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3

2000.12.14

대륙은 달라도 문화는 통하네

  • 입력2005-06-07 13: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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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륙은 달라도 문화는 통하네
    프랑스의 문화평론가 기 소르망은 21세기의 문화적 세계화 현상을 ‘맥몽드’(McMonde)라는 말로 정의했다. “배는 맥도널드 햄버거로 채우고 머리는 매킨토시로 채우는 세계”를 의미하는 맥몽드는 세계문화의 재편성이 두 가지 측면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말해준다.

    즉, 세계화라는 이름의 전지구적 미국문화제국주의의 확산과 그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동질문화집단의 형성이 그것이다. 이때 미국화되어 가는 현실과는 다르게, 공통 관심사를 중심으로 새롭게 형성된 문화군락이 그 힘을 기를 수 있는 것은 이동통신, 퍼스널 컴퓨터 같은 개인화된 장비 때문에 가능한데, 이로 인해 우리의 매스미디어 시대는 앞으로 마이크로미디어 시대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고 기 소르망은 예측하고 있다.

    이때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새로운 시스템에 걸맞은 책임의식일 것이다. 가수 백지영의 비디오 유출사건을 보더라도 파편화되고 분절화된 마이크로미디어 정보의 소통이 얼마나 커다란 윤리성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는 것이다.

    대륙은 달라도 문화는 통하네
    과연 네티즌에게는 넷 시민정신이 있는 것일까. 서구 시민사회의 기원을 부르주아의 등장으로 본다면, 시민정신은 부르주아(성안에 사는 사람들이란 뜻)가 성안의 질서와 의무를 지킨 대신에 자신의 권리 또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에서 비롯된 것이다. 때문에 시민에게 권리가 있다면 의무도 있고 윤리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인터넷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런 비윤리성(시스템의 타락상이 아니라 시스템에 합치하지 않는 의식)은 매체에 집착하여 결국 매체에 소외당하는 현대인의 불행을 여실히 증거하는 듯하다.

    최근 미술계에서는 마이크로 미디어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문화의 지형도 그리기, 중심부와 주변부라는 이분법적 논리를 깨는 움직임들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지구의 껍질에서 미국 문화제국주의의 지도 그리기가 행해지고 있다면, 그 지도의 뒷면에는 각국의 정체성이니 국경성이니 하는 경계의 의미를 버리고 새로운 문화 동질감을 회복하려는 시도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유럽의 설치작가들이 모여 ‘나의 집은 너의 집, 너의 집은 나의 집’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 집(home)을 매개로 한 문화의 나눔과 소통은 이런 이분법적 축을 흔들기 위한 하나의 시도로 보아야 한다. 이 전시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유럽으로 순회하여 그 지역의 특성과 조건에 맞게 변화하도록 하려는 기획의도도 그 때문이다. 그리고 작품을 출품한 작가들이 이미 미국적 언어에 익숙한 작가들이기 때문에 그 개인적 이력들에서 맥몽드적 성격을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이 전시의 감상 포인트가 될 것이다. 로댕갤러리 11월24일∼2001년 1월28일(문의 02-2259-7781).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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