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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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단어씩 묶어서 읽으면 쉽다

  • 입력2005-06-28 11: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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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시간에 “영어듣기를 잘 하려면, 먼저 독해속도가 말하기보다 빨라야 되며, 그러려면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하는 네 가지 나쁜 습관 (되돌이 습관, 따지기 습관, 번역 습관, 사전 의존 습관)을 없애야 한다”는 설명을 했다. 그러면 이제부터 영문속독의 기본원리를 하나씩 설명드리기로 하겠다.

    밥을 먹을 때 젓가락으로 밥알을 하나씩 집어먹는 것과, 숟가락으로 푹푹 퍼먹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빨리 먹을까? 그렇다. 당연히 숟가락 쪽이 훨씬 빠르다. 그런데 영어를 읽을 때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단어마다 멈춰가며 이것저것 따지면서 읽지 않고, 몇 단어씩 덩어리로 묶어서 이해하며 성큼성큼 읽어나가면 훨씬 더 빠르고 쉬워진다. 이것이 바로 속독과 청취의 첫번째 비결이다.

    그럼 한번 해보자. 지난주에 한번 보았던 영문기사의 앞부분이다. 빗금으로 끊어놓은 묶음들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1초에 한 덩어리씩 리드미컬하게 읽어나가 보라. 뜻은 정확히 안 들어와도 괜찮다.

    Taekwondo has roots / in ancient Korean martial arts / and was created / in 1957.

    Points are scored / by delivering strikes / to specific areas / on the opponent’s body / -- the head, / abdomen / and the sides / of the body. / Strikes must be made / with the foot / below the ankle / or by the knuckles / of the index and middle fingers.



    Full-point penalties, / known as gam-jeom, / include deliberate attacks / to the back and face / or throwing an opponent./ Half-point penalties, / or kyong-go, / include holding, / pushing,/ grabbing,/ turning your back / to your opponent / or feigning injury./ (90 words) (30 chunks)

    자, 소감이 어떠신지? 아직 숙달되지 않아서 뜻까지 함께 머릿속에 팍팍 들어오지는 않지만, 몇 단계 훈련을 거쳐서 이 방식의 독해가 익숙해지기만 하면 영어가 되기 시작한다. 1초에 한 묶음씩 읽었으니까, 30초 정도 걸렸을 것이다. 30초에 90단어, 1분으로 환산하면 ‘분당 180단어’, 미국인들의 평균 말하기 속도 160단어를 약간 상회하는, 그런 대로 괜찮은 독해속도다. 영어를 제대로 하려면, 이렇게 묶음으로 읽으면서 빠르고 자연스럽게 뜻을 이해하는 연습이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영어의 문장이 낱개의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어의 묶음들이 덩어리로 소리와 뜻을 형성하며 이어져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개의 뜻으로 이해되는 단어의 묶음을 ‘청크’(chunk)라고 하고, 묶어서 이해하는 것을 ‘청킹’(chunking)이라고 한다. 밀러(Miller)라는 학자가 맨 처음 쓰기 시작해서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게 된 용어인데 알아두면 꽤 유식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자, 그러면 위의 기사를 묶음 단위로 박자 맞춰 읽어나가는 연습을 몇번 더 해보시기 바란다. 할 때마다 점점 더 편해질 것이다. 다음주에는 청크단위로 읽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뜻을 파악하는 비결을 설명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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