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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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꼬부라진 발음은 촌스럽다?

  • 입력2005-02-21 15: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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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호에 “영어발음이 미국인과 똑같지 않아도 오차 범위 안에만 들어가면 의사소통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 오차 범위 안의 발음은 어떤 것이며 어떻게 배우는지 설명드리겠다.

    첫째, ‘국제표준발음’을 익혀라.

    ‘영어’하면 ‘미국식 영어’나 ‘영국식 영어’만을 생각하던 시절은 지났다. 이제 영어는 전세계 사람들이 사용하는 ‘국제어’가 돼서 출신지에 따라 다양한 발음으로 말해진다. 더군다나 근래에는, 국제 외교나 상거래에서 미국식으로 혀를 굴리며 발음하는 것을 오히려 촌스럽게 여기고, 자기나라의 액센트를 그대로 넣어가며 말하는 영어를 더 멋있고 권위있게 보는 경향까지 있다.

    예를 들면, 구제금융관계로 우리나라를 자주 찾았던 ‘캉드시 IMF총재’의 영어를 TV에서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미국식과는 아예 거리가 먼, 프랑스 냄새가 물씬 풍기는 발음으로 영어를 한다.

    영어의 발음이 얼마나 다양한지 알아보려면 CNN 방송을 보면 된다. 각 지역에서 현지 뉴스를 전하는 리포터는 물론이고, 방송국에서 앵커를 맡고 있는 사람들도 발음이 제각각이다. ‘영국식’ ‘미국식’ ‘호주식’ ‘필리핀식’ ‘홍콩식’ ‘인도식’ ‘아랍식’… 각자의 출신지에 따라 발음이 조금씩 다르다. 그런데도 발음 때문에 주눅드는 사람도 없고, 못 알아듣겠다고 시비하는 사람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발음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인과 똑같이 할 필요는 없으나, 국제적으로 ‘교양 있는 영어’로 인정받는 ‘국제표준발음’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사전에 의한 정확한 발음을 익혀라.

    그러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교양 있는 표준발음’이란 어떤 것인가. 바로 사전에 표기되어 있는 발음을 말한다. 한마디로 ‘영어 발음’이라고 하지만, 이 지구상에는 지역적으로 수많은 ‘방언’들이 있다. 미국영어 하나만 보더라도, ‘서부’ ‘동부’ ‘남부’ ‘중부’ 발음들이 각각 다르다. 그중 어느 것을 표준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언어학자들이 대다수의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하는 교양 있는 발음을 조사해 수록해 놓은 것이 바로 사전에 있는 발음이다.

    우리가 영한사전에서 볼 수 있는 발음기호는 전세계의 언어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또한 세계 각국 사람들이 영어를 배울 때 표준으로 삼는 ‘국제음성기호’이다. 이 발음기호에 의해 정확하게 발음하면 ‘교양 있는 영어발음’으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다.

    간혹, “사전에 나온 발음은 엉터리다. 미국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발음기호 읽는 법과 음운법칙을 제대로 모르고 하는 말이다. 또한, 미국의 하급 계층이나 일부 지역에서 하는 묘한 발음을 배워와서 ‘미국에서는 이렇게 발음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혹시 그런 발음을 듣게 될 경우를 대비해 참고로 알아두는 것까지는 몰라도, 흉내내며 따라하지는 않는 게 좋다. 자칫 뒷골목 출신의 저급한 사람으로 취급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으로서 영어를 할 때는 사전에 의한 정확한 발음으로 당당하게 발음해야 ‘제대로 교육받은, 무시 못할 사람’으로 국제사회에서 대접받는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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