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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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목소리는 신체 질환 경고음

‘별것 아닌 것’ 방치 땐 큰 화 부를 가능성 … 2주 이상 지속 땐 반드시 검진을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11-12 17: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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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쉰 목소리는 신체 질환 경고음

    목소리의 변화는 목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 목소리에 이상이 생길

    갑자기 목소리가 심하게 쉰 주부 강길녀씨(45). 이맘때 항상 앓곤 하던 환절기 감기 정도로 여기고 약국에서 목감기 약을 사와 2주 이상 복용했지만 좀처럼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태로 한 달 넘게 고생하다 병원을 찾은 강씨. 그런데 진단 결과는 놀랍게도 갑상선암이었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되어 완치가 가능하다고는 하나, 정확한 진단을 받지 않고 방치해두었더라면 치료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몸의 건강은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목소리의 변화 등은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식도암이나 갑상선암과 같은 심각한 질환의 신호탄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했다간 대화조차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따라서 평소 작은 이상도 꼼꼼히 살펴야 하며 2주 넘게 지속되는 목소리 변화는 반드시 종합적인 이비인후과 진단을 받아야 한다.

    후두신경 주변 이상 있을 때 발생

    목소리를 만드는 발성기관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성대다. 성대는 목의 왼쪽 오른쪽에 있는 크기가 2cm 미만의 기관으로, 말을 할 때 양쪽의 성대가 서로 밀착해 진동하면서 소리를 내며, 보통 1초에 150~200회 진동한다. 또한 음식물을 삼킬 때는 양쪽이 완전히 밀착돼 음식물이 폐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도 한다.

    목소리는 폐의 호흡, 성대의 진동, 입과 입술이 만드는 발음 등 여러 가지 발성기관을 거치면서 완성된다. 이중 어느 한 부분에 이상이 생기거나 성대 움직임을 조절하는 후두신경 조직 및 주변 장기에 이상이 있을 경우 목소리가 변한다.



    목소리가 변하는 원인 가운데 가장 위험한 것이 여러 가지 악성종양(암)의 전조 증상인 경우다. 성대 진동을 조절하는 후두신경은 뇌 기저부에서 시작해 후두, 갑상선, 식도, 폐, 심장 등 몸의 중요 부분을 주행한다. 이 주행경로에 있는 기관에 암 등 이상질환이 있을 경우 신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성대가 마비돼 쉰 목소리가 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후두암, 식도암, 심혈관계 질환 등의 수술 치료 후 후두신경이 손상돼 성대가 마비되는 경우도 있다. 성대 마비의 원인이 되는 질환을 치료한다고 해도 한 번 손상된 후두신경은 치료가 되지 않기 때문에 목소리가 회복되지 않으며, 수술 치료를 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목소리 변화와 달리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서서히 목이 쉬고 사레에 잘 걸린다면 노인성후두를 의심해볼 수 있다. 노인성후두는 50, 60살 이후 몸의 전반적인 노화와 함께 성대의 점막과 근육이 노화되면서 나타난다. 노인성후두 환자는 목이 쉬고 말을 하기가 어려워 의사소통에 큰 지장을 받으며, 성대가 완전히 닫히지 않음으로써 음식물이 폐로 들어가는 것을 막지 못해 사레에 잘 걸린다. 음식물이 폐로 들어가는 것을 방치할 경우 폐 기능 저하와 폐렴을 부를 만큼 위험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화현상으로 여기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노인들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는 목소리 노화도 질병’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성인 목소리 변화의 흔한 원인인 역류성 인후두염은 위의 소화액이 식도로 역류, 성대에 자극을 줘 발생한다. 목에 이물감이 있고 가래가 생기면서 헛기침을 지나치게 한다면 역류성 인후두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방치할 경우 코골이·천식·기관지염 등 호흡과 관련된 질환이 생길 수 있으며, 드문 경우지만 식도암이나 폐암·후두암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역류성 인후두염을 부추기는 위험인자는 점차 서구화되고 있는 식생활이다. 피자·튀김·치즈·버터 등 기름기 많은 음식과 커피·홍차 등 카페인 음료, 탄산음료 등은 위 음식물의 역류를 유발한다. 보통사람들의 인기 메뉴인 삼겹살과 소주도 역류의 한 원인이다.

    이밖에 성대에 굳은살이나 물혹이 생겨 목이 쉬는 성대결절과 성대폴립은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상담원, 교직원, 가수 등 목소리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에겐 문제가 된다. 무리하게 소리를 지르거나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원인으로, 수술로 물혹이나 굳은살을 제거하기 전에는 목소리가 호전되지 않는다.

    쉰 목소리는 신체 질환 경고음

    정상 성대, 마비가 온 성대, 혹(폴립)이 생긴 성대(왼쪽부터).

    성대마비·노인성후두 ‘경피적 성대성형술’ 효과적

    성대마비와 노인성후두 등 난치성 성대질환은 주사로 아테콜, 알로덤 등 안전한 보형물질을 성대에 주입, 성대의 볼륨을 살려 예전과 같은 목소리를 되찾는‘경피적 성대성형술’이 효과적이다. ‘경피적 성대성형술’은 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김형태 박사(전 가톨릭의대 성모병원 교수)에 의해 처음 개발되어 지난해 미국 이비인후과학회에서 새로운 치료법으로 채택된 것. 목 부위의 절개나 전신마취 없이 이루어지며 시술시간이 15분 정도로 짧다. 시술 뒤 바로 음식물을 섭취하는 등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으며 기존에 특별한 치료법이 없었던 성대구증, 유착성성대 등 난치성 성대질환들의 치료도 가능하다.

    위 음식물 역류로 인한 역류성 인후두염은 일시적인 치료로 개선될 수 있으나, 일부 심한 증상의 환자에게서는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역류를 감소시키기 위한 식이습관 개선, 위산을 억제하기 위한 약물 투여로 치료하며, 약물 치료가 불가능한 심한 환자의 경우 역류를 막기 위한 수술을 시행한다. 성대결절이나 성대폴립은 현미경을 통한 정교한 미세후두수술로 성대에 지장을 주지 않고 병소만을 정확히 제거해 치료한다. 성대의 굳은살이나 물혹 외 다른 정상 성대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원래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으며, 수술 뒤 목소리가 나빠지지 않아 가수·상담원 등 목소리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도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다.

    건강한 목소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루 2ℓ 이상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또한 몸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체력이 떨어지고 체중이 감소하면 성대도 함께 약해질 수 있기 때문. 성대근육이 약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발성 연습이 필요하지만 성대를 장시간 무리하게 사용하거나 목소리가 변한 상태에서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 술, 담배는 목을 건조하게 하고 위 음식물의 역류도 유발하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잠들기 3시간 전에 음식물을 먹지 않는 것도 목소리 건강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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