 낙하연습을 했다. 유사시 이들은 4D작전을 수행하기 전 북한에 침투할 수도 있다. 4D작전을 예상한 북한 수뇌부가 숨어들어가는 곳을 추적했다 4D작전이 끝난 후 그곳을 공격해 마무리한다.

미 해병대는 자체 항공단을 갖고 있어 독자적으로 작전을 전개한다. 미 해군이 운용하는 상륙모함 등에 탑재하는 오스프리를 이용해 바다에서 육지로 특수수색대를 침투시킨다. 이러한 연습을 위해 1월 일본에 있는 미 해병대가 오스프리 4대를 끌고 날아와 한국 해병대의 특수수색대와 함께 침투훈련을 했다. 이와 별도로 경북 포항에 있는 한국 해병대 1사단의 신속기도부대는 공기부양정을 타고 서해 5도로 전개하는 연습을 했다. 유사시 이들은 서해 5도에서 황해도 해안으로 침투해 들어간다.

정규전 부대인 미 육군 2사단은 지뢰방호장갑차인 MRAP(엠랩·Mine Resistant Ambush Protected)을 도입했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오랫동안 안정화작전을 수행했는데, 그때 위험한 임무를 도맡은 차량이 MRAP이었다. 미군에 반대하는 게릴라는 도처에 지뢰를 묻고 급조폭발물(IED)을 만들어 투척했는데, MRAP은 그 폭발을 견디면서 신속히 달릴 수 있는 차량이다. 이러한 장비와 운영부대가 전개되는 훈련을 하는 것은 4D작전 후 북한 안정화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

한미연합군은 김정은 제거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김정남 살해와 북극성 2형 발사로 기세를 올린다면, 한미는 4D작전과 안정화작전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는 김정은의 도발이 한반도에 전운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암시다. 

분석 | 김정은의 두려움◆ 김정남 암살은 중국에 의한 김정은 제거를 야기할 수도 있다



한국 격변이냐 북한 급변이냐

2월 12일 북극성 2형 발사 성공 후 환호작약하는 북한 김정은(가운데). [노동신문]

북한은 북극성 2형을 고각으로 발사해 비행거리를 줄였다. 신의주 남쪽에 있는 방현비행장에서 쏴 원산만이 쑥 들어와 있는 북한 군사수역(水域)에 이 미사일이 떨어지게 했다. 왜 북한은 북극성 2형을 정상으로 발사하지 않은 것일까. 미국의 요격 때문일 것이다.

북한이 북극성 2형을 쏘던 날 동해에는 우리의 이지스함이 나가 있었다. 우리 이지스함은  SM-3가 없어 요격할 수 없지만, 북극성 2형의 궤적은 레이더로 정확히 잡아냈다. 이 정보는 SM-3를 탑재한 미국 이지스함에 전파됐기에 미국은 북극성 2형을 요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북극성 2형은 미국 이지스함 한참 앞에서 떨어졌기에 요격할 수도, 할 필요도 없었다.

북한은 영악하다. 일본 열도를 넘기는 식으로 미사일을 쐈다 미·일 이지스함이 SM-3로 요격한다면 충격은 북한이 받게 된다. 미국은 ‘북한이 선제공격을 했다’며 바로 응징할 수도 있다. 이것이 큰 부담이기에 북한은 축소 발사를 해 피해나가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동해의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지도록 무수단을 쐈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훨씬 안쪽에 떨어지게 한 것이다.

김정은은 북한 전력이 열세라는 것을 안다. 그가 1박 2일에 걸쳐 북극성 2형 발사를 기다린 이유는 미국의 공격에 대응할 무기 확보를 자기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발사 성공 후 환호작약한 모습을 보면 김정은은 일시적으로나마 두려움을 해소했던 것으로 보인다. 겁이 많은 이는 잔인하다. 겁이 많기에 이복형과 고모부를 죽였고, 그들을 죽였으니 자신도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두려움에 빠진다. 그래서 핵·미사일 도발을 또 하라고 지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누구도 믿지 않는다. 그가 권한을 강화해주던 김원홍(국가안전보위부장) 같은 2인자는 시간이 지나면 김정은의 의심을 사 제거된다. 이를 피하려면 김정은의 요구를 다 들어주는 ‘끝없는 충성’을 해야 하는데, 그러한 충성 가운데 하나가 김정남 제거 같은 공작이다.

김정남 암살은 북극성 2형 발사나 핵실험보다 북·중 관계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중국이 북한에 투입하려는 인물을, 그것도 중국이 보호해온 이를 제거했으니 중국은 진짜로 북한발(發) 친중 쿠데타를 시도할 수 있는 것이다. 한미 또한 경계를 강화할 테니, 김정은의 고립도는 커지게 된다. 이러한 고립이 김정은을 더 큰 두려움에 빠지게 한다. 김정은은 2인자에게 더 힘든 임무를 지시하게 되는 것이다. 그 요구를 수행할 수 없어 죽음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그는 최초의 배신을 할 수 있다. 북한판 10·26사태를 강행하는 것이다. 한미 정보관계자들은 “김정은의 공포심이 북한발 친중 쿠데타나, 한반도의 전운을 몰고 온다”고 보고 있다.






주간동아 2017.02.22 1076호 (p22~25)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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