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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 기업들, 더 공격적으로 이란 진출 나서야”

하산 타헤리안 주한이란대사

  • 이세형 동아일보 기자 turtle@donga.com

“한국 기업들, 더 공격적으로 이란 진출 나서야”

“한국 기업들, 더 공격적으로 이란 진출 나서야”

동아일보

“최근 ‘바람직한 한국-이란 관계’가 어때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이때마다 저는 답은 ‘쿠시나메’에 있다고 말합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한국과 이란 간 러브스토리처럼 양국관계도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1월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주한이란대사관 대사 사무실. 하산 타헤리안(64·사진) 주한이란대사는 인터뷰 말미 문득 먼 옛날 사랑 이야기를 꺼내며 기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쿠시나메는 고대 페르시아의 구전 서사시로, 페르시아 왕자가 신라 공주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의 존재는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를 통해 2010년 국내에 처음 알려졌다.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풀고 37년 만에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부활하고 있는 이란과 한국은 정말 ‘진한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로하니 대통령 방한도 검토 중

2014년 7월부터 서울과 평양 주재 겸임대사로 일하고 있는 타헤리안 대사와의 인터뷰는 그럴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과는 가족관계로 엮여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Family Connection)”고 말하기도 했다. 이란 외교부에서 ‘한국통’으로 불리는 타헤리안 대사는 북한(1992~93)을 포함해 한국에서만 3번 근무했고, 테헤란에 있는 이란 외교부 본부에서도 동북아지역 담당 부서에서 주로 활동했다. 처음 한국에서 근무하던 1980~85년 자녀 셋 중 첫째(아들)와 둘째(딸)를 얻은 데다 막내아들 역시 서울에 있는 이란 기업 지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중동 내 시아파의 맹주 이란이 국제사회와 핵협상을 타결하고 경제제재의 굴레까지 벗어던지면서, 타헤리안 대사는 서울 외교가를 통틀어 가장 ‘핫한 사람’이 됐다. 국내외 유력 매체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그와의 인터뷰는 박근혜 대통령이 상반기 중 이란을 방문할 계획이라는 청와대의 발표 직후 진행됐다.
▼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언제부터 계획됐나.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한국 방문을 계획 중인가.
“박 대통령의 방문 계획은 우리도 며칠 전에야 한국 외교부를 통해 들었다. 정확히 언제부터 준비됐는지는 모르지만,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기쁘게 생각하고 환영한다. 박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하면 당연히 이란도 로하니 대통령의 방한을 검토하게 될 것이다.”
▼ 이란의 국제사회 복귀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이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맞다. 그러나 오해도 많은 듯하다. 한국인들이 이란의 진짜 모습을 아직 잘 모른다고 생각한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서방 언론보도에 지나치게 의존해온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한국의 유력 언론이 이란에 직접 진출해 있는 그대로 생생히 전달해준다면 이해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 기업들, 더 공격적으로 이란 진출 나서야”

1월 21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의 한 카페에서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란 학생들이 스터디 모임을 갖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한국에 어학연수를 다녀왔거나 테헤란에 있는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동아일보

▼ 이란 국민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 큰 것 같다.▼
“다수의 한국 TV 드라마가 엄청난 인기를 끌며 방영됐다. 한국에 있는 유학생만 230명에 달하고 그중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이들이 150명이다. 한국의 젊은 세대도 적극적으로 이란에 관심을 가져주고 찾아줬으면 좋겠다.”
▼ 다른 나라들의 이란에 대한 관심은 어떤가. 최근 몇 달 사이 이란은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시장이 된 듯한 느낌이다.▼
“모든 글로벌 기업이 이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보면 된다. 특히 유럽 기업들 움직임이 적극적이어서, 수개월 전부터 현지에서 본격적인 진출 준비에 착수했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것이다. 생각해보라. 이란에서는 앞으로 5년간 석유·천연가스 부문에서만 총 50개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발주될 예정이다. 액수로는 1850억 달러(약 222조6475억 원)에 달한다. 정보통신기술(ICT), 교통, 의료 같은 비(非)석유 분야에서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지면 규모는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이란의 적극적인 투자는 항공기 구매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지 않은가.”
▼ 한국 기업들에게 구체적인 조언을 한다면.▼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이 이란 시장에서 쌓아놓은 위상에 만족하면 안 된다.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이 워낙 심해지고 있으므로 더 빠르고 공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높아진 목소리와 단호해진 그의 표정에 이란 시장 진출을 위한 한국 기업의 움직임이 예상만큼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뉘앙스가 묻어났다.





“더 자주 만나야 한다”

▼ 주목할 만한 한국 기업 움직임을 소개해달라.▼
“포스코가 내년 상반기 제철소를 착공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는 현지 자동차기업과 협력생산을 검토하고 있다(현대차는 국내에서 반조립한 부품을 현지 업체에 보내면 이 업체가 완성해 현대차 브랜드를 달고 판매하는 방식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과 한국전력공사(KEPCO)도 각각 담수화 플랜트와 전력 플랜트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
▼ 북한과 이란과의 관계에도 관심이 모인다. 과거 북한과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함께 추진했다는 의혹 역시 받은 바 있지 않은가.▼
“이란은 세계 평화와 안정을 희망한다.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 비핵화를 지지한다. 당연히 북한의 핵 개발도 반대한다. 이란이 북한과 협력해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추진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란은 방위산업 관련 기술을 자체 개발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 북한과 협력할 필요가 없다.”
▼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퇴치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외교 갈등 등 지역 현안도 첨예하다.▼
“이란은 중동이 불안해지면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중동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IS 퇴치만 해도 이미 상당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IS가 이라크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수도 바그다드마저 위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때부터 이란은 이라크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사우디와의 갈등 역시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집무실을 나오며 “중동 출장을 세 번 갔지만 아직 이란에는 못 가봤다”고 전하자 타헤리안 대사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한국과 이란은 더 자주 만나야 한다. 사랑해야 한다.” 그가 다시 한 번 강조한 말이다.






주간동아 2016.02.03 1024호 (p96~97)

이세형 동아일보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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