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7

2005.10.25

화장품들의 초고속 진화

필링·주름개선·노화방지 제품 등 홈 케어용 잇단 출시 ‘피부과 시술’에 도전장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05-10-19 16:1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화장품들의 초고속 진화
    대기업에 다니는 30대 초반의 직장 여성 강모 씨. T존 부위엔 유분기가 넘치고, 생리 때는 얼굴 전체에 뾰루지가 자주 나며, 여드름 자국과 넓어진 모공, 블랙헤드, 색소침착까지 다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지성피부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잦은 야근과 스트레스 등으로 피부가 나빠진 강 씨는 피부과에도 다니고 에스테틱 관리도 받아봤다. 피부과에서는 한 달에 4~6회 정도 스케일링과 IPL 시술 등을 받았는데, 당시에는 피부 상태가 놀라울 정도로 호전됐다. 하지만 1회에 10만원에서 30만원에 이르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병원을 ‘끊자’ 피부는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피부 조직이 계속 사라지고 다시 만들어지는 만큼 단기간의 치료로 완치되는 게 아니기 때문. 그러자 강 씨는 화장품으로 눈을 돌렸다.

    그가 선택한 화장품은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 입점한 ‘네츄라 비세’의 필링(peeling) 제품인 ‘글리코 필링 25%’. 피부과 화학 박피에 쓰이는 글리콜산이 25% 함유된 제품으로 바르는 과정도 피부과 시술과 동일하다. 가격은 30mℓ에 22만원. 글리콜산이 50% 함유된 ‘글리코 필링 플러스 50%’는 28만원이다. 그런데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선 필링 제품과 짝을 이루는 에센스 및 수분 크림, 그리고 재생 작용이 있는 ‘다이아몬드 크림’을 더해야 했다. 이 브랜드에서 나오는 에센스와 수분 크림은 각각 20만원 안팎. ‘다이아몬드 크림’은 38만원이다. 여기에 스킨 토너를 더하니 100만원이 훌쩍 넘어갔다. 매장에서는 피부 보호막을 형성한다는 ‘다이아몬드 드롭스’를 추천했으나 49만원이나 해 포기했다. 대신 ‘스위스 퍼펙션’에서 20만원 정도 하는 여드름 특수 케어 제품인 ‘셀룰라 액티브 로션 오일리 스킨’을 구입했다.

    병원 이용보다 시간과 돈 절약 ‘상대적 이점’

    “처음 구입할 때는 고가지만, 6개월 할부로 해서 그렇게 부담이 되지는 않았어요. 이후로는 다 쓴 것만 단품으로, 그것도 할부로 사니까 별로 비싸지 않고요. 이 제품 라인을 쓴 지 1년 정도 됐는데, 그냥 한 달에 약 10만원씩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정도예요. 피부과나 에스테틱과 비교하면 무척 싼 편이죠. 하지만 효과는 피부과랑 맞먹는 것 같아요. 6주 코스로 1년에 네 차례씩 꾸준히 집에서 필링 시술을 받은 거니까요.”

    피부과 시술에 도전하는 ‘홈 케어’ 화장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앞서 말한 필링 제품을 비롯해 여드름 치료 및 주름 관리 화장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 이처럼 화장품들이 의약적 성분과 시술 과정을 그대로 도입하면서 피부과 치료와 일반 화장품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네츄라 비세를 수입한 ㈜오히스 코퍼레이션의 오인섭 대표가 “네츄라 비세는 스파톨러지[스파(spa)와 ‘피부과 치료’를 뜻하는 더마톨러지(dermatology)를 붙여서 만든 합성어]를 대표하는 화장품”이라고 강조했을 정도다.



    화장품들의 초고속 진화

    랑콤의 필링제인 ‘르쑤르파스필’ 출시를 기념하는 시연행사에서 딸들이 어머니에게 제품을 발라주고 있다.

    최근 가장 인기를 끄는 ‘홈 케어’ 화장품은 뭐니 뭐니 해도 화학적 박피를 해주는 필링 제품이다. 화학 작용을 통해 피부 껍질을 한 꺼풀 벗겨내 새살을 돋게 해준다는 원리. 앞서 말한 네츄라 비세 외에도 랑콤에서는 ‘르쑤르파스필’, CNP 차앤박 화장품에서는 ‘CNP 스킨 스케일링 키트’, ㈜태평양에서는 ‘아이오페 리뉴일 필링 키트’ 등을 내놓았다. 필링의 원리와 준비, 박피·중화·진정 단계 등으로 이뤄진 케어 과정은 모두 비슷하다. 가격은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지만 4주에서 8주 과정에 대략 15만원에서 20만원 정도.

    물론 진피까지 재생해주는 깊은 박피는 피부과에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은 외출하기 힘들 정도로 피부가 막 일어나는 깊은 박피보다 가벼운 박피를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또 한국 리서치에서 20~40대 여성 6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1%가 피부과 필링을 받고 싶지만 시간적 제약과 고가의 비용 등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서 하는 필링 제품은 바로 이 두 가지 걸림돌을 없애버린 것. ㈜태평양 홍보팀의 김효정 씨는 “올해 필링 화장품은 150억원대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제품인 ‘아이오페 리뉴얼 필링 키트’도 3만 개 정도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슬리밍·보디 쉐이핑도 화장품 통해 홈케어 가능

    일명 보톡스 효과가 있는 주름 개선, 노화 방지 제품도 ‘홈 케어’ 화장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태평양 ‘베리떼’에서 출시한 ‘에이지 솔루셔니스트’는 보톡스 유사 효과의 링클 톡스라는 성분이 들어간 것으로 자연적인 노화에 의한 주름부터 자외선으로부터 오는 주름, 반복에 의한 표정 주름까지 케어해준다. 40일간 사용하는 프로그램으로 가격은 14만원.

    아예 샤넬은 9월 필링과 주름 개선 기능을 합친 ‘샤넬 프레시지옹 마이크로 솔루션’을 출시했다. 3주 프로그램인 이 제품은 1단계 필링 제품인 ‘리파이닝 필링 프로그램’과 2단계 보톡스와 같은 원리로 표정 주름을 완화하는 ‘뉴트로라이징 트리트먼트’, 3단계 콜라겐 생성을 촉진해 깊은 주름의 파인 부분을 채워주는 ‘스킨 필러’로 구성돼 있다. 가격은 각 프로그램당 27만5000원, 3단계 모두 구입할 경우 82만5000원이다. 1t에서 1kg의 원액을 얻을 수 있는 희귀한 식물 추출물 등이 포함돼 있고, 피부 흡수율을 높이는 실험에 들어간 시간과 비용이 엄청나다는 게 고가의 이유. 샤넬의 김은형 과장은 “이 제품을 꾸준히 쓰면 박피나 보톡스, 콜라겐 주사 등 피부과적 시술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노화 방지 제품들은 전 라인에서 최고가에 속한다. 웬만한 브랜드라면 제품 하나에 20만~30만원에서 50만원에 이른다. ‘스위스 퍼펙션’의 리프팅 및 주름 완화 효과가 있는 ‘퍼펙트 리프트’는 세럼과 크림 두 제품을 합쳐 111만원이고 국내 시판 화장품 중 단일 품목으로 가장 비싼, 같은 브랜드의 ‘셀룰라 리쥬베 마스크’ 역시 피부에 콜라겐 성분을 침투해 노화를 개선하고 탄력을 주는 제품으로 15번 사용할 수 있는 1세트가 300만원이다.

    화장품들의 초고속 진화

    기능성을 높인 ‘홈 케어’ 화장품들.

    ‘마리프랑스’ 등 체중관리 전문 클리닉이나 에스테틱 등에서 주로 해온 ‘슬리밍(Slimming)’ 또는 ‘보디 쉐이핑(Body Shaping)’ 등도 화장품을 통해 ‘홈 케어’를 할 수 있다. 로레알파리의 ‘퍼펙트 슬림 데이&나이트’는 대표적인 보디 케어 제품. 지방분해 특허 성분인 ‘아디포 액티브’ 등을 주성분으로 하고 있으며, 울퉁불퉁한 셀룰라이트를 분해하고 피부에 탄력과 매끄러움을 되찾아준다. 가격은 각 200mℓ에 각 2만5000원. 그 외에도 ㈜태평양의 ‘헤라 에스라이트 디자이너’, 니베아의 ‘퍼밍로션 Q10 플러스’, 클라란스의 ‘토털 보디 리프트’, 시세이도의 ‘보디 크리에이터’, 비오템의 ‘셀룰라 쇼크 보디 쉐이핑 젤’ 등이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다. 가격은 보통 5만원 안팎. 하지만 고가 화장품이라 할 수 있는 네츄라 비세와 스위스 퍼펙션 등은 보디 케어 제품도 보통 15만원에서 20만원 사이다.

    화장품과 의학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요즘, 기능성을 둘러싼 화장품 업계의 경쟁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로서는 고가의 피부과적 시술을 집에서 저렴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이득이다. 하지만 이런 제품들이 전문 클리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이지, 결코 싼 가격이 아닌 만큼 본인에게 맞는 ‘홈 케어’ 화장품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즉 민감성 피부인 경우 필링은 금물이고, 20대 초반에 노화 방지 제품을 많이 쓰면 여드름이 날 수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