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82

2001.05.03

상실의 시대, 데미안… 뒤늦게 뜬 사연

  •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

    입력2005-01-21 15: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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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실의 시대, 데미안… 뒤늦게 뜬 사연
    신간의 수명은 요구르트의 유효 기간에 비교될 만큼 짧다. 출간한 지 1~2주일 만에 장수냐 단명이냐가 판가름 나고 팔리지 않는 책은 서가 한구석을 차지했다 조용히 반품한다. 그래서 치열한 생존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잡는 것은 어쩌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보다 더 어렵다.

    지난 92년 출간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는 5년이 지나서야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뒤늦게 100만 부 이상 팔려나가며 초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은 89년 문학사상사에서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펴내 지난 10년간 한국 문학계에 하루키 신드롬을 일으켰다. 97년 열림원이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원제로 책을 내면서 ‘상실의 시대’에 도전했는데, 이 싸움은 문학사상사의 완승으로 끝났다. 지난해 한 휴대전화 광고가 ‘지금 그녀는 어떤 책을 읽고 있을까’라는 카피와 함께 휴대전화에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을 찍은 것이다. 내용은 같고 제목만 다른 ‘상실의 시대’가 지금도 베스트셀러 10위권에 들며 꾸준히 사랑받는 것을 보면 ‘노르웨이의 숲’은 억울할 만도 하다.

    시대를 좀더 거슬러올라가 헤르만 헤세의 성장소설 ‘데미안’의 인기 뒤에는 60년대 전혜린 열풍이 있다. 불꽃 같은 삶을 살다간 최초의 여자 독일 유학생 전혜린이 자신의 책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에서 독일 젊은이들을 미치게 만드는 ‘데미안’을 소개한 것이었다. 또 이 책을 읽은 친구가 어느 겨울, 자살로 생을 마쳤다는 이야기까지 듣고 나면 전혜린 추종자들 손에 ‘데미안’이 쥐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곁에 아주 가까이 있는 책들을 분석 대상으로 삼은 한미화씨의 ‘우리 시대 스테디셀러의 계보’(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는 문학에서 어린이책, 실용서까지 여러 종류의 책이 등장한다. 특히 성장소설의 대표작 ‘데미안’을 이야기하면서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과 현기영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 포리스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까지 국내외 연관 작품들을 두루 챙기는 저자의 부지런함이 돋보인다. 이 책과 동시에 출간한 무크지 ‘베스트셀러 이렇게 만들어졌다’(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는 베스트셀러의 기획단계에서 마케팅 전략까지 출판계의 궁금증을 풀어줄 답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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