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7

2005.03.22

전국 방방곡곡 숨겨진 풍수 기행지를 찾아서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05-03-18 11: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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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방방곡곡 숨겨진 풍수 기행지를 찾아서
    “풍수(風水). 말 그대로 바람과 물이다. 풍수는 땅과 그 위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 빚어지는 숱한 갈등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살피는 학문이다. 사람들은 갈등을 두고 때로는 대립하고 때로는 타협하며 살아간다. 그러한 흔적은 문화유산이나 전설로 남아 있거나 여전히 대립과 타협이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

    ‘복을 부르는 풍수기행’(동아일보사 펴냄)에는 자칭 타칭 ‘인문학의 이종격투기 선수’인 김두규(우석대·사진) 교수가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찾아낸 흥미로운 풍수 기행지 80여곳이 담겨 있다. 우리 땅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통해 땅과 더불어 사는 지혜를 제공한다.

    풍수 하면 부정적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후손들이 명당 발복을 목적으로 음택풍수(묘지 풍수)로 땅을 이용해왔고 심각하게 국토를 훼손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풍수의 아주 적은 부분이다. 우리 조상들은 개인에서부터 국가에 이르기까지 각 주체들이 자기가 발을 디디고 있는 곳에서 땅과의 공존과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풍수를 활용했다. 거기에 수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남원 광한루에 가면 춘향이보다 더 유명한 유물이 있다. 완월정 옆 잔디밭에 있는 호랑이 석상이다. 순조 때 전라감사 이서구가 남원의 지세를 보고 세운 것이다. 남원의 남동쪽에는 사납고 굶주린 형상의 견두산(개머리산)이 남원을 노려보고 있다. 견두산 산세는 사람들에게 심리적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는데, 이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개가 무서워하는 호랑이 석상을 세운 것이다.”

    전국 방방곡곡 숨겨진 풍수 기행지를 찾아서
    이밖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남근석, 제주도 박쥐산의 전설, 명당 터를 실험하다 간첩으로 몰렸던 모 교수 이야기, 노무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 등 정치인들의 풍수관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사실 풍수 기행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여행이 아니다. 동양사상은 물론 역사, 미적인 감각, 여유, 그리고 생태적인 식견이 고루 동원되는 품격 있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풍수에는 고려시대 이후 100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나오면서 쌓인 우리 민족의 지혜가 녹아 있다. 오랜 기간 발품과 책품을 팔아서 이뤄진 저자의 우리 땅 사랑이 손에 잡힌다. 풍수는 아직도 살아 숨쉬고 있는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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