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6

..

스포츠

대패, 연패, 역전패 한화의 몰락

두산은 ‘화수분 야구’로 승승장구…순위 예측 완전히 빗나가, 김성근 리더십 재평가도

  •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lkh@naver.com

    입력2016-05-03 09:52:45

  • 글자크기 설정 닫기
    1월 미국 애리조나에서 만난 이순철 SBS 야구 해설위원에게 올 시즌 순위 전망을 물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이자 감독과 코치로 오랜 경험을 쌓은 베테랑 야구 해설가인 이순철 위원은 “이 기자가 생각하는 순위를 1위에서 10위까지 쭉 쓰고 이순철이 전망했다고 기사 써달라”며 크게 웃었다. 그리고 “사실 가장 어려운 질문이자 누구도 정확히 맞히기 어렵다. 매년 프로야구 개막 직전 순위 전망이 이어지지만 대부분 틀린다. 그만큼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개막전 순위 전망과는 전혀 다른 숫자들이 KBO(한국야구위원회) 순위표에 올라 있다.

    개막 전 많은 스포츠전문지와 해설가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두산 베어스와 함께 NC 다이노스와 한화 이글스를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았다. ‘스포츠동아’가 10개 구단을 대표하는 선수 50명(구단별 5명)과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해설위원 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NC가 총 81% 득표로 1위, 한화가 11.1%로 2위로 꼽혔다. NC는 박석민을 자유계약선수(FA)시장에서 영입해 타선에 화룡점정을 찍으며 큰 기대를 받았다. 한화는 FA계약으로 2013년 178억 원, 2014년 96억 원, 그리고 지난겨울 191억 원을 쏟아부으며 외부에서만 선수 7명을 영입하는 등 전력보강에 공을 들여 그만큼 성적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됐다. 특히 단기전에 강한 김성근 감독의 능력을 주목하는 시선도 많았다.



    두산과 한화의 한국시리즈 기대했건만

    상당수 해설가는 “NC는 손민한이 은퇴해 선발진의 무게감이 떨어졌지만 페넌트레이스 1위 후보로 손색이 없다. 한화는 당장 1~2권은 힘들 수 있지만 지난해 두산처럼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경우 한국시리즈 진출 그 이상도 노려볼 수 있는 전력을 갖추고 있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놓았다. 일부에서는 “김경문 감독의 NC와 김성근 감독의 한화가 한국시리즈에서 맞붙는다면 최고 흥행카드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했다. 그러나 4월 26일까지 KBO 리그는 개막 전 전망과는 전혀 다른 순위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프로야구 팬들이 가장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은 한화의 추락이다.

    한화는 4월 26일까지 20경기를 치르면서 단 4승만 거뒀다. 프로야구 감독들은 이긴 경기 수에서 패한 경기 수를 빼 승률이 5할이 되는 0을 기준으로 시즌을 운영한다. 마이너스가 되면 5할 이상을 회복하고자 좀 더 전력을 쏟아붓고 플러스가 많이 쌓이면 체력을 비축하면서 시즌 후반기에 대비한다. 시즌 마지막 승수가 플러스가 돼야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속도 조절이다.



    이제 팀당 전체 144경기 중 20경기를 치렀지만 김성근 감독의 머릿속에는 ‘-12’가 가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팀이 안정을 되찾고 투수와 타자의 맹활약이 이어져도 ‘-10’을 다시 ‘0’으로 되돌리는 데는 1개월 이상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한화의 초반 부진은 치명적이다. 한화는 시즌 초반 일본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고바야시 세이지 투수코치가 팀 투수진 운영을 놓고 감독과 이견을 보이다 사직서를 내고 일본으로 돌아가는 등 팀 안팎으로 시끄럽다. 선수들이 일주일 내내 손꼽아 기다리며 유일하게 개인 휴식을 취하는 일요일 밤에도 훈련을 시키는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도 시대 흐름에 따라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한화 팬들이 퇴임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야구장 밖에 거는 등 힘겨운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한화는 외국인 에스밀 로저스, 안영명 등 주축 투수들의 부상 속에 무리한 불펜 기용 등으로도 비판받고 있다.

    반면 개막 전 3~4위권으로 전망되던 두산은 막강한 전력을 뽐내며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개막 후 20경기에서 15승을 거두며 한 번의 연패도 없이 승률 0.789로 달려 나가고 있다. 두산은 김현수가 미국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떠나면서 타선 약화가 우려됐다. 김현수는 지난해 두산 3번 타자로 뛰며 0.326 타율에 28홈런 128타점을 기록했다. 30개 가까운 홈런과 128타점의 상실은 당장 김현수의 공백뿐 아니라 앞뒤 타선의 약화로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만년 유망주이던 오재일이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고 김현수의 주 포지션인 좌익수 자리에서 박건우와 김재환이 치열한 내부 경쟁을 펼치며 빼어난 타격을 보여줘 지난해보다 더 강력한 타선을 자랑하고 있다.



    LG는 ‘기동력 야구’로 변신 성공

    특히 두산은 외국인 타자 닉 에반스가 극도의 부진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주포 홍성흔도 주로 퓨처스(2군)에 머물고 있지만 새로운 이름이 연이어 나오면서 또 한 번 ‘화수분’ 야구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초반 팀 타점과 득점에서 압도적인 1위, 팀 평균자책점에서도 1위를 기록하며 가장 안정된 투타 전력을 갖추고 있다.

    마운드에서는 새 외국인 투수 마이클 보우덴이 4경기에서 4승 평균자책점 1.04로 기대 이상 활약하며 더스틴 니퍼트와 원투 펀치를 이뤄 다른 팀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유희관, 장원준으로 이어지는 좌완 선발진도 강력하다. 불펜은 정재훈이 롯데 자이언츠에서 이적하면서 마무리 이현승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팀 쇄신과 세대교체의 파격적인 리빌딩을 선언해 개막전 최하위 후보로도 꼽혔던 LG 트윈스의 약진도 크게 주목된다. 양상문 LG 감독은 기존 팀 전력 방향에 확실한 마침표를 찍었다. 거포 유망주 육성에 주력하던 지난 10년의 노력을 버리고 기동력 중심으로 전력을 개편했다. 유망주에게 확실한 기회를 보장하면서 서상우, 이천웅, 정주현 등 새 얼굴이 대거 등장했고 건강한 내부 경쟁이 이어지면서 시즌 초반 꾸준히 3~4위권을 지키고 있다. 다른 팀의 한 감독은 “LG는 포수를 제외한 8명이 도루를 시도할 수 있는 팀으로 바뀌었다. 투수들은 상당한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인 NC는 시즌 초반 거포 에릭 테임즈가 부진하고, 이태양과 이민호 등 선발진이 어려운 경기를 펼치면서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박석민의 맹활약 속에 중위권으로 올라서고 있지만 아직 완벽한 투타 균형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NC가 자랑하는, 리그에서 가장 빠른 테이블세터 중 한 명이던 박민우가 짧은 송구에 대한 트라우마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점이 뼈아프다. 실제로 많은 내야수가 외야로 포지션을 옮기거나 심한 경우 은퇴 원인이 되는 송구 실책 공포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 재발할지 모른다. NC는 팀의 미래이자 현 주축 전력인 박민우의 복귀를 위해 심리치료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NC는 박민우가 복귀해야 김종호→박민우→나성범→테임즈→박석민으로 이어지는 기동력과 장타력이 가장 이상적으로 조화되는 타선을 다시 갖출 수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