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6

2001.01.04

내 연봉은 몇등? … 인터넷에 물어봐

직장인 월급 비교 사이트 인기 … 박봉 설움·퇴출 걱정 등 사연 가득

  • 입력2005-03-04 13: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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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연봉은 몇등? … 인터넷에 물어봐
    월급쟁이라고 다 같은 월급쟁이는 아니다. 업종 따라 회사 따라 월급은 천차만별. 직장인들의 월급봉투를 까놓고 비교하는 사이트 ‘www.payopen.co.kr’가 요즘 화제다.

    12월4일 문을 연 이래 9만3000여명이 이 사이트를 조회했다. 운영자인 ㈜아자커뮤니케이션은 접속이 폭주하자 서둘러 서버를 증설했다.

    이 회사 김윤근 대표는 사이트 개설 이유를 “샐러리맨들이 월급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정당한 ‘몸값’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직장인들은 이곳에서 박봉과 구조조정위협에 시달리는 우울한 현실을 발견한다.

    이 사이트는 개별 회사별로 연봉을 공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A은행의 고졸 초임은 2170만원, 대졸 초임은 2970만원, 과장은 5550만원…식으로 밝히고 있다. 박찬호(연봉 51억여원), 이종범(8억3600만원), 현주엽(2억4000만원), 대통령(1억420만원), 장관(5691만원)에서부터 연봉 1000만원 내외 제조업체 직원까지 망라돼 있다. A은행 부장(7140만원)은 연봉만 놓고 봤을 땐 대법원장(7142만원)과 비슷하다. H은행의 대졸 남녀 초임 격차는 200만원인 반면 제조업체 H사는 100만원에 불과하다는 등 여러 방식의 ‘비교’가 가능하다.

    정당한 몸값 알기 취지로 개설



    이 사이트에 월급이 공개되고 있는 회사는 1000여 곳. 그렇다면 자신의 월급과 남의 월급을 비교한 ‘소감’은 어떨까. 대체적 반응은 ‘현실에 대한 허탈감’이다. 게시판엔 억대 연봉자들, 초봉 3000만원의 고액 연봉 리스트를 보며 박봉의 서러움을 느꼈다는 직장인들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샐러리맨들은 경기가 어려운 요즘 상대적 박탈감을 더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 회사 월급이 많은 편이라는 생각에 뿌듯해 했는데 100위 안에도 못 드는 회사인 줄 몰랐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한 회원), “저는 연봉 1200만원 정도 되는 사람입니다. 이 사이트에서 월급 랭킹을 확인하니… 현재 스코어… 2487명 중 2320등. 1등과는 딱 10배가 차이나는군요…”(회원 남모씨), “제가 공무원 생활한 지 10년째인데 정확히 연봉으로 1600만원보다 조금 더 받습니다. 정말 한달 살기가 빠듯합니다.”(인천의 한 공무원)

    이 사이트가 의도한 대로 자신의 몸값을 더 쳐주는 데로 옮기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직장인들은 “쥐꼬리 월급에 자존심 상하지만 지금 자리라도 지키고 있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놓는다.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했건만 얻은 것은 스트레스… 요즘엔 성과급도 없고 상여금 준답시고 주는 게 10만원 두 번, 20만원 한 번…차라리 주지를 말지….”(ID 엠엔)

    ‘www.payopen.co.kr’는 샐러리맨을 위한 사이트 개설 붐(www.sman. co.kr, www.kimdaeri.co.kr, www. cybernojo.org, www. 386pacoolife. co.kr, www.9to6.com 등)을 타고 등장했다.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 김은정 연구원(심리학 박사)은 “직장인들은 위기감을 느끼면 함께 모여 정보를 공유하거나 위안을 얻으려 한다. 샐러리맨사이트들은 불안한 사회상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샐러리맨들의 사이트엔 ‘월급쟁이 퇴출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일상이 녹아 있다. 직장인들은 www.sman.co.kr에 이런 삼행시들을 남겨 놓았다. 연 : 연봉제가 되니 월급이 많아지더군요, 봉 : 봉 잡은 줄 알았습니다. 제 : 제길, 보너스가 없어진 줄 몰랐습니다. 상 : 상당히 많이 받은 것 같은데, 여 : 여기저기 메우다 보니, 금 : 금방 없어져 버렸습니다. 칼 : 칼바람 감원소문에, 퇴 : 퇴근 후 자기계발은 꿈같은 얘기네, 근 : 근사했던 학창시절 꿈은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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