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5

2016.04.27

사회

또 하나의 스펙? ‘멘사’ 테스트?

‘영재 이미지’ 대학 입시에 유리 입소문… 학원 다니며 5개월 만에 IQ 118→158로 끌어올려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입력2016-04-25 15: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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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A(19)씨는 고교 2학년이던 2014년 멘사(Mensa) 입회 시험을 준비했다. 대학 입시 학생부종합전형에 응시하기 위해서였다. A씨는 한 입시학원을 찾았고, 학원에서는 “학생부(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할 이색 경력을 만들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에 갈 수 있다”며 멘사 시험에 도전할 것을 권했다. A씨는 학원 자체에서 만든 두뇌훈련 교재로 멘사 입회 시험에 대비했고, 시험 결과 그의 IQ(지능지수)는 5개월 전 118에서 158로 올라 멘사 회원이 됐다. A씨는 멘사코리아 내 소모임의 봉사활동을 자기소개에 활용했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

    멘사는 영국에 본부를 둔 ‘멘사 인터내셔널(Mensa International Ltd.)’이 주관한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로 구성된 단체다. 통과 기준은 IQ 148 이상으로, 멘사에 따르면 이는 상위 2% 이내에 드는 지능이라고 한다. 현재 전 세계 멘사 회원은 11만 명 이상, 멘사 한국지회인 멘사코리아의 회원은 4월 현재 약 2500명이다. 입회 기준이 높기 때문에 멘사 회원은 수재나 영재의 이미지를 갖는다.



    ‘영재교육’ 표방하지만 알고 보면 사교육

    최근 멘사 이미지가 대학 입시용 ‘스펙’으로 쓰이고 있다. A씨와 같이 고교 학생부에 별다른 내용이 없는 경우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B(49·여)씨는 “3~4년 전부터 학부모들 사이에 ‘멘사 회원증을 따면 대입에 유리하다’는 입소문이 났다. 성적이 낮았지만 멘사 회원임을 부각해 면접관에게 호감을 얻어 대입에 성공한 주위 사례도 봤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멘사 입회 시험 대비반을 운영하는 한 학원 관계자는 “중학교 3학년에서 고교 1학년 학생 가운데 공간지각력이나 추리력이 어느 정도 있는 학생들을 선발해 6개월~1년간 준비시킨 다음 멘사 입회 시험을 치게 한다”고 했다.

    하지만 멘사 회원이 대학 입시에서 가산점을 받는 것은 아니다. 멘사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대학 입시제도 가운데 멘사 회원에게 공식적인 혜택을 주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서울의 모 4년제 대학 관계자는 “자연계열 입시생이 면접에서 멘사 회원임을 밝힐 때가 있지만, 그것이 입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며 “멘사를 통해 진로를 찾거나 의미 있는 활동을 했다면 모를까 멘사 회원이란 사실 자체가 대입과 연관된다는 소문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아동용 교재, 교구에도 멘사 이름이 넘쳐난다. 온라인에서 ‘멘사교육’을 검색하면  멘사수학게임, 멘사융합게임, 멘사셀렉트게임 등 비슷한 이름의 교육 광고가 쏟아지며, 멘사 마인드-스포츠올림피아드 등 의미를 해석하기 어려운 이름도 나온다. 멘사게임이 무엇이기에 이처럼 유사한 교육상품이 난립하는 걸까. 업계 관계자는 “매년 미국 멘사 회원들이 몇 가지 보드게임을 선정하는데 이 게임으로 경쟁하는 대회가 멘사 마인드-스포츠올림피아드”라며 “선정된 보드게임은 두뇌활용에 특별히 도움을 준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멘사 관련 게임교육은 대부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집중력, 창의력 향상 보드게임”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멘사 이미지가 수재, 영재다 보니 아이를 똑똑하게 키우고 싶은 부모들이 조기교육용으로 멘사 게임교육을 자주 문의한다”고 말했다.

    이 ‘게임교육’을 매개로 지도사 양성과정을 운영하는 기관도 다수 있다. ‘멘사셀렉트게임지도사’ 온라인 교육을 제공하는 한 기관에 문의하니 “교육 이수 후 지도사 자격증을 얻으면 즉시 창업이 가능하다”며 교육과정 자료를 바로 e메일로 보내줬다. 이 기관 관계자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된 공신력 있는 자격증”이라고 홍보했다.



    ‘멘사 이름 사용 불가’ 논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보니 멘사와 관련된 지도사 자격증은 멘사융합게임지도사, 멘사셀렉트게임지도사, 멘사교육게임지도사 등 총 9개(4월 18일 현재)였다. 그중 ‘멘사셀렉트게임지도사’는 총 3개였는데 3개 기관에서 각각 따로 발급하고 있었다. 이 업체들이 멘사 입회 시험 또는 멘사코리아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문의했더니, 한 기관 관계자는 “멘사 입회 시험과는 관계가 없지만, 우리는 멘사와 협업관계이며 멘사코리아의 공식 허가를 받아 ‘멘사’ 명칭을 쓰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멘사코리아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답변했다. 멘사코리아 관계자는 “멘사 명칭을 활용한 단체들은 멘사코리아와 협업관계가 아니며, 이들이 멘사코리아의 이미지를 침해한 것에 대해 법적 경고 또는 주의를 줬다”고 했다. 또한 “최근 2~3년 사이 멘사를 키워드로 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터넷 기사들이 나오고 있어 주시 중”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멘사코리아가 타 기관에 멘사 명칭 상표권을 주장할 명분이 있느냐도 논란거리다. 멘사코리아 홈페이지에 실린 ‘멘사헌장’은 ‘멘사라는 이름과 그 상징물의 법적인 소유자는 국제멘사’이며 ‘멘사 이름과 로고 사용 등에 대한 법적 권리를 국제멘사로 반환한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멘사코리아는 과거에도 멘사 명칭에 대한 법적 소유권을 주장한 바 있다. 2014년  1월 멘사코리아는 출판사 ‘인물과사상사’ 자회사인 ‘북카라반’에 공문을 보내, 이 출판사의 아동용 교재 ‘멘사 수사대 제이의 대탐험’의 제목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카라반 관계자는 “당시 멘사코리아가 우리 도서명에 ‘멘사’를 넣은 근거를 질의하며, 우리 출판사 측에 멘사 명칭의 소유권을 침해한 책임을 물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도서는 당시 멘사코리아 전·현직 회장이 추천서를 써줬고, 도서명에는 저작권이 없기 때문에 멘사코리아의 문제 제기가 당혹스러웠다”며 “공문 외 멘사코리아로부터 별다른 항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주간동아’는 멘사코리아 측에 공문을 보내 “멘사 명칭의 법적 소유권을 주장한 근거를 밝혀달라”고 요청했지만 멘사코리아는 4월 18일 현재 답변을 보내오지 않은 상태다. 정재완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멘사코리아가 멘사 본부로부터 멘사 상표에 관한 전용사용권 또는 통상사용권을 부여받거나 라이선스 사용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멘사 상표권 침해를 주장할 권한은 없다”며 “이 경우 멘사 상표가 각종 교육상품 이름에 활용돼도 법적 제재를 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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