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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칼럼

‘살생’의 정치, 대안은 없는가

  • < 홍준형 서울대교수 ·공법학 >

‘살생’의 정치, 대안은 없는가

‘살생’의 정치, 대안은 없는가
새해 벽두부터 정치가 혼돈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사이의 회담은 의원 이적문제, 안기부 총선자금 및 민주-자민련 공조복원 등의 문제에 대한 여야간의 첨예한 갈등만을 재확인한 채 결렬되었다. 정치는 마치 난장판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상생의 정치’,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이야기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것이 허울 좋은 수사임을 알면서도 하릴없이 걸었던 기대가 무참하게 배반당한 것이다. 2001년은 이렇게 또 다시 절망의 정치로 시작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최근 `‘의원이적’ 문제에 대해 ‘잘못된 정치를 방치할 수 없기에’ ‘3인의 의원을 보낸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중죄가 되지는 않는다’며 이른바 ‘`DJP 공조’의 복원을 반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런 행태에 대한 여론은 냉담하기 짝이 없다. 물론 오죽하면 ‘의원임대’라는 꼼수를 부렸을까 하는 양해의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념도 정책도 없이 당리당략으로 자신들을 국민의 대표로 뽑아준 유권자들의 뜻을 마음대로 왜곡한 이들의 행태를 수긍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민주당으로서는 `‘DJP 공조’를 통해 의회 다수를 확보하는 것이 절박했을 것이다. 국회에서 수로 밀어붙이려니 자민련과의 불안정한 관계가 염려되고, 시시각각 정권말기가 가까워오는데 그렇지 않아도 두려운 권력누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민주당의 처지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곧이어 검찰이 안기부 총선자금 지원사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은 아무래도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식의 앙갚음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씻기 어렵다. 왜 우리나라의 정치는 이리도 모질고 냉혹하기만 한가.

이래저래 야당만 입지가 좁아졌다. 일단 안기부 총선자금 문제의 범죄성을 부정하기 어려운 데다 김대통령과 관련된 ‘20억+α’ 등 다른 사건과의 형평을 들먹이는 것만으로는 이 사건이 가져올 곤경을 헤쳐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의원꿔주기’의 부도덕성을 지탄하면서도 당초 이 문제에 대한 야당의 대응이 유연하지 못했던 점을 아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민이 함께 보고 있었기에 야당은 좀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도 있었다.

아무튼 정치가 다시 폐색의 구덩이로 빠져버린 것은 다시 경제위기를 우려하게 된 상황에서 매우 암울한 일이다. 정치가 ‘한국의 부담’으로 다시 경제의 발목을 잡게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사정이 어려울수록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지난 번 낙천-낙선운동이 한창일 때 정치혁신의 의지를 다졌던 젊은 의원들은 다 어디 갔나. 이념과 정책에 철저한 대안정치의 희망이 이처럼 아쉬운 적이 있었을까.



“정치복원, 국정쇄신 하루빨리 DJ`-`이회창 머리를 맞대라”

우선 이회창 총재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 김대통령은 최근 ‘야당이 경제회복과 남북문제에 대해서만이라도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고 한다. 김대통령만의 희망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니 아무런 조건 없이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하여 협력을 선언하되 국회에서의 통제에 만전을 기하는 게 어떨까. 안기부 총선자금 수사문제 역시 검찰의 의혹을 남기지 않는 신속한 공정수사를 촉구하는 선에서 한 발 물러서면 안 될까.

그러나 현 사태를 극복하고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결자해지, 김대통령 자신의 노력이다. ‘야당의 협력을 얻지 못한 것을 부덕의 소치’로만 돌리면 되는가. ‘부덕의 소치’라는 그런 일들을 고칠 수는 없는가. 대다수의 국민은 김대통령이 지적하는 ‘야당의 비협조 - 잘못된 정치’론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 상생의 정치 운운하면서 결국 이런 식으로 야당의 뒤통수나 치는 졸렬한 정치를 양해하는 사람은 극소수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새해 초 국정쇄신을 위한 정치9단의 심사원려를 기대했던 국민들은 그야말로 뒤통수를 맞았다. 이른 시일 내에 두 사람이 다시 만나 허심탄회하게 정치를 복원하고 국정쇄신책을 이끌어내기를 촉구한다.



주간동아 2001.01.18 268호 (p98~98)

< 홍준형 서울대교수 ·공법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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