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가 되는 중입니다’ 저자 황준성. 홍태식
‘부자가 되는 중입니다’를 쓴 황준성 작가가 7월 8일 인터뷰에서 강조한 말이다. 그는 연봉 4000만 원이 되지 않는 중소기업 직장인이었다. 음악 활동 등 하고 싶은 일이 많았고, 삶의 선택지를 넓히고 싶었다. 적은 월급으로 과연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도서관에서 700권 넘는 투자 서적을 읽으며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계산에 돌입했다.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몇 년이 걸릴지 수치로 따졌다. 그렇게 고안한 것이 ‘888 시스템’이다. 원가(필수 생활비)를 쓰고 남은 금액 80%, 비용(직장 활동비)으로 쓰고 남은 금액 80%를 보존하고, 연 8% 수익률을 달성하는 구조다. 이 시스템을 꾸준히 실천한 결과 6년 만에 8억 원 넘는 자산을 만들었다. 그가 생각하는 파이어족(짧은 시간에 은퇴 이후 자금을 마련해 이른 나이에 은퇴하거나 은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되기까지는 앞으로 5년이 남았다. 그에게서 직장인이 현실적으로 경제적 자유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들었다.
경제적 자유를 어떻게 정의하나.
“노동 없이도 소득이 지출을 초과하는 상태를 평생 유지하는 것이다. 흔히 파이어족은 돈을 무척 많이 벌어 평생 쓰면서 사는 사람이라고 오해하곤 한다. 그렇게 보면 직장인은 파이어족이 멀게만 느껴진다. 직장인으로 받는 월급이나 금융수익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지출을 통제하고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면 경제적 자유를 얻는 데 생각보다 큰돈이 들지 않는다.”
파이어족 핵심은 지출 통제
월급 300만 원을 받는 직장인이 현실적으로 경제적 자유를 얻으려면 어느 정도 기간이 필요한가.“씀씀이와 실질 투자수익률에 따라 다르다. 연봉이 3600만 원인데 그 이상 쓰는 사람은 잘 없다. 1년에 2000만 원을 쓰고 투자수익률이 4%인 사람은 금융수익 5억 원 정도가 있으면 된다고 가정할 수 있다. 3000만 원을 쓰는 사람은 7억5000만 원이 필요하겠다. 5억 원으로 2000만 원 이자나 금융수익을 올리면 소득이 지출을 넘어서는 상태가 되는 셈이다. 물론 인플레이션과 월급 인상률도 고려해야 한다.”
내 집 마련이나 결혼 등 큰 지출이 필요할 때도 있지 않나.
“현실적인 목표를 고려해야 한다. 본인 수입 대비 무리하게 비싼 집이 목표라면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없다. 신혼부부 대출이나 무주택자 대출을 받아 금리 2.4~2.5%로 집을 사서 거기서부터 다시 모아야 한다. 무조건 10년 안에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고자 한다면 수입, 지출, 수익률을 잘 계산해야 한다. 나 역시 결혼 7년 차이고 첫째가 3세, 한 달 뒤면 둘째가 탄생한다. 결혼 5년 차에 청약으로 집을 장만했고, 며칠 전 자동차를 계약했다.”
지출은 어떻게 통제하나.
“책에서 888 시스템을 소개했다. 직장인을 노동력 판매 회사로 보고, 원가와 비용을 따져보는 방식이다. 회사에서 노동력을 만드는 데 드는 원가와 판매하는 데 드는 비용 등을 계산하면 된다. 월급이 300만 원이라면 주거비·생활비 등 필수 생활비를 300만 원의 20%인 약 60만 원, 교통비나 식비 등 직장 활동비를 나머지 금액의 20%인 48만 원으로 설정한다. 남는 192만 원으로 연 8% 수익을 낼 수 있다면 단순 계산으로 10년 내 경제적 자유가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혼하면 수입이 2배가 되기 때문에 의외로 해볼 만하다. 목표에 따라 888을 777이나 666 시스템으로 조정해도 괜찮다.”
소비를 줄일 때 가장 어려운 항목과 쉬운 항목은 무엇인가.
“먹는 걸 줄이는 게 가장 쉽다. 외식을 줄이고 직접 요리해 먹으면 소비를 빨리 줄일 수 있다. 가장 어려운 건 주거비다.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하면 월 50만 원짜리 월세를 이율 2.5~3%로 25만~30만 원에 살 수 있다. 줄어드는 금액이 적어 보여도, 1년으로 기간을 늘리면 1년에 300만 원, 10년으로 치면 3000만 원이다. 자동차 한 대 값이다.”
현재 자산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
“최근 오피스텔을 매입해 부동산 70%, 주식 10%, 채권 10%, 예적금 7%, 원자재 3%로 돼 있다. 금융자산만 놓고 보면 해외주식 60%, 채권·금 30%, 예적금 5%, 가상화폐 5% 정도다. 사실 부동산 비율이 이 정도로 높은 구성은 권하지 않는다. 포트폴리오만 보면 부동산 비중이 과하지만, 내게 꼭 필요한 소비라고 판단했다. 아이를 안정적으로 키우려다 보니 처가와 직장 근처에 집, 사무실을 각각 마련해야 했다. 오피스텔 대신 금융자산에 투자해도 좋았겠지만, 지금 상황에선 나한테 투자하는 게 더 낫다 싶었다.”
전 재산 넣는 투자해야
부동산을 제외해도 투자 종목이 다양하다.“전 재산을 투자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특정 종목에만 투자하면 상승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 아무리 코스피가 5000까지 간다고 해도 재산 전부를 주식에 넣을 만큼 용감한 직장인은 드물다. 자산별 상승 타이밍을 누구도 정확히 맞힐 수 없다. 비트코인이 괜찮을 때도 있고, 금이 오를 때도 있다. 그때마다 자산을 전부 빼서 투자하기보다 차익을 실현하면서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게 낫다. 어떤 분야가 가치가 오를지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기 때문에 전부 발을 걸치는 것이다.”
처음 목돈을 만들려는 사람에겐 주식과 예적금 중 무엇을 더 추천하나.
“투자를 빨리하라는 사람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예적금을 추천한다. 투자를 조급하게 시작하면 오히려 멀리 돌아가게 될 수 있다. 투자자금은 중간에 전부 인출하기도 어렵다. 주거비를 먼저 획기적으로 줄인 뒤 남는 금액으로 연금저축펀드나 IRP(개인형퇴직연금제도)를 개설해 세액공제를 받는 게 더 현명하다. 운동에 비유하면 쉽다. 처음부터 무거운 걸 들 수는 없다. 근육이 붙어야 버틸 수 있고, 투자도 마찬가지다. 자산 가격의 변동성도 결국 투자 체력이 있어야 견딜 수 있다.”
연 8% 수익률은 어떻게 달성하게 됐나.
“정확히는 세전 8%다. 세후로 치면 6.9% 정도다. 사실 이 정도 수익률은 주식·채권·금·현금을 25%씩만 분산해도 충분히 가능하다. 주식 60%, 채권 40%도 괜찮겠다. 단기적으로 수익이 높을 종목만 쏙쏙 골라서 두 자릿수 수익률을 달성할 수도 있겠지만, 손실 확률도 높다. 투자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하는 건 가치다. 수익률이나 리스크보다 내가 이 자산에 왜 투자하는지를 스스로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다들 안다. 그러나 언제 들어가야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분산투자가 필요하다. 핵심은 ‘전 재산을 투자할 수 있는가’다. 그만큼 자신 있게 투자하려면 자산배분이 뒷받침돼야 한다.”
가계부는 물 새는 곳 찾는 도구
투자에 실패한 경험은 없나.“많다. 건설주랑은 좀 안 맞는 것 같다. 단일매매로 손실을 본 적이 있다. 기업가치를 여러 방법으로 다 분석해 투자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와 맞물리면서 상장폐지됐다. 다행히 그 전에 매도했고, 금액이 그렇게 크진 않았다. 기업가치는 숫자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걸 그때 배웠다. 그 후 단일매매는 잘 안 하고 분산투자 원칙을 지킨다.”
직접 고안한 투자 포트폴리오 자동 계산 시트 4종(영상 참조)은 어떤 기능을 하고, 누구에게 유용한가.
“첫 번째는 1억 원을 모으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는 시트다. 연봉과 퇴직금, 예적금 이율 등을 입력하면 1억을 모으는 데 걸리는 시간을 예측해준다. 두 번째는 경제적 자유에 필요한 금융자산을 계산하는 시트다. 연간 소비 금액을 기준으로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금융자산이 얼마나 있어야 자유를 누릴 수 있는지 계산해준다. 세 번째는 포트폴리오 수익률 계산기다. 자산별 투자 비중을 입력하면 연평균 예상 수익률이 도출된다. 고위험 자산을 어느 정도 담아야 할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네 번째는 미래 현금 흐름 계산 시트다. 현 나이, 실수령 월급, 소비액 등을 입력하면 자산 그래프가 자동으로 그려진다. 수입과 지출을 시각화해 미래 자산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
가계부는 어떤 방식으로 작성하나.
“안 써본 가계부가 없다. 지금은 직접 만든 것에 정착했다. 가계부를 쓸 때 중요한 점은 물 새는 곳을 찾는 것이다. 보통은 용돈기입장처럼 항목과 지출만 나열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 고정비와 변동비를 정확히 나누고, 어디를 줄일 수 있을지 항목별로 판단해야 한다. 소비를 줄이기 위한 도구라기보다 행복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무엇을 포기할 수 있을지를 파악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면 된다.”
월급 300만 원을 받는 직장인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할 말이 있다면.
“20대라면 경험을 많이 쌓으라고 조언하고 싶다. 지금부터 소비를 어떻게 줄일지 궁리하기보다 연애도 열심히 하고, 꿈도 한 번 좇아보길 권한다. 기회는 나중에라도 충분히 잡을 수 있다. 30대라면 나와 한 팀을 꾸릴 배우자를 잘 찾아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잘 맞는 사람을 만나면 경제적 자유도 빨리 달성할 수 있다. 40대는 경제적 자유를 꿈꾸기에 늦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전혀 그렇지 않다. 놀고 있는 돈이 분명히 있다. 그걸 빨리 찾아보라. 그리고 직장이 없어졌을 때 어떻게 먹고살지 고민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엄청난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적당한 돈을 버는 부업은 분명히 있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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