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5

2016.04.27

경제

1조 원대 매출, 눈두덩이 적자 모바일 커머스 시간이 없다

투자사 세우는 쿠팡, 추가 투자받은 티몬과 위메프…적자의 늪 빠져나올 묘수는?

  • 유재석 모비인사이드 콘텐츠 디렉터 liu@mobiinside.com

    입력2016-04-25 15: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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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셜커머스 폭풍이 한국에 불어닥친 지 6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국내 대표 소셜커머스 업체는 쿠팡, 티몬, 위메프다. 초창기만 해도 ‘하루에 한 개의 딜’을 열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입소문을 통해 선착순 티켓 판매를 했다. 키워드는 ‘반값’이었다. 당시 SNS 이용자들은 너나없이 입소문을 냈다. ‘쿠팡에 가면 ◯◯레스토랑 식사권이 절반이라더라’ ‘티몬에 가면 ◯◯월드 자유이용권이 반값이더라’ 등 말이다.



    투자사로 변신하는 쿠팡?

    2016년. 누구도 이들을 ‘소셜커머스’라고 말하지 않는다. 습관처럼 ‘소셜’을 붙일 뿐이다. 3사 모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기반으로 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된 지 오래다. 가령 쿠팡은 로켓배송을 통해 당일 배송, 2시간 내 배송까지 도전하고 있다. 직접 고용한 쿠팡맨들이 이용자의 집 앞까지 물건을 배송하고, 짧게 적은 쪽지로 정성도 같이 배달한다. 위협적이다. 오프라인 공룡들도 ‘쿠팡에게 배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부에서 주고받고 있다.

    이들의 공격적인 행보를 보면 장밋빛 미래만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4월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쿠팡, 티몬, 위메프의 2015년 매출은 각각 1조1337억 원, 1959억 원, 2165억 원이며 영업손실은 각각 5470억 원, 1419억 원, 1424억 원이다(표1 참조). 2014년 기준 쿠팡, 티몬, 위메프의 매출은 각각 3485억 원, 1575억 원, 1843억 원 영업손실은 각각 1215억 원, 246억 원, 290억 원. 매출은 크게 상승했으나, 쿠팡을 제외한 두 오픈마켓의 적자 폭은 더욱 심해졌다.

    3사 역시 이러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다. 결국 지속가능한 사업을 위해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쿠팡은 3월 31일 투자개발실을 신설하고 정상엽 전 캡스톤파트너스 투자팀장을 투자개발실장으로 영입했다. 쿠팡 투자개발실은 기존 사업과 연계 가능성이 큰 정보기술(IT) 기업, e커머스(전자상거래), 디지털 콘텐츠, 핀테크(FinTech) 업체들에 우선적으로 투자할 방침이다.

    쿠팡이 이번 발표에서 모티프로 언급한 기업은 세 곳이다. 미국 아마존과 페이스북, 한국 카카오다. 모두 스타트업 형태로 출발했지만 빠른 속도로 거대기업이 됐다. 쿠팡 역시 더욱 빠르게 성장하기 위한 발판으로 투자개발실을 마련했을 개연성이 높다.

    신사업을 위한 투자. 이는 카카오가 자주 사용한 방법이기도 하다. 2015년부터 카닥, 파킹스퀘어 등 스타트업을 속속들이 인수하며 자동차 O2O(online to offline·온라인을 통해 오프라인 사업을 연결하는 서비스로, 국내에서는 카카오택시 등이 대표적)의 파이프라인을 완성하고 있다. 기술력을 가진 팀과 콘텐츠를 흡수해 자사의 청사진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투자를 통해 전자상거래 외 영역에서 자금을 수혈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모바일 게임 쿠키런 이후 이렇다 할 게임을 선보이고 있지 못한 데브시스터즈가 투자기업을 세웠다는 발표가 오버랩되는 부분이다. 쿠팡이 한국에서 펼치고 있는 판매-물류-배송의 이상적인 모델을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만한 투자, 혹은 수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중국 진출 위메프, 협력 구조 만드는 티몬

    위메프는 중국 알리페이와 제휴를 맺고 위메프 중국어 공식 사이트에 결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애초 한국 이용자를 위한 중국시장 진출이 아닌, 중국인을 대상으로 중국 페이지를 만든 것이다. 국내에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지난 2년여 동안 중국시장을 끊임없이 공략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중국어 사이트를 만든 것에 그치지 않았다. 알리페이 한국 공식 에이전트인 아이씨비와 손잡고 결제-물류-통관-해외배송 시스템을 완성했다. 지금까지는 해외 쇼핑몰에서 중국으로 배송할 때 통관 문제가 늘 골칫거리였다. 그런데 위메프가 아이씨비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가령 쇼핑몰에서 알리페이로 구매하면, 해당 쇼핑몰은 제품을 알리페이가 제휴한 창고로 보내 수출 신고를 마친 다음 항공편으로 운송한다. 이후 알리바바의 물류 자회사인 차이니아오의 지정 창고를 거치고 통관 심사를 마친 뒤 중국 내 고객에게 배송되는데, 중국 내 통관 심사 중 가장 중요한 ‘신원 확인’ 부분을 알리페이로 해결했다.

    이 덕에 위메프는 지난해 11월 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광군제’, 그리고 2주 뒤인 블랙프라이데이와 12월 12일 타오바오의 ‘솽스얼’ 할인 행사에서 하루 1만~3만 개 제품을 팔아치우는 쾌거를 달성했다. 중국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이다.

    티몬도 계속해서 협력 구조를 확대하고 있다. 4월 10일 NHN엔터테인먼트는 티몬에 475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두 가지 측면에서 티몬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평가된다. 일단 간편결제서비스인 페이코를 티몬 1700만 가입자(2015년 기준)로 확장할 수 있다. NHN엔터테인먼트가 페이코 마케팅에 투입한 비용은 지난해 500억 원, 올해 700억 원(예정)이고 그 결과는 가입자 360만 명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475억 원으로 1700만 가입자에게 접근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또한 티몬 앱과 웹 메인 페이지에 광고 공간을 만들어 수익을 증대할 수도 있다. NHN엔터테인먼트가 최근 설립한 디지털마케팅 자회사 NHN D&T, NHN TX가 대행사로 티몬의 광고 공간을 판매할 수도 있다. 양사 모두 이윤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소셜커머스로 시작해 모바일 커머스 영역을 진두지휘하는 쿠팡, 티몬, 위메프. 그러나 2015년에도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심지어 전년보다 더 악화된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3사 모두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 투자개발실을 세우거나 해외에 진출하거나, 다른 기업과 손잡는 행보를 보인다. 이들 모두 단순히 작디작은 한국시장에서 모바일로 물건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커머스를 기반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플랫폼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마존,  알리바바가 해왔듯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부족한 시간이다. 오픈마켓 3사 역시 모바일 커머스 시장을 무섭게 공략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2015년 실적은 나왔고, 이에 대한 비판의 칼날도 날카롭다. 혹자는 미국 아마존이나 우버의 사례를 들며 ‘시장 확장을 위해 적자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인구 5000만 명의 작은 시장에서 이들의 혁신을 응원해줄 시간이 많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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