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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새 아파트 생기면 야당 이긴다?

‘강남불패’ ‘영남불패’ 무너뜨린 신도시 표심

  • 전유승 프리랜서 sherpacks@gmail.com

새 아파트 생기면 야당 이긴다?

새 아파트 생기면 야당 이긴다?

2013년 입주를 시작한 위례신도시 전경. [동아일보]

20대 총선은 예상 밖 결과로 끝났다. 민심은 조용히 흐르고 흘러 16년 만의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어냈고, 여당 압승을 점친 여러 정치평론가를 민망케 했다. 20대 총선의 승패를 가른 요인은 무엇일까. 정부 여당에 대한 심판, 제1야당에 대한 경고, 호남 ‘변심’ 등 여러 요인과 함께 이른바 ‘신도시 효과’도 있었다는 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재개발 및 택지개발로 공급된 새 아파트가 수도권을 비롯한 주요 지역구의 선거 판세를 가른 핵심 요인이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줄곧 여당이 꽉 쥐고 있었으나 이번에 야당 후보가 승리한 곳, 지난 총선에서 야당 후보가 턱걸이로 승리했으나 이번에는 그 격차를 훨씬 벌린 곳을 살펴보면 이러한 경향이 뚜렷이 나타난다. 그동안 ‘개발’은 주로 보수진영이 추진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그 효과는 현 야권에게 돌아오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 전현희 후보가 당선한 서울 강남을 선거구를 보자. 19대 총선에서 야당 대통령선거(대선) 후보까지 지낸 당시 민주통합당 정동영 후보가 여당 후보에 20.2%p 차로 진 곳이다. 그러나 2월 새 선거구가 획정되면서 강남을 지역의 대표적 부촌이던 대치1·2·4동이 떨어져나갔다. 강남을엔 개포·일원·수서·세곡동만 남았다. 이른바 ‘세곡대첩’의 전조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월 15일 공개한 투표구별 개표 결과를 보면 전 당선인은 4만8381표(51.5%)를 얻어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를 7.1%p(6624표) 앞섰다. 특히 전 당선인이 세곡동에서 얻은 표가 1만1291표로, 전체 득표수의 23.3%에 달한다. 김종훈 후보는 여기서 7100표를 얻는 데 그쳤다. 개포·일원·수서동 지역에서는 두 사람의 득표수 차가 크지 않았다. 세곡동 표심이 이번 총선의 승패를 가른 셈이다.



여당이 추진한 신도시, 과실은 야당에게

새 아파트 생기면 야당 이긴다?

20대 총선 서울 강남을 선거구에서 당선한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당선인이 4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마련된 20대 국회 개원종합지원실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며 환하게 웃고 있다(왼쪽). 20대 총선 선거운동 기간 서울 송파병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후보가 거리 유세를 하는 모습. 남 후보는 이 지역에서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을 꺾고 당선했다. [동아일보]

2011년 4000여 명에 불과하던 세곡동 인구는 공공주택인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선 후 급증했다. 현재 세곡동은 강남구에서 인구가 제일 많은 지역(5만여 명)이다. 세곡동 보금자리주택은 무주택 서민과 소외계층에게 우선 입주권을 주는 공공분양·임대아파트다. 이 지역 유권자의 상당수가 두 번째 칸 후보 이름 옆에 도장을 눌렀음을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여권의 ‘강남불패’ 신화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이러한 조짐은 2014년부터 일어났다. 그해 있었던 6·4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지금의 강남을 선거구에 해당하는 개포·일원·수서·세곡동 일대에서 4만1502표를 얻어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3만9674표)를 이겼다. 세곡동에서 두 사람의 표차는 1176표였다.

“여성이 너무 똑똑한 척하면 밉상이다. 약간 모자란 듯해야 한다”던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이 출마했다 표가 ‘모자라’ 낙선한 서울 송파병 선거구도 살펴보자. 이 지역에서는 더민주당 남인순 후보가 새누리당의 강남불패 아성을 깨는 데 성공했다. 이 결과 역시 2013년 입주를 시작한 ‘위례신도시 효과’를 따지지 않으면 설명이 불가능하다. 위례신도시에는 세입자가 많이 거주하고, LH 보금자리주택도 공급돼 여당보다는 상대적으로 야당에 유리했다는 분석이다. 더민주당 남인순 당선인은 위례신도시가 조성된 장지동과 위례동에서 여당 후보에 3000표 앞섰다. 두 후보의 전체 득표수 차이는 6560표. 위례신도시 입주 행렬은 입주 가구가 약 3900가구에 이른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입주가 완료되면 4만3000여 가구, 약 10만 명이 거주하는 위례신도시는 서울 송파구는 물론 경기 성남시 수정구, 하남시에까지 걸쳐 있다. 이 지역 표심이 향후 어떻게 작동할지도 관심사다.

19대 총선에서 서울 중랑을 선거구에 출마해 854표 차로 신승했던 당시 민주통합당 박홍근 후보는 이번에 같은 지역에서 8503표차로 압승했다. SH공사의 공공분양·임대아파트가 들어선 신내1동의 표심이 작용했단 분석이다. 경기 고양갑 선거구에 나선 정의당 심상정 대표 역시 신도시 효과를 누린 것으로 보인다. 19대 총선 당시 고양갑에서 170표차로 승리한 심 대표는 이번엔 2만 표차 이상의 대승을 거뒀다. 특히 새 아파트 1만4393가구가 들어선 삼송지구와 원흥지구에서 상대 후보보다 2배 넘는 표를 얻었다. 4년 전 19대 총선 때는 같은 후보에게 크게 졌던 지역이다. 격세지감이다. 이 밖에도 ‘천당 아래 분당’이라 불리며 여권 초강세 지역이던 경기 성남시 분당갑 선거구에서 더민주당의 승리는 판교신도시가 이끈 이변이었다. 경기 김포갑 선거구 역시 한강신도시 유권자들의 표심이 야권으로 쏠렸다.



영남에도 분 신도시 바람

‘신도시 표심’이 선거에 영향을 미친 지역은 비단 수도권만이 아니다. 경남 김해을 더민주당 김경수 후보도 신도시가 들어선 장유동에서 3만9425표를 얻으며 새누리당 이만기 후보(1만9570표)를 압도했다. 이곳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김해평야에 속한 평범한 농촌지역으로 인구가 7000여 명에 불과했으나 이후 신도시로 개발되면서 인구 13만 명을 넘어섰다. 4년 새 1만7000여 명이나 늘었을 만큼 급성장 중이다. 특히 장유동은 녹지와 여가시설, 쇼핑 공간이 잘 갖춰진 계획도시로 이 지역 율하천 카페거리는 이미 명소가 됐다. 농경지가 신시가지로 바뀌는 격변이 20년 만에 일어났으니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

이 지역 유입 인구의 상당수는 경남 창원과 부산 등으로 출퇴근하는 야권 성향의 30, 40대 젊은 층이다. 경남 내 다른 지역에 비해 청·장년층 비중이 높고 지역색이 옅은 게 특징이란 분석이 나온다. 1994년 시작된 장유신도시 사업은 현재 3단계 율하2지구 사업이 진행 중이며, 사업이 끝나는 2019년엔 인구가 18만 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더민주당 민홍철 후보가 승리한 김해갑의 경우도 19대 총선과 비교해 북부신도시 인구가 8000여 명 증가한 데다, 2월 선거구 획정으로 편입된 진영신도시에도 5000여 명이 유입됐다. 1999년 9월 1단계 사업을 시작한 진영신도시는 올해 말 2단계 사업이 끝날 예정이며, 진영 인구는 그새 4만5000여 명(구도심 포함)으로 2배 넘게 늘었다. 2018년까지 6만5000명이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영향 때문일까. 20대 총선과 함께 치른 김해시장 재선거에서도 더민주당 허성곤 후보가 당선해 김해는 영남권에서 유일하게 야권이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둘 다 차지한 곳이 됐다.

다양한 형태의 신도시 출현으로 ‘사는 것’(부동산)이던 아파트가 이제 ‘사는 곳’으로 개념이 전환된 것은 다행인지 모른다. 하지만 당선인들에게 떨어진 숙제는 더 많다. 모든 신도시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 즉 교통 및 환경 문제, 시설 및 인프라 확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 지역에선 구도심과의 개발 균형과 원주민 간 정서적 이질감 극복에도 신경 써야 한다. 물론 이번 총선에 나타난 경향만으로 앞으로의 선거 결과를 점칠 수는 없다. 신도시는 지금만 신도시일 뿐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그저 동 이름으로 불릴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주거 형태는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고, 사람들은 늘 이주를 준비하며, 욕망은 계속 그 세를 불려간다는 점이다. 민심은 바로 그 사이에서 흐르는 법. 앞으로 신도시마다 이른바 ‘성향’이 어떻게 변해갈지 궁금하다.






주간동아 2016.04.27 1035호 (p22~23)

전유승 프리랜서 sherpack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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