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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부모들 “마약 테스트 어쩌나”

청소년 마약 퇴치 市에서 무료 배포 … 사춘기 자녀들에 사용 여부로 밤잠 설쳐

밀라노 부모들 “마약 테스트 어쩌나”

밀라노 부모들 “마약 테스트 어쩌나”
사춘기 자녀를 둔 밀라노 부모들은 요즘 밤잠을 설칠 듯싶다. 밀라노 시가 3월10일부터 시내 약국을 통해 만 13세부터 16세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무료 마약 테스트를 배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집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이 테스트는 소변 한두 방울이면 하시시, 헤로인, 마리화나, 코카인, 엑스터시 등 6개 종류의 마약 성분을 밝혀낼 수 있다. 테스트 결과 아이가 마약을 한 것으로 나타난다면?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을 경우 시 보건소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상세한 설명서가 첨부돼 있다.

이탈리아 전 계층에 마약 빠르게 침투

이탈리아 내무부는 최근 이탈리아의 16~24세 청소년 중 코카인 상습 복용자가 2000년에 비해 2배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마약에 처음 접근하는 연령도 어린이 티를 갓 벗어난 13세다. 마약은 과거처럼 연예계나 패션계 등 특정 계층에서 은밀히 거래되지 않는다. 평범한 이탈리아인들, 예를 들어 직장인, 중·고교생 사이로 빠르게 침투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유엔 국제마약통치위원회는 상습적으로 마약을 복용하는 스타나 유명 인사들이 자국에서 지나치게 관대한 처벌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추세는 스타의 모든 행동을 추종하는 젊은 세대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카인 중독으로 세계 미디어의 초점이 됐던 톱모델 케이트 모스는 스캔들 후 되레 쏟아지는 러브콜로 광고모델 수입이 껑충 올랐다.

이탈리아 내에서도 밀라노의 사정은 특히 심각하다. 밀라노 시 보건국 발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15~19세 청소년 중 32%가 하시시를 피웠고, 열 가정 중 일곱 가정이 청소년 사이에 쉽게 나도는 마약 문제를 심각하게 걱정한다. 결국 밀라노 시는 청소년 마약 퇴치에 정면으로 맞섰다. 부모들이 ‘혹시 우리 아이도?’ 하는 의문과 불안감에 시달리느니 차라리 자녀를 대상으로 마약 테스트를 해보라고 권하는 것이다. 밀라노 시는 지난해 봄 제6구를 대상으로 마약 테스트를 시범적으로 배포했다. 약국에 전달된 430개 테스트 중 부모들이 익명으로 받아간 테스트는 249개였다. 60%의 테스트가 전달된 셈이다. 시는 이 결과가 만족스럽다는 표정이다.



란디 디 키아벤나 밀라노 시 보건국장은 “부모들이 마약반 형사가 되는 걸 원치 않는다”고 전제한 뒤, 마약 테스트는 대화의 도구로서 사춘기 자녀들이 충동적으로 마약의 유혹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배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대파는 부모가 자녀에게 억지로 테스트를 해보려는 가정이라면 이미 대화는 단절된 게 아니냐고 반문한다. 밀라노 시는 이번 마약 테스트 배포에 1만6000유로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렇다면 밀라노 부모들은 마약 테스트에 대해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호기심 많은 사춘기에 마약의 유혹을 떨치기 위해선 테스트를 의무화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부모 자녀 관계에 시 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라는 반발도 있다. 한편 Sky Tg24 위성뉴스 채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시청자의 81%는 밀라노 시의 정책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여하튼 밀라노 시가 통 크게 무료로 배포한 마약 테스트 덕분에 부모들이 자녀들보다 먼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직업이 ‘부모’라는 사실은 한국이나 이탈리아나 비슷한 모양이다.

밀라노 부모들 “마약 테스트 어쩌나”

유엔 국제마약통치위원회는 이탈리아, 스페인, 중국을 ‘마약 요주의 국가’로 꼽았다. 이중에서도 밀라노의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주간동아 2008.04.08 630호 (p34~34)

  • 로마 = 김경해 통신원 kyunghaekim@tiscali.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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