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약 3개월간 비트코인 가격이 거의 2배로 급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인사를 지명하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암호화폐를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이어간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단순히 정치적·이념적 지지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의 급격한 상승세는 실물경제 영역에서 암호화폐가 결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현상을 반영한다. 특히 암호화폐가 무역 거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암호화폐가 과거에는 주로 불법 거래에 쓰인 반면, 최근에는 의류, 섬유, 전자제품 등 일반 상품의 수출입 거래에서도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 예가 테더(USDT), USD코인(USDC) 같은 스테이블 코인이다. 가치 변동을 최소화하고자 달러나 기타 실물자산에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은 지난 3년간 실제 무역 거래에서 꾸준히 사용됐다. 특히 국제 제재로 기존 은행망을 이용하기 어려운 러시아는 중국과의 무역 결제에서 USDT 사용량을 늘리는 추세이고,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경제제재를 회피하고자 테더를 적극 사용하고 있다. 전통적인 통화 시스템이 막힌 상황에서 암호화폐를 통해 은행 송금을 우회해 거래하는 것이다.
암호화폐 사용은 한국의 소규모 무역상 사이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한 예로 동대문 의류시장에서 중국 보따리상이나 소형 수출입업체들이 달러나 위안화, 원화 대신 스마트폰 지갑에 담긴 암호화폐로 결제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부 전문가는 한국 무역 거래의 10%가량이 스테이블 코인으로 결제된다고 비공식적으로 언급하기도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23년 말 국제 행사에서 “규제받지 않는 스테이블 코인은 이름과 달리 불안정하다”고 우려를 밝힌 것도 암호화폐 결제가 제도권 바깥에서 무질서하게 확대하고 있는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암호화폐 결제가 확산하는 근본적 원인은 은행을 거치지 않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신속성과 낮은 거래비용이다. 전통적인 은행 송금으로 국가 간 결제를 하려면 며칠이 걸릴 수 있고 높은 수수료를 감당해야 한다. 반면 암호화폐 결제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이용하기 때문에 실시간에 가까울 만큼 속도가 빠르고 중개자가 없어 수수료도 획기적으로 낮다. 은행 계좌 없이도 스마트폰과 인터넷만 있으면 결제를 수행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은행망 자체가 불안정한 아프리카나 남미 일부 국가에서는 암호화폐를 ‘은행 계좌 없는 금융(Inclusive Finance)’을 구현하는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스테이블 코인이 달러나 금 같은 실물자산에 연동돼 가격 변동성이 적은 편이라고 해도 일반 법정 화폐에 비하면 여전히 가격 변동성이 크다. 어제 받은 결제대금의 가치가 오늘 크게 떨어지거나 크게 오르기도 하는 것이다. 무역상은 안정적인 가치를 보장받는 게 중요하기에 이러한 변동성은 무역상에게 큰 위험 요소가 된다. 각국 정부의 규제 정책 변화에 따라 암호화폐 사용이 하루아침에 막힐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단점이다. 국제 정세 변동 또는 규제당국 제재로 자산 환급이 어려워지거나 지갑 서비스가 중단되면 암호화폐 사용자는 즉각적인 손실을 볼 수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 사고가 발생할 위험성도 있다.
따라서 암호화폐를 단순히 투기 자산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암호화폐의 화폐적 기능에 관한 사회적 토론과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암호화폐가 결제 수단으로 널리 사용될수록 금융시스템 안정성 저하, 조세 회피, 자금 세탁, 소비자 보호 등 다양한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각국 규제당국과 국제기구는 결제 수단으로서 암호화폐를 어떻게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고 어떤 기준으로 감독할지 고민해야 한다. 암호화폐를 규범화해 결제 수단으로서 안정성과 신뢰성을 꾀해야 한다. 암호화폐를 제도권 안에서 통제하려는 트럼프 차기 미국 정부와 각국 움직임은 암호화폐가 기존 법정 화폐와 함께 사용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동대문시장서 암호화폐로 결제
과거 불법 거래에서 주로 사용되던 암호화폐가 최근 국가 간 무역 거래 결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GettyImages]
암호화폐 사용은 한국의 소규모 무역상 사이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한 예로 동대문 의류시장에서 중국 보따리상이나 소형 수출입업체들이 달러나 위안화, 원화 대신 스마트폰 지갑에 담긴 암호화폐로 결제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부 전문가는 한국 무역 거래의 10%가량이 스테이블 코인으로 결제된다고 비공식적으로 언급하기도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23년 말 국제 행사에서 “규제받지 않는 스테이블 코인은 이름과 달리 불안정하다”고 우려를 밝힌 것도 암호화폐 결제가 제도권 바깥에서 무질서하게 확대하고 있는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암호화폐 결제가 확산하는 근본적 원인은 은행을 거치지 않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신속성과 낮은 거래비용이다. 전통적인 은행 송금으로 국가 간 결제를 하려면 며칠이 걸릴 수 있고 높은 수수료를 감당해야 한다. 반면 암호화폐 결제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이용하기 때문에 실시간에 가까울 만큼 속도가 빠르고 중개자가 없어 수수료도 획기적으로 낮다. 은행 계좌 없이도 스마트폰과 인터넷만 있으면 결제를 수행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은행망 자체가 불안정한 아프리카나 남미 일부 국가에서는 암호화폐를 ‘은행 계좌 없는 금융(Inclusive Finance)’을 구현하는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스테이블 코인이 달러나 금 같은 실물자산에 연동돼 가격 변동성이 적은 편이라고 해도 일반 법정 화폐에 비하면 여전히 가격 변동성이 크다. 어제 받은 결제대금의 가치가 오늘 크게 떨어지거나 크게 오르기도 하는 것이다. 무역상은 안정적인 가치를 보장받는 게 중요하기에 이러한 변동성은 무역상에게 큰 위험 요소가 된다. 각국 정부의 규제 정책 변화에 따라 암호화폐 사용이 하루아침에 막힐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단점이다. 국제 정세 변동 또는 규제당국 제재로 자산 환급이 어려워지거나 지갑 서비스가 중단되면 암호화폐 사용자는 즉각적인 손실을 볼 수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 사고가 발생할 위험성도 있다.
암호화폐 결제 규범화해야
그럼에도 암호화폐 결제가 확산하는 경향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에서 초고속·초연결 거래가 날로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망이 복잡해질수록 빠른 결제 처리 능력이 중요하다. 생산·유통·소비 거점을 모두 다른 국가에 둔 기업들은 거래비용을 최소화하고자 중간 유통자가 없는 암호화폐 결제를 선호할 수 있다. 또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거래 기록을 투명하게 남겨 쉽게 공급망을 관리하고 거래를 추적할 수 있다는 점도 암호화폐 결제 확산에 기여할 것이다.
따라서 암호화폐를 단순히 투기 자산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암호화폐의 화폐적 기능에 관한 사회적 토론과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암호화폐가 결제 수단으로 널리 사용될수록 금융시스템 안정성 저하, 조세 회피, 자금 세탁, 소비자 보호 등 다양한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각국 규제당국과 국제기구는 결제 수단으로서 암호화폐를 어떻게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고 어떤 기준으로 감독할지 고민해야 한다. 암호화폐를 규범화해 결제 수단으로서 안정성과 신뢰성을 꾀해야 한다. 암호화폐를 제도권 안에서 통제하려는 트럼프 차기 미국 정부와 각국 움직임은 암호화폐가 기존 법정 화폐와 함께 사용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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