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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로 배우는 ‘경제학 수업’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www.gong.co.kr

일상생활로 배우는 ‘경제학 수업’

일상생활로 배우는 ‘경제학 수업’

이코노믹 씽킹
로버트 프랭크 지음/ 안진환 옮김/ 웅진 지식하우스 펴냄/
332쪽/ 1만3000원

‘경제적 사고(이코노믹 씽킹)’는 삶을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경제학이 제공하는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틀은 직업적 성공과 인생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 만큼 가치 있는 수단이다. 그러나 일반인이 배우기는 쉽지 않다. 두꺼운 경제학원론서는 보통사람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줄 정도로 어렵다. 경제학 전공자조차 난해한 수식과 그림에 질려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을 정도다.

코넬대 존슨경영대학원 경제학 교수로 있는 로버트 프랭크의 ‘이코노믹 씽킹’은 기존 경제학 교과서와는 뚜렷한 차이를 보여준다. 그것은 수식이나 그림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사례 위주로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방대한 사례 가운데 많은 부분은 그의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이 제공한 것들이다. 때문에 그의 단독 작품이라기보다는 학생들과 함께 만든 공동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성격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책에서 우리는 일상에서 겪는 익숙한 경험들을 소재로 경제학의 개념들을 배울 것이다. 경제학을 배우는 것은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 쉬운 것부터 조금씩 시작해야 하고, 각 개념을 다양한 맥락에서 바라보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학생들에게 이코노믹 씽킹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수식과 그래프 대신 사례가 담긴 스토리를 사용하기로 결심한 것은 저자의 특별한 경험 때문이다. 20년 전 저자가 ‘과목간 교차 집필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 무엇이든 제대로 배울 수 있는 방법은 그것에 대해 글을 써보는 것임을 깨달았다. 이를 ‘스토리 학습이론’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 주장의 핵심은 “인간이 보편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스토리화하려는’, 즉 정보와 경험에 스토리적 해석을 부여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간단히 말하면 누구든지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정보를 스토리 형태로 흡수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기존의 경제학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차례와 전혀 다른 차례가 제공된다. 모두 11장으로 구성된 책에는 ‘왜 우유팩은 사각형이고 콜라캔은 원통형일까?’ ‘39달러짜리 휴대전화에 달린 59달러짜리 배터리?’ ‘왜 스타벅스는 메뉴에서 쇼트 사이즈를 숨길까?’ ‘모두의 것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능력이 똑같은 사람들의 봉급이 차이나는 이유와 직장세계에 얽힌 그 밖의 미스터리’ 등과 같이 제목만 봐도 호기심을 가질 만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예컨대 컴퓨터 회사들이 비싸게 보이는 소프트웨어를 끼워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눈먼 돈은 없다’ ‘공짜는 없다’는 경제학 원리를 설명하는 사례 가운데 하나다. 컴퓨터 회사들은 결코 자선사업을 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소프트웨어를 무상으로 나눠주는 것이 궁극적으로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는 호환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용자 수가 많을수록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따라서 프로그램을 공짜로 나눠줌으로써 업그레이드 버전과 관련 소프트웨어의 최신 버전으로 추가 수요를 계속 만들어낼 수 있다.

남성 모델들이 받는 모델료는 얼마 되지 않는데, 왜 여성 모델 가운데 유명한 사람들은 엄청난 돈을 벌까? 지젤 번천이란 모델은 2005년에 1500만 달러를 벌었다고 한다. 그리고 2005년 ‘포브스’지가 선정한 모델료 톱10 가운데 남성 모델은 한 명도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남성 모델이 수익에 기여하는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외모가 뛰어난 남성 모델을 고용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가 작다. 여러분이 남성 패션잡지에 나오는 남성 모델의 이름을 기억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성 모델의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유명한 탤런트나 배우라면 독자들의 시선은 자연히 광고에 머물게 된다.

또 하나 중요한 이유는 여성 패션산업의 규모가 남성 패션산업보다 크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여성 패션시장은 남성의 2배, 다른 나라에서는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시장 크기와 가치 기여도에 따른 보상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사용되는 사례 중 하나다.

호텔의 미니바 가격이 턱없이 높아 놀랄 때가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호텔 안에서 에비앙 생수를 마시는 경우 1ℓ에 4달러인 데 반해 호텔 밖 잡화점에서는 99센트면 충분하다. 이런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까? 호텔산업은 객실료를 두고 경쟁하기 때문에 추가 수입을 확보하기 어렵다. 때문에 다른 수입원을 만들어야 하고 여기서 미니바가 등장한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손님들은 비싸기 때문에 미니바를 사용하지 않겠지만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부유한 투숙객도 있게 마련이다. 호텔은 이런 고객들에게서 거둬들인 수익으로 일부 객실의 요금을 할인해주는 여유를 갖는다. 비싼 미니바 덕분에 낮아진 숙박비의 혜택에 감사할 수도 있다.

이런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저자의 설명을 듣다 보면 일상의 거의 모든 현상들은 이코노믹 씽킹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비경제학도를 위한 스토리 중심의 경제학 원론이다.



주간동아 609호 (p9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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