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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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와 함께 깊어가는 가을밤을…

  • 입력2005-06-20 11: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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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와 함께 깊어가는 가을밤을…
    비록 사시사철은 아니지만 올해부터 오페라를 볼 기회가 훨씬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9월에는 예술의전당이 주최하는 ‘서울 오페라 페스티문화광장 | 예술의전당 서울 오페라 페스티벌 2000오페라와 함께 깊어가는 가을밤을…벌’이 개막돼 7주 동안 진행된다. 4월에는 예술의전당 ‘봄맞이 오페라 축제’가 오페라 시즌의 개막을 알렸고, 6월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세종 오페라 페스티벌’이 한 달 동안 이어졌다.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이 경쟁적으로 오페라 페스티벌을 개최하면서 한국 오페라 수준을 한층 높이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

    98년 시작돼 3년째를 맞는 ‘서울 오페라 페스티벌’은 국내에 처음으로 레퍼토리 시스템을 도입하며 오페라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레퍼토리 시스템이란 여러 작품을 번갈아가면서 장기간 공연하는 것으로 관객 입장에서는 여러 작품을 거의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올해는 ‘피가로의 결혼’ ‘토스카’ ‘아이다’ ‘심청’ 등 네 작품이 7주(9월10일∼10월16일) 동안 19차례 공연될 예정이다.

    ‘서울 오페라 페스티벌’의 총감독인 문호근씨(예술의전당 공연예술감독)는 “98년에는 관객의 반 이상이 오페라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레퍼토리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그 시즌에 공연되는 작품을 모두 섭렵하는 애호가들이 늘고 있다. 오페라 공연이 많다는 것은 책장에 책이 가득 꽂혀 있는 것과 같다. 설령 그 책을 다 읽지 못하더라도 자주 눈길이 가고 그중 한 권쯤은 읽지 않겠는가. 선택의 여지가 많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풍요로워진다”며 오페라 축제의 의미를 설명했다.

    오페라 페스티벌의 성공은 레퍼토리 선정과 스타 시스템에 달려 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대중적인 작품 세 편과 지난해 초연에서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을 받았던 윤이상의 ‘심청’이 무대에 올려진다. 까다로운 윤이상의 음악을 연출가와 가수가 어떻게 소화해내는지가 관건. 또 제작자인 예술의전당(문호근 감독), 국립오페라단(박수길 단장), 국제오페라단(김진수 단장)은 국내는 물론 이탈리아와 중국 현지 오디션을 통해 신인들을 발굴해 기대를 모은다. 다음은 각 작품별 감상 포인트.

    제작:국립오페라단/ 연출:신경욱/ 주요 출연:연광철 강순원(피가로), 배기남 이은순(수잔나)



    1786년 초연 이래 200년 이상 사랑을 받아온 모차르트의 대표작. 줄거리는 바람둥이 알마비바 백작과 하인 피가로 사이에서 벌어지는 얽히고설킨 연애담이지만, 그 기저에는 계급사회에서의 신분 갈등을 깔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작품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모차르트 특유의 경쾌한 음악 속에 감춰진 날카로운 사회풍자가 프랑스 대혁명으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국립오페라단의 이번 무대는 정치색보다는 ‘로맨틱 코미디’ 분위기에 충실할 것으로 보인다. 개막공연인 만큼 축제 분위기를 한껏 고취시키는 임무를 맡은 데다, 무대-의상-소품 디자인을 맡은 미국 인디애나대학의 데이비드 히긴스 교수가 아기자기한 스타일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의 고정 출연자이며 베를린 국립오페라단 주역으로 자리잡은 베이스 연광철씨와 역시 독일에서 활약 중인 강순원씨의 대결도 흥미를 끈다.

    푸치니 ‘토스카’

    제작:예술의전당/ 연출:이소영/ 주요 출연:라우라 니쿨레스쿠, 이지은(토스카)

    ‘토스카’의 로마 초연 10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무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국내 유일의 여성연출가 이소영씨다. 그는 이미 98년 예술의전당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라보엠’으로 최대 관객 동원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지난 5월에는 국립오페라단의 ‘마농레스코’를 연출한 바 있다.

    세번째로 푸치니 작품에 도전하는 이소영씨는 절대권력의 희생양인 토스카와 강한 남자의 전형인 스카르피아의 성격 대비를 극명하게 드러낸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박동우씨의 무대미술 역시 강렬한 색과 조명으로 연출의 효과를 고조시킨다.

    토스카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잘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소프라노 이지은과 베로나 축제에서 수차례 토스카로 관록을 쌓은 라우라 니쿨레스쿠가 출연한다. 카바라도시 역에는 마카오 출신 워렌 목과 이현 배재철이, 스카르피아 역에 고성현 박경준 등 국내외 가수들이 실력을 겨눌 예정이다.

    제작:국제오페라단/ 연출:잠파올로 젠나로/ 주요 출연:김향란 서혜연(아이다)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유명한 이 오페라는 웅장한 무대장치와 현란한 의상, 실제 전차를 타고 나오는 기마병의 힘찬 합창 등 이탈리아 그랜드 오페라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래서 베로나의 아레나 극장과 로마 카라칼라 극장 등 야외무대에서 빠지지 않고 매년 공연되는 인기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이번 공연은 화려한 볼거리로서의 측면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연출과 무대 디자인을 맡은 젠나로는 무대장치와 의상, 작은 소품까지도 이탈리아에서 모두 가지고 올 계획. 그랜드 오페라의 호쾌함을 한껏 즐겨달라는 주문이다.

    윤이상 ‘심청’

    제작:예술의전당/ 연출:문호근/ 주요 출연:박미자 이하영(심청), 김동섭 노운병(심봉사)

    1972년 독일 뮌헨올림픽 문화행사 개막 프로그램으로 초연됐던 작품으로, 지난해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국내 초연됐으나 연출가 가수 지휘자 모두 까다로운 윤이상 음악을 해석하는 데 매달리다 보니 솟구치는 감정표현이 미흡했다는 게 문호근 감독의 솔직한 고백이다. 이번 공연에서 “전위적이고 난해한 윤이상 음악이 아니라, 윤이상 음악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각오가 대단하다.

    심청 역에는 지난해 실력을 입증받은 박미자씨와 올해 오디션을 통해 이하영씨가 캐스팅됐다. 심청은 시종일관 고음역으로 노래하면서 절박한 감정표현까지 해야 하는 어려운 배역으로 이같은 장점을 지닌 이하영씨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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