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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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 발언 물의 추미애 의원

‘폭탄주 클럽’ 첫 여성회원 호된 신고식

  • < 김시관 기자 > sk21@donga.com

    입력2005-01-07 1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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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중 발언 물의 추미애 의원
    민주당 추미애 의원의 지난 7월5일 취중 발언을 놓고 정치권이 또 한바탕 설전을 펼쳤다. 언론 세무조사와 관련, 첨예한 대립을 빚고 있는 언론과 야당이 ‘튀는’ 발언을 그냥 지나칠 리 없었고 이는 정쟁으로 비화했다. 한나라당은 이를 정치적 호재로 보고 취중 발언 속에 숨어 있는 ‘가시’ 찾기에 나섰다.

    한나라당의 공세는 “추미애 의원의 ‘폭탄주 클럽’ 가입을 축하한다”는 차분한 어조로 시작한다. 애교 섞인 비아냥거림이지만 내면에는 날카로운 비수가 번득인다. DJ정권 출범 이후 유독 ‘폭탄주’에 취한 실언이 많았음을 빗댄 공세다. 진형구 전 대검공안부장(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 이정빈 전 외무장관(여성 비하 발언) 등 폭탄주로 물의를 빚은 여권 고위 인사들을 조연으로 등장시켜 추의원의 취중 발언을 부각한 것. 한나라당은 이들을 ‘폭탄주 클럽’ 회원이라 불렀고 추의원을 신입 회원으로 등록시켰다. 잊힌 과거 인사들의 취중 발언을 상기시켜 ‘DJ식 인사’의 문제점을 질타하는 교묘한 공격인 셈이다.

    물론 “여권의 획일적이고 집단주의적 사고를 읽을 수 있는 심각한 발언”이라는 ‘진지한 질타’도 빠뜨리지 않았다. 최근 사회 일각에서 제기하는 개혁과 반개혁, 보수와 진보, 통일과 반통일세력 등과 관련한 논란에 편승해 여권의 이분법적 잣대를 극명하게 부각하는 다각적 공격법이다. 추의원의 발언이 이처럼 파상공세에 직면한 것은 그만큼 허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추의원의 발언은 언론 세무조사에 대한 추의원의 평소 소신이 묻어 있기는 하나 ‘양주가 독해 맥주에 타서 마신’ 폭탄주가 부른 비극적 성격이 짙다. 추의원은 이날 서울 H한정식집에서 김중권 대표와 당내 바른정치실천연구회(바른정치모임) 소속 의원 10여 명과 저녁 7~10시에 모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참석자들은 1인당 5잔 정도의 폭탄주를 돌렸다고 한다. 모임이 끝난 뒤 뒤늦게 합석한 기자들에게도 폭탄주가 2잔씩 돌았고 이미 취해 있던 추의원은 기자들을 상대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회창 이놈”이라며 타당 총재에게 막말을 하는가 하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자신과 이문열씨와의 논쟁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이문열 같이 가당치 않은 놈이 X 같은 조선일보에 글을 써서…”라며 극도의 분노를 표시하기도 했다.

    추의원 발언의 하이라이트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언쟁중 쏟아낸 발언이었다. 자신의 발언을 인용 보도한 동아일보 기자에게 추의원은 “왜 내 기사가 이문열이 기사보다 작게 나갔느냐”며 “너도 사주 편에서 기사를 쓰느냐. 사주 같은 놈이다”고 막말을 했다. 기자가 자중을 요구하자 감정이 격해진 추의원은 손으로 탁자를 내리치며 소리쳤다. “곡학아세하지 마.”



    추의원의 폭탄주 클럽 신고식은 이쯤에서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동석한 이호웅 의원과 정동영 최고위원이 말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의원은 음식점 마당으로 나와 다시 “정의가 바로 서야 하는데…”라며 흐느꼈다. 지난 6월1일 새벽 민주당 의원 워크숍 당시 코너에 몰린 정풍파를 구한 그때 그 눈물이었지만 감동은 덜했다.

    폭탄주 클럽 멤버의 특징은 취중 발언을 공개할 경우 일단 ‘부인’을 원칙으로 한다. 한나라당 관계자의 분석이지만 추의원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추의원은 다음날 이 사실이 보도되자 “이회창 이놈이라는 발언은 기억에 없다”고 말했고 “(취중 발언에 대해)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여론이 거세진 오후 추의원은 입장을 바꿔 사과문을 냈지만 언론사에 대한 사과만 있을 뿐 까마득한 법조 선배인 이총재의 이름을 부른 것이나 해당 기자에 대한 사과는 빠진 반쪽짜리였다. 조순형 의원이 언론을 통해 “지금이 술 먹을 시점이냐”며 힐난했지만 추의원은 이미 7일 바른정치모임 멤버들과 함께 외유(중국)에 나선 뒤였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워크숍 파동 때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이후 추의원이 조금 들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그의 행동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장래가 촉망되는 몇 안 되는 여성의원, 법조인 출신 등 추의원을 따라 다닌 수식어는 취중 발언 이후 그림자를 감췄고 ‘일그러진’ 정치와 정치인만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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